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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키즈5060 ③] "눈높이 낮추기? 재취업 필수조건 아닙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김동준 수석 컨설턴트

기술인재지원·산학교수임용·산업체우수강사임용 등 한해 1677명 재취업…취업률 30%

최민지 기자 기자  2013.06.07 08:5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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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31년간 하루도 쉼 없이 직장생활을 해왔고, 그 회사에서도 11년간 정말 열심히 근무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젊은 56세 나이에 정년이라니…(중략) 바깥세상으로 나온 지 불과 2개월 사이에 겪은 쓰라린 두 번의 경험은 사회 실정도 모르고 좋은 조건으로 초빙하려는 회사가 많을 것이란 착각에 빠져 있는 나를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 중견전문인력 재취업 성공 수기집에서 발췌한 이 글귀는 은퇴 후 재취업을 준비하는 이 시대 아버지들의 초상이다.

2010년부터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가 본격화됐다. 지난날 이들은 수많은 경제성공을 이끌었던 핵심엔진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과거 영광을 청년들에게 전해줄 시기가 도래했지만 자식부양·부모봉양·노후준비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 아버지들은 아직도 '일'을 해야 한다.

취업포털 알바천국이 실시한 '중장년층 아르바이트 구직활동'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장년 구직자들이 은퇴 후 필요한 자금은 한 달 평균 192만3000원이다. 현재 가장 큰 관심사는 재취업으로 44.5%를 차지했고 2위는 은퇴 후 생활비(24%), 건강관리와 자녀 뒷바라지(15.7%)가 그 뒤를 이었다.

이처럼 퇴직을 앞둔 중장년층은 은퇴(隱退)의 사전적 의미처럼 사회활동에 손을 떼고 한가히 지낼 수만은 없다. 경제활동을 지속하며 인생 후반전을 시작해야 하지만, 막상 재취업하려니 현실은 단순노무·저임금·자원봉사에 치중됐다. 이에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는 양질 일자리 발굴과 재취업 프로그램 등을 통해 베이비부머 세대를 위한 올인원 재취업지원을 하고 있다.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는 구직자 경력상담, 이력서·면접 컨설팅, 창업정보교실, 재취업전략교육, 취업알선 등 올인원 재취업지원을 하고 있다. = 이지숙 기자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는 구직자 경력상담, 이력서·면접 컨설팅, 창업정보교실, 재취업전략교육, 취업알선 등 올인원 재취업지원을 하고 있다. = 이지숙 기자
◆현역처럼 일할 수 있는 직장 필요한데…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가 발족한 지 3년, 가입자 수는 작년대비 50% 증가해 현재 6000여명에 달한다. 매월 300~400명이 회원가입을 하고 경력상담 등 컨설팅신청은 월 10~20건에 이른다.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 따르면 구직신청 회원 중 4년제 대졸이상자가 81.1%, 30대 그룹 출신자는 20%를 차지한다. 이들이 찾는 재취업 직장은 단순 노무직이나 용돈벌이가 아닌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일자리이다.

김 수석은 "지자체 일자리센터를 가면 경비, 주차관리원 등에 한정되어 있다. 고학력, 대기업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직종을 소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향지원할 수밖에 없지만 무조건 눈높이를 낮추라고만 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는 산학협력중점교수 임용사업, 산업체 우수강사 임용사업, 기술인재지원사업, 리바운스 프로그램 등을 통해 양질 일자리를 발굴, 제공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작년 기준 온라인매칭 포함 취업연계사업을 통해 1677명이 재취업에 성공, 취업률 30%를 달성했다.

실제 대기업과 회계 관련 직종에 종사하다 퇴직한 62세 회원이 산업체 우수강사 프로그램을 통해 전라도 특성화고에 재취업했다. 김 수석은 "특히 60세 이상 분들은 내가 갈 수 있는 곳이 있느냐며 걱정과 고민이 많다. 그러나 그 분의 경우, 특성화고에서 취업지원과 특강을 맡고 계신다. 한 번은 점심을 사겠다며 연락 온 적 있었는데 연신 감사함을 표현해 뿌듯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프로그램이 성공으로 다다르는 것은 아니다. 두원공대와 업무협약 체결 후 물류전문가 과정에, 파주에 위치한 한 물류회사가 20명을 채용하겠다는 제안이 있었다. 대기업 퇴직자 대상으로 공모를 했었지만 단 한 명도 지원하는 사람이 없었다. 직무 자체가 단순노동이었기 때문이다.

◆중장년 업무성과는 만족, 채용확대에는 주저

기업들의 은퇴자 채용 인식도 재취업이 힘든 또 하나의 변수다. 작년 중장년취업에 대한 기업 인식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68.1%가 재취업한 중견인력이 회사 업무성과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79.7%가 중견인력 채용확대에 대해 소극적으로 답변했다.

이유로는 '나이가 많아 팀워크를 발휘하기 어렵다', '건강상 문제가 발생할까 염려된다', '업무효율이 떨어진다' 등을 꼽았지만, 결국 나이 부담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연결된 셈이다.

이에 김 수석은 "중소기업에서 중견인력이 필요한 대부분 경우는 청년층 대체인력이 아닌 관리자급으로, 예를 들어 새로운 사업부 수장, 대기업에 연줄 있는 사람 등을 원한다"고 밝혔다. 특정기업에 제품을 납품하는데 결정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소개시켜달라는 요청도 들어온다고 한다.

이어 "10년 이상 경력자 대상 채용공고는 100건 중 2건에 불과하다. 그런데 중소기업들이 외국인 근로자 쿼터를 받기 위해 밤 새워 줄을 서서 기다린다 하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30년 일했는데 직장체험? 실질적 취업으로 이어져야…

"시니어인턴사업 아이디어 원천은 청년인턴사업이었다. 청년들은 직장체험이라는 소득을 얻을 수 있으나, 충분한 직장체험과 경험을 가진 시니어들에게는 실질적 취업연계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김 수석은 이와 같이 말하며 중장년 통합일자리 정보망 구축·시니어인턴사업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기존에는 인턴 4개월간 임금의 50%(월한도 80만원)를 지급하고 채용 시 6개월간 월 65만원을 추가 지원했다.

그러나 김 수석은 "생계가 시급한 이들에게 월 80만원은 미비한 지원이며, 일부 기업은 저임금으로 우수인력으로 단기간 활용하는 기회로 악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인턴지원금액을 150만원까지 대폭 상향하고, 인턴만료 후 채용하지 않을 경우 지원금액 50%를 환수해 취업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 수석은 "상담을 하다보면 한강에 곧 찾아갈 것 같은 분들이 있다. 안개 속 미래에서 은퇴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를 찾는다"며 "중장년 재취업을 위한 대표 지원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