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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칼럼] 두려움을 받아들여라

투자리스크 회피, 빠른 상황수습이 관건

정강필 우리투자증권 마린시티 WMC지점장 기자  2013.06.10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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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세상의 많은 것들이 양면성 혹은 다층적 성격을 갖는다. 하나의 사물 혹은 상황을 앞에 두고도 그것을 바라보는 이의 입장과 가치관에 따라 서로 상이한 해석이 내려지는 이유다.

1951년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은 '라쇼몽'이라는 영화 한편으로 서구 영화계와 지성계에 적잖은 충격을 주며 베니스 영화제의 그랑프리와 그 이듬해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2000년 베니스영화제 50주년에서도 '라쇼몽'은 '최고의 영화'로 선정될 정도로 여전히 가치를 잃지 않고 있다.

영화 줄거리는 간단하다. 살인사건에 관계된 산적과 무사 그리고 무사의 아내와 목격자인 나무꾼이 등장해 각자 자신의 입장과 행동에 따른 주관적인 해명으로 진실을 윤색한다. '라쇼몽'이 충격적인 것은 한 가지 사건을 두고 각각 자신의 이익을 위해 증언하기 때문에 인간사에서 진실이라는 것은 영원히 찾을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인식론적 주제를 명확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라쇼몽'의 관점에서 주식시장을 바라보면 인식론적 한계가 더욱 명확해진다. 주가지수가 상승할 때 환호하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침울해지는 사람이 있다. 하락할 때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지수의 움직임에 대해 우리가 다양한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하락에 배팅하고 또 어떤 이는 상승에 배팅했기 때문에 입장 차이가 생겨나는 것은 당연하다.

지수의 등락에 따른 투자자의 입장을 시사하는 감정 중 가장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것은 두려움이다. 상승할 때는 언제 하락 반전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하락할 때면 바닥이 어딘지 몰라 두려움에 몸을 사린다. 주식투자를 그만두지 않는 한 이 두려움은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투자자들의 심리상태다.

두려움은 변화 앞에서 사람을 위축시키고 선택을 주저하게 만드는 감정이다. 이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조언이 이어지지만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그리 쉽사리 극복되는 것이 아니다.

설령 어떤 이가 두려움을 극복했다 자랑하더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려움을 극복한 것이 아니라 마음 속 깊은 곳에 감춰 두거나 혹은 그저 한 쪽으로 치워둔 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두려움에 대한 새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한 이유다.

시장이 요동칠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다국적 광고회사 옴니콤그룹 DAS의 최고경영자인 토머스 해리슨은 "두려움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정강필 우리투자증권 마린시티 WMC지점장. ⓒ 프라임경제  
정강필 우리투자증권 마린시티 WMC지점장. ⓒ 프라임경제
두려움은 극복하려 할 것이 아니라 두렵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기꺼이 두려움을 수용함으로써 오히려 두려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시장은 항상 급변하며 아무리 빨리 대응해도 늦기 마련이다. 그 시차로 두려움은 더욱 커지게 된다.

따라서 시장에 대응하기보다는 이미 벌어진 상황을 최대한 빠르게 수습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때 우리를 옥죄는 두려움은 굳건한 의지와 도전정신으로 최소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