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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탐방 33] "어르신 경제주권 회복해야" 두부사업단 '콩깍지'

노인들 직접 두부 만들고 판매 "생산력 조금 떨어져도 일 힘들지 않아"

조민경 기자 기자  2013.06.11 10:3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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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은퇴 후 제2의 직업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정부도 노인 일자리 사업을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등 노인들의 일자리 마련에 힘쓰고 있다. 이 가운데 노인들의 능력에 맞는 맞춤 일자리 창출로 노인들의 경제적, 사회적 활동뿐 아니라 건강한 노후생활을 도모하는 곳이 있다. 바로 두부사업단 콩깍지다. 서울시 관악구 행운동에 있는 사무실을 찾아 노인 일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어르신들도 시장경제의 주체가 될 수 있어요. 은퇴 이후에 용돈정도는 직접 마련하려는 분들이 많지만 일자리를 찾는 것은 쉽지 않죠. 하지만 어르신들은 청년들보다 책임감과 일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기 때문에 이분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중요해요."

조종현 콩깍지 대표는 노인들이 시장경제 주권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노인들의 능력에 맞는 맞춤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족도 높아 90% 이상 꾸준히 일해

콩깍지는 노인일자리 전담기관인 관악시니어클럽이 2008년 설립한 업체다. 당시 서울 관악구 행운동에 즉석두부매장 콩깍지 1호점을 개점해 사업을 시작했다.

"어르신들이 보다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즉석두부를 선택하게 됐어요. 두부는 보편적인 음식인데다 다른 음식이나 제품에 비해 어르신들이 제조하기 쉽다고 생각해 즉석두부매장 콩깍지를 오픈하고 사업을 시작했죠."

   조종현 콩깍지 대표는 노인일자리 창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최민지기자  
조종현 콩깍지 대표는 노인일자리 창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최민지기자
콩깍지 사업은 노인들이 직접 두부를 만들고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두부 제조는 2인 1조가, 매장 판매는 1일 3명이 격일로 하루 5시간씩 일하고 있다. 한달에 80시간씩 근무하는 셈이다.  

"어르신들이 젊은 사람들에 비해 생산력이 조금 떨어지는 부분은 있지만 일하시는데 크게 힘든 부분은 없어요. 5년간 사업을 해왔지만 문제가 된 일도 없고요. 일하는 어르신들의 만족도도 높고, 주변 어르신들도 일하고 싶다는 문의를 많이 하세요."

실제 현재 콩깍지 소속 노인 18명 중 90% 이상이 사업 초기부터 꾸준히 일하고 있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노동 강도가 심하지 않고 병원 스케줄 등 개인사정에 따라 교대를 통해 유연한 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스스로 용돈을 마련해 쓴다는 자부심이 크다.

콩깍지 미성점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최정인씨(73)도 콩깍지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

"힘들어도 보람 있어요. 다른 곳에서는 노인들은 냄새가 난다며 싫어하는데 (콩깍지에서) 일자리를 준 것만으로도 고맙죠. 제 주변에서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앞으로 일터가 더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사업확장보다 안정적 유지 주력     

한편, 조 대표는 콩깍지를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설립한 만큼 처음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목표로 해왔다. 그 결과, 콩깍지는 2010년 2월에는 서울시 예비사회적기업으로, 같은 해 12월에는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인증을 획득했다.

"사회적기업 인증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이미지와 인지도인 것 같아요. 이전에는 '노인들이 뭘 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지만 사회적기업 인증 이후에는 노인들을 고용하는 착한기업이라고 봐주세요. 또 인지도 면에서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콩깍지 미성점에서 일하고 있는 최정인씨는 일자리에 만족하며, 콩깍지처럼 노인들이 일할 수 있는 일터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최민지 기자  
콩깍지 미성점에서 일하고 있는 최정인씨는 일자리에 만족하며, 콩깍지처럼 노인들이 일할 수 있는 일터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최민지 기자
사회적기업 인증에 따른 지원금도 콩깍지 사업에 도움이 됐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이 지원이 중단돼 콩깍지는 수익 확대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국산(콩)두부 600g짜리를 2500원에 선보인 이후 5년간 단 500원 올려 3000원을 받고 있어요. 원가가 높아 마진이 생각보다 크지 않고 가격인상을 제때 못해 손해가 심한 상황이에요. 그렇다고 가격을 올릴 수도 없어서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어요."

그 방법으로 콩깍지는 기존 매장판매 외에 단체주문과 회원제 운영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일정 수준의 판매량과 매출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가격을 못 올리는데다 사회적기업 지원금까지 끊기게 되면 어려운 점이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매출을 유지하는데 주력할 계획이에요. 제 휴대폰 컬러링(통화연결음)이 콩깍지 노래에요. 앞으로 많은 분들이 콩깍지 컬러링을 계속 들을 수 있도록 사업을 유지해나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