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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우리은행,연세대 영업戰 하나銀에 밀리나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6.04 07: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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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민의 정부' 시절이니 그렇게 오래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A양은 장학증서를 들고 교내의 연세지점에 종종 방문했습니다. 장학금은 종류에 따라 액수도 다르지만, 고지서 자체에 감면되어 나오는 경우도 있는 한편 꼭 무슨 상장이나 자격증처럼 생긴 증서와 고지서를 갖고 지점에 방문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A양의 경우는 그러니까, 일종의 '어음'을 들고 은행 영업점에 가서 현금으로 바꾼 다음, 이걸로 등록금 수납 처리를 하는 구조였던 겁니다.

그런데 어느 학기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못하지만, A양이 내민 증서와 고지서를 받아든 행원이 "계좌에 입금을 잠시 했다가 출금을 하겠는지?"를 물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처음엔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들었다고 하는 A양. 그 행원의 이야기는 그래도 학생으로서는 큰 돈이고, 더욱이 장학금으로 번 것이니 통장에 (잠깐이라도) 원하면 입금 기록을 해 주겠다는 소리였다고 합니다. 쿨한 A양은 "어차피 잠시 후에 다시 뺄 돈, 무슨 그런 번거로운 짓을…"이라고 생각했다고 하는데, 나중에 회사를 다닐 때쯤에야 그게 얼마나 번거로운 일처리이고(그쵸, 일을 두 번 하는 건데요) 사기 진작 차원의 배려였는지를 깨달았다고 합니다.

어지간한 규모의 대학엔 구내에 입점한 은행 지점(혹은 출장소)이 있습니다. 한 번 입점하면 학생증(을 겸한 IC카드) 발급 등 고정적인 영업 창출이 되기 때문에 경쟁도 치열합니다. 심지어 경쟁은행들에게 이미 주요 학교들의 구내 점포 영업권을 선점당한 국민은행으로서는 학교 '근방'에 락스타존이라는 특화점포를 열어 학생들을 유혹하고 있지요.

즉 교내의 지점이라고 해도 영업이라는 측면에서 관리를 하는 것이라서, 많은 상품을 유치하는 게 좋은 것이지 그에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학교측에서 원하는 "이거 해 달라 저거 해달라"하는 잡일들은 달갑지 않을 겁니다. 저런 장학금 수납 처리는 보통의 입학금이나 등록금 전자수납과 달라서, 수수료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창구직원 인력만 잡아먹는' 최악의 아이템인 셈이지요.

하물며 저런 업무뿐이겠습니까. 고 김대중 대통령 시절까지만 해도 그래도 학생들 상대한다고, 그렇게 번거로운 일처리들을 친절히 (혹은 업무상 정해진 이상으로) 해 줬고 A양처럼 지금도 졸업생 중에는 그런 기억을 갖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간만에 연세지점 영업점 내부를 본 동문들은, 다른 시중 영업점들처럼 구조와 분위기가 바뀐 게 아닌가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다고들 합니다.

바로 '빠른 창구'가 활성화된 것인데요. 은행마다 창구의 명칭이 제각각이고 그쪽에 근무시키는 (비정규)직원의 명칭도 다르지만(로즈행원 등) 단순한 업무 처리만 맡기는 창구들을 따로 둬 이쪽에서는 서서 일처리를 스피디하게 하고, 대신 시간 할애가 많이 필요한(고수익을 낼) 고객은 의자 창구로 구분해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패턴 자체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닙니다. 그런데, 학교 안에서야 원래 엄청난 고객간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는 게 상식인데요. 연세지점 행원들 스스로가 "주고객이 학생들이라 펀드를 들어도 보통 거치식 펀드는 안 들고 적립식으로 한다"면서 굳이 뭘 이렇게 해 놓은 건지 큰 논리적 배경은 부족해 보입니다. 공간이 넓어서 뭔가 변신을 주고 싶어 그랬는지 모를 일이지만, 동문들이 간만에 찾아와 보기엔 좀 당혹스러운 모습이라는 평입니다.

동문들 뿐일까요. 현재 다니는 재학생들이 새로운 환경 자체에 원래 그냥 그런가 보다 느끼지 않겠느냐구요.

   우리은행 연세지점을 찾은 고객 중 하나가 선 채로 일을 보고 있다. = 임혜현 기자  
우리은행 연세지점을 찾은 고객 중 하나가 선 채로 일을 보고 있다. = 임혜현 기자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오래 전엔 그렇지 않았는데, 학교에서 구내에 경쟁 은행을 하나 더 입점시킨 것이지요. 하나은행 연세대출장소가 정문에 가까운 곳에 들어와 떡 버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축제기간 등등에는 와삭바삭 홍보 등 온갖 공격적인 패턴을 펼치며, 학생회관을 본거지삼아 우리은행 연세지점이 그간 쌓아온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후발주자답게 여러 홍보 아이템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도 그렇지만, 이 하나은행 출장소엔 오히려 빠른 창구가 없는 점이 눈에 띕니다.

하나은행 자체가 과거 빠른 창구 비정규직원의 처우 문제로 말이 많았던 곳인데 말이지요.

   하나은행 연세대출장소는 빠른 창구(의자가 없는 창구)를 두지 않고 있다. 규모상 이렇게 배치한 데 그치는 것인지 고객들의 정서를 생각해 의식적으로 배치하지 않은 것인지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이 은행이 빠른 창구를 적극적으로 활성화했던 후발주자임에도, 아직 경제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학생들을 상대하는 점포에서는 이런 구분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반응은 나쁘지 않다. = 임혜현 기자  
하나은행 연세대출장소는 빠른 창구(의자가 없는 창구)를 두지 않고 있다. 규모상 이렇게 배치한 데 그치는 것인지 고객들의 정서를 생각해 의식적으로 배치하지 않은 것인지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이 은행이 빠른 창구를 적극적으로 활성화했던 후발주자임에도, 아직 경제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학생들을 상대하는 점포에서는 이런 구분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반응은 나쁘지 않다. = 임혜현 기자

이는 냉정히 해석하면, 그냥 규모가 작은 점포라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하나은행 연세대출장소는 창구 번호가 넷까지만 있음), 우리은행 연세지점이 지나치게 서서 일을 볼 고객(학생) 처리 용도로 비율상 많은 창구를 만들어 놓은 것처럼 보이는 것과 비교하면 문제가 될 대목입니다. 그야말로 일반 영업점인 하나은행
   연세대 구내에서 홍보 활동으로 학생들 눈길을 끌고 있는 하나은행 행원들. 하나은행에서는 연세대출장소가 연세대 신촌캠퍼스에 진출, 우리은행 연세지점과 경쟁 중이다. = 임혜현 기자  
연세대 구내에서 홍보 활동으로 학생들 눈길을 끌고 있는 하나은행 행원들. 하나은행에서는 연세대출장소가 연세대 신촌캠퍼스에 진출, 우리은행 연세지점과 경쟁 중이다. = 임혜현 기자
여의도지점만 해도, 빠른 창구는 2개뿐입니다. 일반과 외국환 등을 모두 통틀어 8석 이상의 창구를 두면서 빠른 창구 둘을 조심스럽게 두는 것도 어쩐지 돈만 아는 은행처럼 보일진대, 학생들을 상대하는 지점이 오히려 이런 점에서 더 노골적인 양 보인다면 그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차라리 저쪽 하나은행이 어쩐지 마음이 편하고 낫다고 생각할 학생들이 생긴다면, 그 동안 온갖 잡무를 처리하면서 입점해 있는 영업상 이익에 금이 가는 상황이 올 겁니다. 인하대였던가요, 우리은행이 갖고 있던 영업권을 하나은행에 넘기고 철수하게 된 적도 있었는데요. 이렇게 영업전에서 점포를 뺏고 뺏기는 것이야 '병가지상사'일 수도 있겠지요. 다만 한 캠퍼스에서 마주보고 두 은행의 두 점포가 경쟁을 하고, 그 와중에 학생들이 뭔가 섭섭하고 불편하게 느끼게 해서 혹시나 경쟁은행의 작은 출장소에게 밀리기 시작한다면 이는 초연할 수 없는 문제일 겁니다.

예전에 영업할 시간을 할애해서 학생들을 살갑게 대해주던 행원들은 어디에 있는지, 우리은행의 교내 지점이나 출장소들은 구조나 업무패턴을 짤 때 고려해 봤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