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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률 70%?" 시간제 일자리, 아웃소싱 활용 필수

'알바' 수준 단순노동 아닌 직무전문성 인정해야

김경태 기자 기자  2013.06.03 18:3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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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시간제 일자리'가 이슈로 부상했다. 지난달 2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시간제 일자리가 종일 일하는 것이 아니라서 제대로 된 일자리가 아니지 않느냐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있는데, 선진국을 보면 그런 일자리가 굉장히 많고 그 일자리들도 좋은 일자리"라는 발언이 나오면서 이슈의 크기는 더욱 커졌다. 이를 두고 일어난 논란과 관련 '시간제 일자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살펴봤다.

'시간제 일자리'의 정식 명칭은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다. 고용노동부 위탁을 받아 노사발전재단(사무총장 문형남)이 지난 2011년 처음 실시한 사업으로 현재 시간제 노동자는 모두 170만1000명에 이른다.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는 사업주가 근무체계개편, 새로운 시간제 직무개발 등을 통해 시간제 일자리를 새로 창출해 근로계약 기간의 정함이 없는 상용직 기간제 근로자를 새로 고용해 임금·복리후생 등 근로조건에 차별이 없으며, 동 사업 지원요건에 부합하는 할 때 인건비 일부를 정부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이 사업은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 개념이 아닌 정규직을 채용한다는 점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는 점에서 최근 정부가 말하는 고용률 70% 달성에 가장 적합하다.

◆노사정 일자리 협약…시간제 일자리 확산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시간제 일자리'가 굉장히 많고 그 일자리들도 좋은 일자리"라며 "하루 종일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일을 구하는 사람들 형편에 맞도록 하고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성 경제활동 제고를 위해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제시했다. ⓒ 청와대 캡처  
박근혜 대통령은 여성 경제활동 제고를 위해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제시했다. ⓒ 청와대 캡처
이에 맞춰 노사정위원회는 같은 달 30일 '노사정 일자리 협약'을 최종 타결했다. 국민 누구나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노사정이 협력해 기본적 근로조건이 보장되는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이를 통해 고용률 70% 달성과 중산층 70% 복원의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노사정은 고용이 안정되고 불합리한 차별이 없으며 기본적 근로조건이 보장되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확산에 적극 협력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무원부터 양질의 시간제 근로를 확대하고 공공·민간부문에서 양질의 시간제 근로자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직무컨설팅 제도 등 지원방안을 강구했다.

먼저 가사·간병 등 공공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대폭 확충하고 종사자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또 일·가정 양립을 위해 육아휴직을 보장하고, 이에 따른 업무 공백 때 대체인력을 적극 활용해 근로자의 직장복귀와 고용유지를 지원키로 했다.

이와 더불어 노사정은 현재 남성·전일제 장시간 근로 관행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고용률 70% 달성이 어렵다고 보고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확충과 함께 근로시간 단축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노사정의 양보와 협력 의지가 결집된 것이 이번 일자리 협약"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앞으로 노사정이 합심해 기업의 성장과 투자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 창출 기반을 조성하며 장시간 근로 개선과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확산, 60세 정년제 연착륙을 위한 임금체계 개편, 비정규직·저임금 일자리의 질 개선 등을 차질없이 이행할 것"이라는 다짐을 보탰다.

◆정책급조 대신 폐해시정 선행돼야

이렇게 이번 '일자리 협약'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지만,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이 충분했는지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협약은 우리 사회의 일자리 문제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에 이르기 위해서는 노사정 간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했지만,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번갯불에 콩 볶듯 노사정이 서둘러 체결까지 매듭지었다는 것이다.

심상정(진보정의당, 환경노동위원회) 의원은 "일자리 문제에 있어 정부가 추진하는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현재 고용시장의 폐해를 시정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그 중 장시간 노동문제는 시급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시간 노동문제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측면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차원에서 접근돼야 한다는 데 여야 정치권 모두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MB정부도 장시간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정책을 추진했지만 민간에 미친 파급효과 없이 공공부문 시간제 일자리만 늘어났다.

이와 관련 심 의원은 "월 평균 65만원에 불과한 170만 시간제 노동자의 수를 더 늘리는 것보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고용을 안정화하는 대책이 적극 추진돼야 한다"며 "이런 노력이 함께 수반돼야 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제도의 실효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제약 줄이고 엄격한 잣대 적용

시간제 일자리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 먼저 두 가지 전제 조건이 수행돼야 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시간제 일자리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노사발전재단 관계자는 "시간제 일자리는 거의 알바 수준의 단순노동을 하고 있는데, 시간제 근로자들은 정규직이기 때문에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직무가 개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직무에 대한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 관계자는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동일한 급여를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한 연장선상에서 시간제 일자리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업종으로 아웃소싱업종이 떠오르고 있다. 콜센터나 파견근로는 정규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파트타임 근로자들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간제 근로자가 필요하지만 실제 도입 문제에서는 기업 등이 눈치를 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바로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제도적 제약이라는 한계가 실무상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간접고용된 시간제 근로자가 사용업체의 요구에 의해 퇴사를 하게 되면 벌금이 적용된다.

아웃소싱 업계 관계자는 "우리도 시간제 일자리를 활용하고 싶지만 우리가 퇴사시킨 것이 아닌데도 벌금이 적용되는 것이나 경력자를 다시 채용하고 싶지만 1년이 지난 후 채용할 수 있다는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활용하기 힘들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나 시간제 일자리가 지원금을 주고 시행하는 사업이다 보니 법적인 제약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실제 시간제 일자리 사업을 이용해 지원금을 부당 수급해 가는 업체가 있어 정부의 고민이 깊다.

시간제 일자리가 사회에 확실히 정착하기 위해서는 제약은 줄이고, 악용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법적인 잣대를 엄격히 적용하면 보다 빨리 넓게 확산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와 업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