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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혼다 파일럿 오프로드 '하늘길 달리다'

가솔린 정숙성에 안전·출력 겸비, 오프로드도 포장길인 듯

김병호 기자 기자  2013.06.05 19:5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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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모터스포츠의 꽃이라면 당연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레이싱경기를 꼽는다. 하지만 이는 일상적인 생활과 함께 병행하기 힘든 면이 있었다, 즉 일반인들에겐 보는 즐거움만을 선사하는 동떨어진 세상 이야기였던 셈이다. 그러나 트렌드 변화로 모터스포츠 중에서도 레이싱 외의 다른 영역이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일상을 즐기고 주말에는 레저나 캠핑 등 가족과 함께하는 패밀리 문화가 확산되면서 모터스포츠의 하나인 오프로드 캠핑족들이 모터스포츠의 주류로 나서고 있다.

장대한 덩치, 육중한 몸무게를 자랑하는 미국형 SUV, '파일럿'은 지난해 말 국내 들어온 혼다의 볼륨모델 중 하나다. 대형 SUV의 지존답게 크고 묵직한 자태, 넘치는 힘을 뽐내는 파일럿은 단조로운 일상에 신선한 충격을 준다. 넓은 수납공간까지 있어 가족들과 짐을 꾸려 캠핑을 떠나기에도 좋은 파일럿을 타고 유명산 오프로드 코스를 달려 봤다.

패밀리형 SUV, 크고 넓은 '공간의 미학'

지난해 국내 입성했지만, 파일럿은 이미 해외에서 검증 후 사랑 받아온 모델이다. 현재 한국에 상륙한 파일럿은 북미에서 출시됐던 파일럿의 2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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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파일럿'을 타고 유명산 오프로드코스를 달리고 있다.  혼다코리아
파일럿의 첫인상은 남성미를 한껏 뽐내는 보디빌더를 연상시킨다. 크다 못해 장대하다고 표현되는 파일럿의 사이즈는 '주차는 어떻게 하지'라는 행복한 고민(?)마저 만든다.

먼저 큼직한 헤드램프는 정면 그릴과 나란히 배치돼, 보는 이로 하여금 더욱 넓고, 커 보이는 시각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 각진 라인에서 시작되는 큰 차체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디자인 요소가 가미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부드러운 곡선을 선호하는게 요즘 카딜링 문화의 추세지만, 보고 있으면 그 당당함과 사이즈, 군더더기 없는 라인이 타는 사람에게 묘한 자신감을 발산하고 있다. 리어부분은 박스 형태로 디자인돼 공간적인 여유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으며, 듀얼 머플 러는 뒤태를 더욱 안정감 있게 잡아준다.

파일럿은 1840mm의 전고에 전폭이 1995mm, 높은 차체만큼이나 가로길이도 넓어 균형적인 안정감을 주고 있다. 얼핏 보면 5000mm 길이는 나올법한데 4875mm로 생각보다 짧아 주차하는데 그나마 다행이라 평가된다.

실내 편의사항은 USB, 후방카메라 등 다양한 편의 사항이 기본으로 탑재됐다.

또 패밀리카로 유용한 장점들이 눈에 띈다. 공간 확보, 독립 공조시스템 등은 가족을 배려한 세심함을 엿볼 수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는 뒷좌석을 볼 수 있는 볼록거울까지 장착돼 있어 언제고 뒤에 앉은 가족들을 살필 수 있다. 아울러, 인체에 무해한 내장재 등을 사용해 뒷자리 아이들을 위한 배려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참고로, 뒷자리에도 어지간한 장신의 거구가 아니면 셋이 앉아도 충분하다. 아울러 6대 4의 풀 플랫 폴딩 시트 등이 레저장비를 싣거나 짐을 싣는데 편안함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파일럿의 트렁크 공간은 509L, 승차공간은 4324L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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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다코리아
차체가 넓은 만큼 센터페시아 공간도 충분하고 오디오나 공조기의 배치도 여유롭다. 기어레버는 센터페시아 중앙 왼쪽으로 배치돼 있다. 중앙에는 8인치 스크린이 장착돼 있으며 화면 앞쪽으로 터치식 내비게이션 버튼이 별도로 위치해 있다.

트렁크는 자동으로 개폐가 가능해 더욱 편의성을 높였으며, 리어범퍼 가운데 커버를 젖히면 2톤까지 끌 수 있는 견인장치가 설치돼 있다.

SUV 아닌, 차체 높은 가솔린 세단?

파일럿의 엔진을 평하자면, 매우 정숙하다는 평가에 별 5개를 주고 싶다. 아무리 휘발유(가솔린) 엔진이지만 대형 엔진인 만큼 소음과 진동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유난히 정숙성에 신경을 쓴 모습이다. 파일럿은 혼다의 독창적 기술인 ANC·ACM 시스템을 적용해 실내와 엔진 소음을 잡아주고 안락하고 쾌적한 주행을 돕는다.

이런 정숙함이 돋보이는 가솔린 엔진으로 오프로드는 물론 패밀리 캠핑카로 쓸 수 있는 SUV를 구현했다는 게 파일럿만의 특이한 포인트다.

액셀에 발을 얹어 본다. 파일럿의 힘은 2톤 차체를 무리 없이 끌고 나간다. 가속감은 묵직하게 계속된다. 말 그대로 치고 나가는 성능이 폭발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가속이 붙을수록 제한속도 이상의 무리 없는 주행이 가능하다.

유명산 오프로드 주행 중에 인상적인 것을 꼽는다면 파일럿의 서스펜션을 들 수 있다. 대형 SUV이고 높은 전고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너나 높은 바위, 비포장 길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애로사항 즉 차체가 쏠리거나 울렁거리는 문제점을 많이 잡아 줬다.

아울러 짧은 선회각을 자랑하는 파일럿은 좁은 길과 코너에서는 물 만난 고기와 같다. 하늘과 점점 가까워지는 유명산 오프로드는 파일럿과 함께 장관을 자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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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호 기자
고속주행에서도 파일럿의 무게감 있는 주행은 다운포스를 여지없이 발휘한다. 특히 파일럿은 VCM 기능을 통해 운전상황에 따라 3기통과 4기통으로 주행이 가능하다. 이는 고속주행 시에 효율적인 연료소모를 가능하게 만든다.

자동차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달리고 서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파일럿의 브레이크 성능은 초기 응답성이 매우 빨라, 급브레이크 시에도 안정적인 제동이 가능했다. 앞차와의 거리 확보는 드라이버 뿐 아니라 동승자의 안전을 생각했을 때 매우 중요하다.

산길에서 이 정도 매끄러운 주행? 도시에선 하늘길이겠네

파일럿은 대형 휘발유 엔진을 탑재하고 있으며, 3.5L V6 SOHC I-VTEC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이 엔진의 최고 출력은 257마력, 최대토크는 35.4kg·m의 힘을 발휘한다.

또 다른 파일럿의 가장 큰 장점으로 VTM-4 가변 제어 사륜구동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이는 주행상황에 맞게 전후 구동력을 배분해 차체의 균형을 최적으로 유지한다. 정속주행 시에는 후륜에 들어가는 힘을 조절해 연비와 효율성을 높인다.

오프로드에서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경우 사륜이 자동으로 구동돼 안전을 확보한다. 험로에서 리어 디퍼렌셜은 차동을 임의로 고정해 주파성을 더욱 높여준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오프로드까지 안전에 우선한 구동제어 시스템이다.

안전과 재미, 편의성을 겸비한 혼다 파일럿의 복합연비는 8.2km/L이며 가격은 489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