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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B·BS금융·대우조선…'融'못하는 당국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6.10 11:3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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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임칙서라는 중국 고관은 강직한 관리의 표상으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아편전쟁을 일으킨 원인 제공자로 짠 평가를 받기도 한다.

 당시 중국은 영국이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판 아편으로 심각한 국민 후생 문제를 겪고 있었다. 단속 업무에 들어간 임칙서는 청나라의 단속 의지를 의심하면서 버티는 영국 상인들을 물리치고 2만상자 분량의 아편을 압수, 폐기했다. 지나치게 강경하고 융통성 없는 정책으로 전쟁까지 불러왔다는 평도 일응 타당하지만, 황제가 흠차대신(전권을 위임해 황제가 직접 내려보내는 관리)까지 보낸 점을 생각해야 전제척 그림이 옳게 보일 것이다. 

아편을 이렇게 강력하게 단속한 것이 전쟁날 가능성을 도외시하고 저지른 무리수라기 보다는, 전쟁 유발 등 갈등 가능성을 감수하고서라도 처결하라는 황실의 의사를 인식한 초강수였다는 평은 그래서 나온다. 

근래 금융 당국이 각종 무리수를 남발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 섞인 평가가 여럿 나오고 있다.

"관(官)은 원래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며 관치 논란에 대해 응수한 고위 관료도 있었지만, 당국의 과도한 관치 논란은 한국 금융사에서 오래 반복돼 온 중요 이슈 중 하나로 어느 정도의 관치는 금융의 특성상 부득이한 면이 있다. 금융은 산업의 한 독립영역이라기 보다는, 산업의 윤활유 같은 조정 역할을 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으며, 금융을 한자로 표기할 때엔 金融이라고 해 녹을 융, 즉 곳곳에 녹아들어가 흐르면서 사회와 경제 전반을 지탱하고 이어주는 기능을 강조한다.

그런 중요 문제를 관계 당국에서 거시적 관점에서 어느 정도 콘트롤하려 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금융위원회와 공무원 조직은 아니나 넓게는 당국으로 부르는 이들이 많은 금융감독원 등이 지나친 관치성 행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국면에서 금융위쪽에서 임영록 당시 후보(지금은 회장 내정자가 된 인물)에게 지나치게 우호적인 발언을 했다고 해 구설수에 올랐다. 기자들이 질문을 자꾸 던지니 마지 못해 끌려간 정도가 아니라 의지를 갖고 한 발언이라는 풀이가 우세하다.

그런가 하면 금감원에서는 장기집권 폐단을 개선한다며 BS금융그룹에 회장 교체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해 논란이 불거졌다.

금융위가 공적자금 조기 회수를 위해 대우조선해양 지분 17.15%를 팔기로 하고 매각 주관사 선정을 위해 투자기관에 요청서를 돌리는 등 입찰공고를 냈다는 점도 시기를 잘못 골랐다는 비판 대상으로 부각된다.

자, 이제 살펴보자. 저 문제 사례들에 정확하고 추상같은 위엄을 갖고 '치'를 했다는 평가가 어울릴 것인가 그게 아니면 조정자로서 '융'하는 결정을 제때 한 수 뒀다고(근래 속언으로는 이를 '신의 한 수'라고 하는 모양) 할 것인가?

둘 다 아니라고 할 여지가 크다는 게 개인적 견해다.

우선 KB금융 차기 수장 인선 문제를 본다. 어윤대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면서 무슨 문제가 불거졌었나? 바로 전임 정권과 가까웠으니(MB맨 논란) 새로 바꾸자는 사실상 압박을 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그나마 공기업도 아니고 민간금융회사인데도 말이다. 그런 사정으로 다음 회장을 뽑아야 하는 상황에, 당국자가 또 개입성 발언을 하는 게 저 두 경우 중 어디에 해당할까?

또 이번에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밝힌 점도 걱정스럽다. 기업은행 지분을 팔겠다고 추진하고 있다는데, 같은 시기에 거론되는 이 문제와 달리 대우조선 건은 왜 우려를 살까? 물론 기업은행 지분 매각이나 대우조선 처리 문제 모두 당국의 자금 확보(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예산 확보)라는 배경이 있다. 하지만, 해운의 문제는 조선업계의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고, 경쟁사 STX조선도 구조조정이 예고된 만큼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특히 "왜 하필?"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부산은행과 대구은행간에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와중에 중요 대목 중 하나인 경남은행 매각 문제를 둘러싼 경쟁 국면이 형성되고 있는 점은 다들 익히 알리라 믿는다. 그런 상황에 부산은행 더 나아가 BS금융을 흔들면, 이건 DGB금융(대구은행)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파급 효과가 우려된다. 

부연하자면, 대구 지역 국회의원 출신인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 앉아 있는 상황에 이 같은 수를 금감원이 두면, 이는 대구와 경북 챙기기 아니냐는 의혹을 낳을 여지마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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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롭게 일처리를 하기를 하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논란 후폭풍을 감수하고서라도 해결을 지금 꼭 그 방법으로 봐야 할 경우이기를 한가? 그저 일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궁색한 해명으로 무마하기에는 파장이 너무 클 일들을 툭툭 던지는 것 같다.

임칙서 같은 강렬한 카리스마를 가진 금융 관료가 등장해서 치를 할 게 아니면 일단은 융 쪽에 초점을 둬 줬으면 한다. 관치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영원한 대책반장' 평가가 우세했던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시절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