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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탐방 32] "폐가구 새 것으로 바꿔드려요" 문화로놀이짱

물건 애착심 강화 노력…향후 다른 지역 '놀이짱2' 만들 예정

김경태 기자 기자  2013.06.04 16:3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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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가구를 버리는 법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동사무소에 신고한 뒤 스티커를 구입해 붙이면 바로 버릴 수 있었지만 이제는 따로 배출신고를 해야 하고, 버리는 가구의 종류나 크기에 따라 비용도 다르게 지불해야 한다. 낡은 가구를 가지고 있자니 고민, 버리자니 그것도 고민이 돼버린 셈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가운데 낡은 가구를 재활용해 새로운 가구로 재탄생시키는 곳이 있어 눈길을 끈다. 사회적기업 '문화로놀이짱(이하 놀이짱, 안연정 대표)'이 바로 그곳. 그들이 만들어내는 마법의 가구를 들여다봤다.

국내에서 버려지는 폐목재는 대부분 집에서 쓰던 가구다. 가구폐목재 양은 연간 200만톤에 달하며, 서울시에서만 약 16만톤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놀이짱은 가구를 처분할 의사가 있는 각 세대에 직접 방문해 수거하거나 쓰레기 집하장을 방문해 질 좋은 원목 자재를 선별해 분리작업 또는 재설계를 통해 새로운 가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안 대표는  
안 대표는 "놀이짱은 주문 가구를 의뢰받아 수리 하기 때문에 인기가 무척 많다"고 자랑했다. = 최민지 기자
안연정 놀이짱 대표는 "요즘은 가구가 고장 나거나 오래돼서 바꾼 다기 보다 싫증나서 바꾸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며 "이렇게 버려지는 원목가구들은 좋은 재료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충분히 재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소각되고 버려지는 폐가구 자재를 재활용해야겠다는 생각에 재활용 시장을 만들어보기도 했지만, 일시적 이벤트에 그친다는 한계에 접어들었다. 이후 지역민들과 고민을 나눈 안 대표는 2009년 노동부주관 소셜벤처대회에 출전해 당당히 수상, 이듬해 2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안 대표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전했다.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내용이 표시되면 되는데 우리는 폐기되는 목재를 재활용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일을 한 것이죠. 그리고 놀이짱과 함께하는 10명 중 5명이 경제적 취약계층이니 모든 요건을 갖췄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물·전기도 없던 불모지, 활력 넘치는 공간 변신

안 대표는 자신이 가구를 직접 만들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그는 10대를 위한 문화기획자로 10여년 가까이 문화기획연구소와 하자센터 내 문화기획자 과정 등을 이끌어 오며 직접 경험하는 것만큼 큰 경험은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러다 생각해낸 것이 도서관의 개념의 '공공작업장'이었다. 하지만 이런 작업장을 꾸리려면 다양한 재료를 모을 창고와 넓은 작업장이 필요한데, 이만한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놀이짱의 모든 공간은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어져 있지만 나름대로의 멋이 서려 있다. = 최민지 기자  
놀이짱의 모든 공간은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어져 있지만 나름대로의 멋이 서려 있다. = 최민지 기자
버려진 공간이나 시·구에서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찾아다닌 끝에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 부근의 버스주차장을 어렵사리 만났다. 버스주차장으로 쓰이기 전까지 쓰임새가 거의 없었던 곳이었기 때문에 공간을 넓게 활용하기엔 부족함이 없었지만, 물이나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그야말로 도심 속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정말 막막했어요. 공간을 겨우 구했는데 건물도 없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작업을 도저히 할 여건이 안됐죠. 하지만 홍대 근처에서 문화 예술을 기획하면서 함께 했던 예술가들과 친구들이 컨테이너를 올려 사무실을 만들고, 쓰지 않은 공구들을 하나 둘 모아 놀이짱을 만들어 냈습니다. 정말 무에서 유를 창조한 느낌이랄까. 필요한 것을 우리의 손으로 직접 작업했기에 애착이 생기고, 이렇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동력이라 생각해요."

이렇게 조금씩 터를 잡기 시작한 놀이짱은 '명랑에너지발전소', '작업장', '자재창고', '수리병원' 등 여러 활동 영역을 새롭게 구축해냈다. 

◆"아픈 가구 수리해 주세요"

놀이짱 역시 기업이기 때문에 수익을 내야 한다. 하지만 안 대표는 놀이짱의 수익구조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된 지 3년, 꾸준히 매출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문 가구를 의뢰받아 제작하기 때문에 인기가 좋아요. 처음에는 개인 주문자들이 의뢰를 많이 했는데 지금은 공간작업이나 지속가능한 시설물을 만드는 것까지 의뢰하고 있죠. 그리고 우리가 만드는 교육프로그램 역시 빼놓을 수 없죠. 보통 하루 이틀 만에 모두 마감되니까요. 교육프로그램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 안에서 만들기를 직접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학생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하고 있어요."

   놀이짱의 자재창고에는 폐가구가 수북히 쌓여 있고(좌측 상단), 수리를 하는 곳이나 제품을 만드는 곳에서는 모두 열심히 가구를 만들고 손질하고 있었다. = 김경태 기자  
놀이짱의 자재창고에는 폐가구가 수북히 쌓여 있고(좌측 상단), 수리를 하는 곳이나 제품을 만드는 곳에서는 모두 열심히 가구를 만들고 손질하고 있었다. = 김경태 기자
놀이짱은 폐가구를 수거뿐 아니라 고장 난 가구를 고쳐주는 캠페인도 하고 있다. '내 곁에 있는 아픈 가구들을 수리해 주세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봄부터 가을까지 한 달에 한 번 구청 앞에서 '수리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렇게 고장 난 가구를 수리하다 보니 우리 곁에는 많은 해결사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새로운 물건으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충족시켜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젊은 세대까지 자신의 물건에 애착을 갖게 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원목가구' 비싸다는 생각 버려야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은 아직도 물건을 고쳐 쓰는 것에 익숙합니다. 그래서 처음 가구를 수리해 준다고 했을 때 제일 반긴 사람들이 어르신들이었죠. 이렇게 조금씩 고치다 보니 지금도 다양한 방면의 해결사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그 해결사들과 함께 여러 가지 물건들을 고쳐주는 '종합병원'을 만들어 무엇이든지 수리할 수 있도록 했죠."

안 대표는 폐가구를 수리해 사용하는 풍토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근본적인 사고방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환경과 인체에 좋지 않은 가구를 많이 이용하는 이유는 원목가구가 비싸다는 의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안 대표는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원목가구는 수작업으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인체에 무해하고,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과거 우리 선조들의 생활공간인 한옥이나 가구를 예로 들었다.

마지막으로 안 대표는 "향후 놀이짱 2호점을 다른 지역에 설립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먼저 하반기에 새로운 제품으로 더 많은 지역주민들과 함께 할 것"이라며 "우리가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