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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가자격시험 답안공개 거부방침… 낡은 폐단 없애야

안유신 기자 기자  2013.06.05 1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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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자격증 수가 수천 개에 달한다고 한다. 자격증 홍수 시대다. 일자리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일테다. 자격증은 국가자격과 민간자격으로 나뉜다. 민간자격증 중에는 국가공인자격증이라는 게 있고, 한국산업인력공단(이하 인력공단)에서 주관하는 이른바 국가기술자격증은 475종목이나 된다. 국가자격증 연평균 응시자는 무려 125만명 정도(1차 필기시험 응시자 기준)될 정도로 국민들의 관심이 높다. 

기자는 최근 지인들과 사석에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는데, 인력공단에서 주관하는 각종 국가기술자격 검정시험에서 1차 필기시험의 정답을 공개하고 있지만 2차 실기(기술형 문제)시험 답안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응시자들이 이를 불편하게 여겨 인력공단 측에 문의하곤 하지만 "방침이 그렇다"는 정도의 답만 들을 뿐이라고 한다.

2차답안에 대한 정답을 모르기 때문에 응시자들은 학원강사들이나 각종 관련 블로그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렇다 보니 자격증 관련 사교육 시장에 이로운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인력공단에서 2차 답안까지 공개한다면 당장 몇 가지 뚜렷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응시자들로 하여금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그 동안 제출된 문항과 공단 측에서 내놓은 모범답안을 비교하면서 학원에 의존하지 않고 얼마든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란 얘기다. 아울러 고액의 학원수강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응시 후 정답을 찾아 헤매는 수험생들의 혼란도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 사회에서 자격증은 전공학위, 경력 등과 함께 전문성의 척도로 쓰인다. 때문에 남녀노소 많은 이들이 자격증을 소지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인다. 하지만 민간자격시험도 아닌, 국가기술시험의 답안이 공개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인력공단 측도 할 말은 있다. 2차 실기시험 답안 미공개 방침에 대해 공단 측은 법적근거로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1항5호’를 제시한다. 채점기준 및 실기시험 답안 공개와 관련, 답안을 공개하면 자격검증의 공정한 집행이 어렵고, 전반적인 직무내용을 습득하기 보다는 득점이 유리한 일부 부분만을 수험생이 공부를 하여 응시할 경우 자격시험의 변별력 유지가 어려워 국가기술자격검정의 수준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명분이 의미가 있다 하더라도 인력공단 측의 정답 공개 거부 방침은 옳지 않다. 인력공단이 주관한 시험문제에 대해 공단이 책임 있게 정답을 공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응시자들은 정답이 무엇인지 계속 모른 채 다음 시험 준비를 해야 할 것이고, 이런 상황이라면 많은 응시자들이 암기하기 쉬운 문제만 외워가면서 시험 준비에 임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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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자격증 응시자들은 대부분 일자리를 갖기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드는 이들이다. 그들에겐 사회의 친절한 안내와 손길이 필요하다. 변별력 유지와 국가기술자격의 수준저하 방지라고 하는 인력공단 측의 답안공개거부 명분은 일자리를 갈망하는 이들에게 전혀 친절하지 않은, 창고 속에나 집어넣어야 할 권위적인 전근대적 폐단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