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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2.0 탐방 ⑦] 우리 돌 자존심…'보령석공예생활용품사회적협동조합'의 선택

장묘 문화 바뀌어 석물 인기 한계…석공예생활용품으로 돌파구

임혜현·김경태 기자 기자  2013.06.10 15:5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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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보령석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혹은 비석 만드는 데 최고라는 남포오석의 명성을 아는지? 충남 보령은 대천해수욕장으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이렇게 전국에서도 돌로 유명한 지역 중 하나다. 즐비한 석물을 진열한 석재 공장들 사이로 찾아간 곳은 바로 '보령석공예생활용품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윤명중). 돌로 유명한 동네이긴 하지만 생활용품 생산을 내걸었다는 점이 이채롭고, 일반적인 조합도 아닌 사회적협동조합을 표방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윤명중 이사장은 보령의 지역 경제를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지렛대를 사용해 들어올리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각종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공장과 전시관에서 주말도 없이 일하고 있는 윤 이사장은 원래 성균관대에서 건축을 공부해 직장 생활을 하던 평범한 사회인이었다. 하지만 고향의 특산품인 돌과 일종의 사명감이 만나 돌을 활용한 조합을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최고의 돌, 어떻게 하면 잘 살릴 수 있을까?
 
보령은 전국제일의 석공예공장들이 밀집한 곳으로 지금도 △비석 △상석 △건축자재 등 각종석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장인정신으로 똘똘 뭉친 백제 석공들의 후예들. 좋은 돌의 산지이자 석재 산업으로 유명한 충남 보령에서 석공예생활용품사회적협동조합이 출범했다. ⓒ 프라임경제  
장인정신으로 똘똘 뭉친 백제 석공들의 후예들. 좋은 돌의 산지이자 석재 산업으로 유명한 충남 보령에서 석공예생활용품사회적협동조합이 출범했다. ⓒ 프라임경제

하지만 비석이나 돌장식품 등 석물은 최근 화장 및 납골묘 확산 등 장묘문화가 변화하면서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또 부동산 및 건설 경기 침체로 건축업체에 납품하는 각종 석자재 역시 크게 활기를 되찾는 데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신석재 등에서 근무한 경험으로 이런 문제점을 포착한 윤 이사장은 중후장대라는 기존의 석물 산업 의존 상황에서 경박단소의 석공예생활용품 산업을 발전시켜 균형을 맞추자는 구상을 하게 된다.

실제로 그가 현재까지 구상한 여러 석공예생활용품들을 보면 큰 돌덩어리를 사용하는 물건은 없기 때문에(일정한 판이나 막대 모양의 원석만 있으면 됨) 기존의 석재공장들과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면 △큰돈을 들이지 않고 자재를 조달할 수 있으며 △부산물을 활용해 석재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일석이조를 꾀할 수 있다.

온돌방석과 등받이 등 출격준비 완료… 해외 특허출원도

여러 고민과 구상 끝에 아이디어들을 하나씩 제품으로 현실화할 수 있었다. 윤 이사장은 9월경부터 본격적으로 소비자들을 찾아갈 제품들을 마련한 상태다. 온돌방석과 등받이, 찜질구들장이나 지압판 등 모두 일상생활 속에서 가까이 두고 즐길 수 있는 제품들이다.

보령오석과 맥반석 등 좋은 돌을 사용하고 테두리는 편백나무를 사용하는 등 신경을 써 원적외선 발생 효과가 탁월하고, 전기를 사용하는 일부 제품이 있지만 에너지 효율이 높아 전기요금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랑한다. 손으로 직접 깎는 공정 진행으로 품질 신뢰성을 높였다. 장차 미국과 일본의 교포 시장을 겨냥, 해외 특허를 신청(출원)하기도 했다.

그간 나온 제품들은 돌을 분쇄해 다시 압착, 일정한(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 낸 제품이지만 조합에서 보유한 제품들은 원석을 가지고 수작업으로 가공하기 때문에 변리사와 검토한 끝에 특허 추진을 시도해 볼 만 하다는 판단으로 출원했다는 설명이다.

윤 이사장은 현재 지압판 등 시장에 관련해 "중국산 제품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 때문이지 화학 약품 처리 등을 안 하는 우리 제품이 인지도만 쌓으면 경쟁력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14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한 보령석공예생활용품사회적협동조합의 제품들은 맥반석과 오석 등 여러 재질의 돌을 수작업으로 연마해 만들며 약품처리 등 해로운 공정은 사용하지 않는다. 지역경제 발전과 고용 창출을 추진하는 만큼 정직과 품질로 승부한다는 방침이다. ⓒ 프라임경제  
14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한 보령석공예생활용품사회적협동조합의 제품들은 맥반석과 오석 등 여러 재질의 돌을 수작업으로 연마해 만들며 약품처리 등 해로운 공정은 사용하지 않는다. 지역경제 발전과 고용 창출을 추진하는 만큼 정직과 품질로 승부한다는 방침이다. ⓒ 프라임경제

그런데 왜 이례적 형태인 사회적협동조합을 택했을까? 윤 이사장은 "지역이 소규모다 보니 솔직히 오픈 마인드는 없는 편"이라면서 이런 소규모 지역 경제일수록 일단 갈등이 생기면 골이 깊어지고 상처가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염려한 윤 이사장은 일반 협동조합으로 갈 경우 배당 문제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협동조합들의 경우 이익을 내도 배당 문제 등으로 의견이 갈리면 해산으로 치닫기 쉽다는 게 윤 이사장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배당을 제약하고 유보금을 많이 쌓으며 사회적 공헌과 함께 고용 창출로 지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시스템에 관심을 두게 됐다. 사회적협동조합은 현재 법제도가 마련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 잘 발달하지 않은 영역이다.

하지만 윤 이사장은 기획재정부에 문의를 하고 경기도 성남의 사회적기업진흥원(원래 사회적협동조합보다는 사회적기업 지원을 위해 마련된 곳이나, 현재 이쪽 영역에서도 일부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는 설명)에 두 차례 방문하는 등 열정적으로 매달린 끝에 사회적협동조합 출범에 성공했다.

윤 이사장은 사회적협동조합의 매력으로 이익을 대부분 배당하는 대신 좋은 목적을 이해 꾸준히 미래를 위해 투자(적립)한다는 점을 들면서 이에 따라 자신의 월급도 상한선을 못박아 놨다고 소개했다.  

"(이사장을) 연임을 해도 4년이다. 월급 상한선은 지금 250만원으로 묶어 놨다. 연구나 개발 자금에는 오히려 사비를 들여 진행하고 있다"면서 1억원 이상을 들여 각종 생활용품들을 연구해 왔다고 말했다.

판로 개척 쉽지 않지만 일본 NK택시 같은 좋은 회사가 꿈

윤 이사장이 이제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은 판로 개척이다. 윤 이사장은 이와 관련해 중소기업에 현재 정책적으로 주어지는 각종 혜택에서 사회적협동조합은 배제되는 것은 아쉽다고 말한다. 협동조합이니까, 사회적협동조합이니까 특별대우를 해 달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중소기업에 주어지는 지원조차도 배제되는 현재 시스템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비영리단체라는 외형을 갖고 있지만, 제조업을 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라면 일부 융통성을 발휘해 줄 수 있지 않느냐는 게 윤 이사장의 생각이다.

윤 이사장은 전국 각지의 노인정 등에 원적외선 석공예 용품들이 들어가는 등 시장의 개척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노인들을 위해 복지예산으로 자전거 등 헬스용품을 많이 배치하는데, 실제로 사용할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 건강보조용품을 구매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는 게 윤 이사장의 의견이다.
   윤명중 보령석공예생활용품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일신석재 등에서 근무한 감각과 고향 사랑으로 조합 결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기치를 높이 든 인물이다.  ⓒ 프라임경제  
윤명중 보령석공예생활용품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일신석재 등에서 근무한 감각과 고향 사랑으로 조합 결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기치를 높이 든 인물이다. ⓒ 프라임경제

윤 이사장은 실제로 이처럼 좋은 목적으로 들어가는 경우라면 예를 들어 16만원대 제품을 13만원선까지도 납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이사장은 특허청 지식재산센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면서, 이런 기회를 통해 경영학 교수와 결연을 맺고 인큐베이팅 도움을 받는 게 작은 업체에게는 큰 영감을 얻는 창구이자 활력소가 된다고 소개했다.

이를 통해 보령석공예생활용품사회적협동조합의 경우에는 상명대학교 교수와 조인트 돼 이메일로 궁금증과 그 답을 주고받는 등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윤 이사장은 앞으로 생활용품을 꾸준히 개발, 판매해 지역의 석재 산업 업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하면 잘 될 거다, 조합을 만들면 이래서 좋을 거다 설명을 하기 보다는 실제로 우리가 잘 되는 모습을 보여 주면, 서로 가입을 하려고 하지 않겠나? 지금 그런 목표로 꾸준히 진행 중"이라면서 지역의 석재 공장들은 생산만 열심히 해도, 조합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판매하는 것을 책임지는 구조를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보령석공예 제품 하면 거기 것이라면 틀림없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는 윤 이사장은 "일본 NK택시는 대학 졸업자들도 가고 싶어 하는 회사로 꼽힌다. 우리 조합도 NK택시처럼 나중에 꼭 들어가고 싶은 곳, 일하고 싶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