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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키즈5060②] 고집불통 '백발백수' 이유 있는 거부

'융통성 없다' 편견 못 깨…연륜·경험 장점으로 발휘할 때

노병우 기자 기자  2013.06.05 17: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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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우리사회에서 두드러진 사회현상은 바로 급속한 고령화와 맞물린 베이비부머 세대 퇴직문제다. 베이비부머(1955~63년생) 세대가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음과 동시에 대한민국 성장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들은 종전(終戰)의 어려운 여건에도 치열하게 내달리며 청춘을 보냈지만 이제는 현역에서 물러나 은퇴난민을 걱정할 처지가 됐다.

평균수명이 100세 시대를 맞은 오늘날 은퇴 이후 경제활동은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이다.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단순 생계유지를 위해 일터로 뛰어드는 베이비부머들이 더 많은 상황.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직장에서 시간을 보내던 베이비부머들은 어렵사리 재취업에 성공해도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환영을 받지 못하며, 안일한 업무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은퇴 후에도 꾸준히 일을 하고, 사회활동을 하는 건강한 베이비부머가 되기 위해선 어떠한 자세가 필요할까?

◆고지식하다는 '낙인'…태도변화 시급

#1. 미처 준비하지 못한 자신의 노후를 위해 전자기기관련 회사에서 일당으로 일하고 있는 A씨(남·61세). 평소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성격의 A씨는 자신보다 어린 기술자(30대)들의 설명과 지시가 언제나 불만이다. 주어진 일을 설렁설렁하는 A씨는 명령을 무시하고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설치된 기기의 전산오류가 발생해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2. 나무관련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B씨(남·65세). 결혼한 자식에게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 힘들지만 일을 하고 있다는 그는 업체 동료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일손이 모자라 한명이 두명의 몫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답답한 업무스타일에 직원들은 가슴을 치는 일이 자주 있다. 느린 행동은 기본이고, 그의 잦은 실수들은 똑같은 일을 두 번하게 만들었기에 동료들을 지치게 만든 것이다.

A 업체 관계자는 "재취업에 성공한 베이비부머들이 '미운오리 새끼'같은 존재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주장을 굽힐 줄 모르는 태도는 물론, 세상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낙인'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즉 '옛날에는 말이야. 우리 때는 말이야. 너는 지금 행복한 줄 알아'처럼 과거에 사로잡혀 있는 유형의 베이비부머들은 안정적이고 성공적으로 재취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부모로부터 경제적인 원조나 지원 없이 독립적으로 삶을 개척해 온 베이비부모 세대들은 부모 봉양과 동시에 자녀양육이라는 두 가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정작 본인의 노후준비는 제대로 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 프라임경제  
부모로부터 경제적인 지원없이 독립적으로 삶을 개척해 온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부모봉양과 동시에 자녀양육이라는 두 가지 사회적책임을 다하기 위해 정작 본인의 노후준비는 제대로 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 프라임경제
김대중 노사발전재단 전직지원본부 교육상담팀 팀장은 "중소기업 사람들은 보통 대기업 출신 퇴직자들에게 창의적이지 못하다, 체력이 약하다, 열정이 부족하다 등 선입견이 있는데 고용 후엔 그게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된다고 한다"며 "대기업 퇴직자분들의 과거 직장이야기를 잔소리로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요즘 베이비부머들은 젊은 층이 독점하던 직종에서도 활발한 구직 활동을 하며, 성공적인 재취업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치밀한 취업전략을 준비해야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옛날 사람들은 융통성이 없다'라는 편견을 스스로 깨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부분의 베이비부머들은 △직장생활 △가족부양 △자녀교육 등에 허덕이다 정작 자신들의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인 만큼, 재취업에 실패할 경우 곧장 빈곤층이나 다름없는 취약계층으로 떨어지기 십상이다.

결국 노후설계를 제대로 하지 못한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 하는 꼴이다. 더욱이 베이비부머들의 취업전선은 저임금 3D 업종에 많은 비중이 몰려있는 상황이며, 나이가 많은 자신을 받아주는 곳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적극적인 취업의사를 가지고 시작한 베이비부머들이지만 늘어난 수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노후준비, 청년실업 자녀들 뒷바라지를 위해 앞으로 닥칠지 모르는 상황을 그들은 준비해야할 의무가 있다.

◆초년병의 마음가짐…스스로 낮추는 자세 갖춰야

인생2모작을 향한 베이비부머들의 성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자존심을 버리고 경청하는 자세, 긍정의 힘을 믿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전 사회생활에서 누렸던 지위 따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을뿐더러,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고집을 버리고 사회에 발을 내딛는 초년병처럼 열린 마음으로 하나하나 배워야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김 팀장은 "상담과정, 기업 알선과정에서 재취업 후 직장생활에서 주의해야 할 부분에 대해 여러 번 강조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며 "그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기존 '갑'의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비부머들은 젊은 층에게는 없는 연륜과 경험이 존재하며, 그들은 △일할 의지 △일할 능력 △일할 필요성 등을 모두 갖춘 세대라고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그 장점을 잘 활용한다면 국가발전을 이끌어 갈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베이비부머들은 청년층 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규직 및 전문직만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재취업을 하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는 베이비부머들은 취업목적에 따라 생계를 위한 것인지, 은퇴 이후 자아실현을 위한 것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직종을 선택해야 한다.

최근 일하는 베이비부머 파워를 실감한 정부도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 대해 사회적기업의 지위를 부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나서고 있다. 기업 역시 비교적 낮은 임금으로 효율적인 노동력을 얻을 수 있어 일자리창출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베이비부머들은 자신들의 다양한 사항들을 고려한 후 일자리를 공략한다면 경제적인 도움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만족도 함께 얻어 마음이 풍성해질 가능성이 높다.

태어나 어릴 때부터 홀로 인생을 개척해야 했던 베이비부머.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옛말이 있듯이, 남은 인생이 희망이 될지 공포가 될지는 그들의 마음가짐과 퇴직 이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경제 호황기를 경험했고 종전까지 소비를 주도하던 베이비부머들이 '내가 왕년에 누구였는데'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실직의 고통 속에서 여전히 헤매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