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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옛 재경원 돈세탁방지법 논의와 우리은행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6.04 17: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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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당국이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돈세탁 협조와 중국 밀항 자금 인출 편의 제공 등을 문제삼아 우리은행에 기관경고 징계를 내렸다. 금융감독원은 4일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는데, 당초 문제의 우리은행 서초사랑지점에 대한 영업정지를 몇 달 내릴 것으로 알려진 바에 비하면 상당히 경감된 것이라는 풀이다.

이에 대해 이처럼 일선 점포를 영업정지하려니 법률 검토상 근거가 희박해 별 수 없이 이 같은 처분에 그쳤다는 후문이다. 그 대신 문제 점포의 간부 행원을 강하게 징계해 일벌백계로 삼았다.

이런 점을 보면 돈세탁방지법이나 돈세탁처벌법 같은 특별법이라도 따로 만들어야 하는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일찍이 우리나라는 금융실명제를 도입, 돈세탁의 큰 줄기를 차단했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이미 1995년 재정경제원 등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금융실명제 실시로 개인이 금융기관을 이용, 검은 돈을 양성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지만 '고객이 금융기관 임직원과 손을 잡고' 변칙 또는 비정상적으로 회계처리를 할 경우 돈세탁이 여전히 가능하다는 우려가 있었다.

미래저축은행 관련 논란에서 보듯, 김 전 회장의 돈세탁 역시 은행 관계자의 도움에 의한 것이었다고 요약할 수 있다.

행원과 짜고 돈세탁을 할 수 있는 경우의 예를 들어 본다면, 과거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한 검찰수사에서도 드러났듯이 은행쪽에서 고객과 짜고 수표를 다른 고객이 입금한 것과 맞바꾸는 등으로 처리하면 수표의 추적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수표로 입출금하면서 현금이 거래된 것처럼 처리하거나 수표간 대체거래를 현금거래로 위장하는 등의 돈세탁 방법도 사실상 이미 금융실명제 도입 초기에도 논의됐던 것들이다.

지금으로서는 더욱 복잡하게 일을 꾸밀 진화의 가능성도 높다고 할 수 있다.

과거 재경원은 이런 돈세탁의 문제(은행쪽에서 가담한 돈세탁)에 대해 검사의 기법들을 개발하는 한편, 행원 등이 돈세탁에 개입할 때 처벌 규정을 대폭 강화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일명 돈세탁방지법을 폭넓게 구축하자는 의견은 금융거래 전반에 영향을 미쳐 금융시장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신중론의 벽에 부딪혔다. 그래서 현재의 징계규정이나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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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의심스러운 금융의 거래를 당국에 보고하도록 돼 있는 게 주안점이고 조문도 많지 않은 간단한 법이어서, 진정한 돈세탁처벌법이라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이번에 우리은행의 돈세탁 계좌 개설 문제 그리고 해당 점포를 영업정지시킬 근거마저 모호한 상황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보면, 이미 약 20년 전인 이때 정말 강한 돈세탁처벌법(돈세탁방지법) 규정들을 만들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옛 재경원 관계자들의 생각은 지나치게 순진했던 것 같다는 점이 판명난 셈이라 씁쓸하다. 늦었지만 재검토를 요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