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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키즈5060 ④] "실버사원 취업, 올해 더 힘들다" 노사발전재단 김대중 팀장

'좋은 일자리' 보다 '맞춤 일자리' 중요, 자신의 위치와 현실 깨달아야

이지숙 기자 기자  2013.06.07 08:5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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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00세 시대로 접어들며 실버사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은퇴는 곧 죽음'이라는 말처럼 은퇴 후 재취업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버렸다. 하지만 청년실업자가 넘쳐나는 요즘 '실버사원'을 바라보는 취업시장의 눈길은 차갑기만 하다. 계속되는 취업실패로 우울증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까지 생겨난다. 해결책은 없는 걸까.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교육상담팀 김대중 팀장을 만나 올바른 은퇴 후 재취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무조건적인 취업보다 인생설계를 통한 교육과 알선이 필요합니다. 2~3년 더 돈을 버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제 그분들에겐 남은 노후기간 동안 평생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김 팀장은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맞춤 일자리'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재 노사발전재단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에서는 일대일 상담을 기본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아주고 있다. 우울증, 불면증 등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치료도 마련돼 있다.

◆바뀐 환경에도 그대로인 '눈높이'

"중장년 재취업자들의 문제점은 시대와 환경이 바뀌었는데도 그대로인 눈높이입니다. 특히 40~50대는 약 30년간 일하며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했던 분들인 만큼 자신감이 있어 '지방은 안 된다' '부장급 이상' 등의 울타리를 칩니다. 또한 대기업 근무자들은 중소기업에 쉽게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아니거든요."

김 팀장은 퇴직자들이 '갑'의 위치를 완전히 버려야 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대기업과 다른 중소기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취업한 경우에는 2~3개월만에 적응에 실패하고 다시 센터를 찾는 경우도 빈번하다.

   김대중 팀장은  
김대중 팀장은 "전문가 양성을 위해 커리어컨설턴트 1,2급 자격증을 운영하며 내년에는 지역센터를 한군데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 조민경 기자
"대기업을 퇴직하신 분들은 중소기업 관리급을 많이 선호하는데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업무분장부터 다릅니다. 중소기업은 한사람이 담당해야 하는 업무도 다양하고 일당백 역할을 해내야 하는데 업무수행이 불가능한 것이죠. 또한 건실한 회사임에도 회사외관 등이 허름해 꺼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회사를 골라드렸는데 그런 이유로 퇴직하면 정말 허무하죠."

이에 노사발전재단은 고객과 상담을 통해 현실을 깨닫게 하고 취업 후 업무에 임하는 태도나 준비해야 할 부분을 자세히 알려준다. 컴퓨터 활용 능력이 부족한 분들은 컴퓨터 교육을 받게 하는 식이다.

◆"가장 큰 문제는 자신감 결여"

하지만 초반 자신감에 차 눈높이가 높았던 퇴직자들도 장기간 재취업에 실패하면 위축되기 마련이다. 지난해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 취업지원자는 약 1만7000명으로 이중 40%가 취업에 성공했다. 노사발전재단에 따르면 지원자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로 올해는 이미 지원자가 1만8000만명을 넘어섰다.

"높이 올라가본 사람일수록 퇴직 후 상실감, 박탈감이 큽니다. 예를 들어 1~2층(중소기업)에서 떨어지면 크게 다치지 않지만 10층(대기업)에서 떨어지면 사망하는 것과 같은 것이죠. 우리나라 노인자살률이 1위인 것 또한 이런 퇴직자들의 영향을 받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서 센터에서는 일대일상담, 그룹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룹상담은 '나보다 힘든 사람이 있구나'라는 점에서 많은 위로가 됩니다."

또한 그는 잘못된 교육프로그램을 지적했다. 시대에 따라 유행처럼 번지는 교육에 은퇴자들의 재취업이 더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유행하던 '바리스타 자격증' '웹디자인 자격증' 등은 은퇴 재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자격증을 이용해 취업한 케이스는 극히 드물었다.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유행에 따라 자격증 공부를 하고 그것을 살려 재취업을 하려고 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오히려 저희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취득한 자격증은 필요없다고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힘들죠. 잘못된 교육은 오히려 취업을 막고, 돈과 시간을 낭비할 뿐입니다. 휴식기간과 나이가 중요한 취업에 영향을 미치는 은퇴자들에겐 정말 치명적이죠."

◆'일대일 컨설팅' 중요성, 컨설턴트 확보 시급

성공적인 재취업을 위해선 컨설팅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김 팀장은 노사발전재단의 경우 전직지원사업을 시작한지 가장 오래된 기간인 만큼 어느 정도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만 현재 컨설팅 의뢰자들에 비해선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현재 노사발전재단에서는 약 100명이 은퇴 후 재취업 컨설팅에 참여해 상담, 교육, 취업알선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은퇴자들을 위한 취업지원센터가 다양하게 생겨나고 있지만 상담실이 마련되고 실제 대면상담을 진행하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모두가 심리상담과 교육 등의 중요성은 알고 있으나 여건이 되지 않는 것이죠. 컨설팅이 가능한 전문가 양성이 시급합니다."

이에 노사발전재단은 올해부터 '커리어컨설턴트 1, 2급' 자격증 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교육은 외부에 맡기고 시험감독은 노사발전재단에서 맡는 방식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은퇴자들을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은퇴자들 또한 올바른 인생설계를 통해 직업을 찾길 당부했다.

"은퇴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만큼 그들이 안정적인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또한 꼼꼼히 인생·경력설계를 해 자신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야를 찾고 그 뒤 필요한 교육을 받는 것이 제도적으로 정책돼야 재취업 실패를 줄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