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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1등' 남부럽지 않은 증권사 브로커 사표 던진 사연

[인터뷰] 김형철 한국투자 증권방송 팀장 "성실? 그게 비결입니다"

이정하 기자 기자  2013.06.10 11:4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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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새벽 3시30분. 깜깜한 밤 달은 밤하늘에 걸려있다. 몸은 피곤해도 습관처럼 눈이 번쩍 떠진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모니터 화면 앞에 앉아 막판으로 접어들고 있는 미국 시장을 본다. 그리고 5시 스튜디오 도착. 방송 시작과 함께 그의 하루도 시작된다.

"제 장점이요? 글쎄요, 제 입으로 이런 말하기 좀 그런데… 성실한 거요. 항상 열심히 하고, 솔직히 진짜 열심히 해요. 여기가 열심히만 한다고 성과가 그대로 나오는 곳은 아니지만 적어도 후회는 없겠죠. 너무 원론적인 얘기인가요? 근데 진짜 그래요. 그래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아서요."

사원 직급 전체 1등, 조기 진급 대상자, 두둑한 성과급. 남부러울 것 없었던 증권사 브로커였던 그가 갑작스레 직종 전환을 선언하고 증권전문가가 됐다. 다들 결사반대를 외치고 말렸지만 그는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 김형철 한국투자증권 증권방송 팀장의 얘기다. "무모한 젊은 패기였던 것도 있고요. 시장성이 있다고 느꼈어요." 그는 당시 결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논란 안타깝지만 편견 없었으면"

징검다리 연휴를 하루 앞둔 6일 한국투자증권 본사 7층에서 김 팀장을 만났다. 증권방송 I'M YOU ON stock팀은 코너를 돌아 가장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었으며 그곳 한 컨에 그의 이름을 건 문패가 눈에 띄었다. '좁은 공간에서 방송하는 게 덥지 않냐'는 질문에도 일간 시황 차트를 펼쳐놓고 오늘 시장 얘기에 여념이 없다.

   김형철 팀장의 방문 앞. 그는 사무실에 자신 만의 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쁘다고 말했다. = 이정하 기자  
김형철 팀장의 방문 앞. 그는 사무실에 자신 만의 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쁘다고 말했다. = 이정하 기자
"오늘 30포인트 넘게 밀렸어요. 빠질 구간이었긴 한데 그래도 낙폭이 크네요. 기관의 팔자세가 강했고요. 그밖에도… 솔직히 이런 날은 힘이 좀 빠져요. 방이 좁은지는 모르겠어요. 집중이 잘되는 것 같고 제 방이 있다는 거 자체가 만족스러운 걸요."

증권방송이 최근 주가조작 등 불공정행위가 잇달아 적발되면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자신이 산 주식을 추천해 시사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증권방송 전문가가 구속기소 되기도 했다. 그는 이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열심히 하고 있는 분들도 많은데 대다수가 이렇다고 생각하실까 우려스럽다"며 입을 열었다.

"증권방송이 주가조작의 주범지로 꼽히기도 했는데, 실상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와는 거리가 먼 얘기인 것 같고 정말 그런 분이 있는 지도 모르겠고요. 저도 여기서 일하면서 알게 된 분들이 있는데 정말 열심히 하세요. 매일 방송하고 이를 위해 자료조사 및 종목 발굴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몇몇 물을 흐리는 분들도 있나본데 안타깝죠."

이와 함께 지금 한국투자증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증권방송이 외부 전문가와 회사 내부의 접점을 찾아 투자자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시도로 생각해 팀에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증권방송을 하고 있는 전문가 모두 계좌를 폐쇄해 선취매 같은 일은 불미스러운 일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을 보탰다.

◆대학 동아리 인연에 증권사 입사

"처음 주식과 인연을 쌓게 된 것은 대학 동아리에서였어요. 군 제대 후 복학했는데 마땅히 받아주는 동아리도 없을 것 같고, 다행히 투자동아리 회장이 해병대 선임이기도 했고 전공도 관련이 깊어 들어갈 수 있었죠."

대학 시절부터 증권사 입사를 염두에 뒀다는 김 팀장은 이후 유진투자증권 공채로 금융인으로써의 첫발을 내딛었다. 2009년 12월 입사, 이듬해부터 압구정 지점에서 브로커로 활동했다. 그해 3·4분기, 두 분기 연속 최우수사원에 뽑히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비결에 대해 그는 겸연쩍게 웃으면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답했다.

"비결은 없었어요. 그래도 곧이 비결을 찾으라고 하면 아버지 같은 지점장님을 만났던 것 정도요. 당시 지점장이셨던 이재용 지점장께서 많이 도와주셨죠. 또 그 지점에서 투자상담 하던 분이 있었는데 그분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진심 그분이야말로 재야의 고수셨죠. 그러면서 많이 배웠던 거 같아요."

중소형사에서 화려한 이력을 쌓았던 그이기에 소규모 증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 및 일선 지점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그는 주저함 없이 '신뢰'를 꼽았다.이어 "사측과 직원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면서 "고객 기반을 만드는 데 드는 절대적 시간을 이해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냈다.

◆"PBR 얘기 나오면 대형주 사세요"

3시30분 기상, 장중 6시간 방송. 이후 밤 11시까지 다음날 매매할 종목을 정하고 나서야 겨우 잠이 드는 강행군을 하고 있는 그에게 시장 전망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당분간은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까지 큰 박스권에 머물 거라고 생각해요. 2050포인트 박스권 고점을 돌파하면 추가적 상승도 가능하겠지만, 투자자들의 경우 신문에서 PBR(주가순자산배율) 얘기가 쏟아지면 대형주를 매수하고 2000선 근처에서는 매도하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김 팀장은 단기적으로 가장 주목해야 할 이슈로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를 꼽으며 앞으로 지수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바닥권에 있는 종목들이 움직이기에는 모멘텀이 부족하고 시장에서 괜찮다고 보는 중소형주들은 이미 오를 만큼 오른 상황"이라며 신중한 투자를 당부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못다 한 얘기가 없느냐는 질문에 잠시 망설이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털어놨다. 또한 자신을 믿고 따라와 주는 투자자들에 대해 책임을 느낀다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전문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췄다.

"말을 잘 했는지 모르겠어요. 항상 열심히 하려고 노력해요. 지금까지 온 것도 주변 분들이 많이 도와줬기에 가능했고요. 영업지점에서 일 할 때도 그랬고, 힘이 돼 주는 여자친구도요. 특히 회원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요. 한 투자자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믿는다고. 투자자들이 보다 높은 수익을 얻어 가계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