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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에 임영록? '위대한 반대자' 전멸사태 한국금융

김정태 전 행장 같은 강골기질 코디네이터 없어져 문제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6.03 15:4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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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지난 1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KB금융 차기 회장에 관료 출신인 임영록 KB 사장이 거론되는 상황에 대한 반응을 떠 보는 기자들에게 상당히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 여기에 신 위원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발언까지 곁들였다. 세계적인 금융기업인 씨티 수장도 관료 출신이라는 것.

거칠게 요약해 평가하자면, 그의 논리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이는 미국의 금융과 관료 체계가 서로 '호환'이 되다시피하는 개별 국가의 속성을 무시하고 한국의 이번 사례에 무리하게 아전인수를 한 면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 많은 관료들이 시중의 금융 행보에 대해 콘트롤을 시도해 왔지만 관료가 민간의 금융기관 수장으로 가는 것은 전체적으로 볼 때 이례적이라 할 만 하고 일부 관료 출신이 자리에 진출한다고 해도 이는 감사 등에 낙하산으로 가는 게 일반적이었으며 근래 비판론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반대의 경우도 찾기 힘들다. 오히려 장기영 전 한국일보 사주가 경제관료로 간 경우는 주목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그의 주장대로 양쪽이 대등협력관계로 오간다는 미국식과 바로 비교해 보기엔, 한국의 관치 더 적나라하게 관존민비 풍토가 작용해 온 한국 금융과 관료층 사이의 관계는 갭이 크다.

이런 상황에 임 사장에 지나치게 호의적인 발언을 당국자가 내놓은 점은 박근혜정부의 금융을 바라보는 시각이 금융 홀대를 넘어서서 오히려 MB정부 시절보다 더 극심한 관치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는 풀이마저 유도한다.

당국 '고배당자제론' 반박, 어윤대 이후 희망인물이 行試출신?

물론 지금 차기 회장 인선의 단초가 된, 즉 이번에 물러나게 된 어윤대 현 KB금융 회장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다만 어 회장의 경쟁자들과의 성적 비교를 한 최근 어느 연구결과를 보면,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등이 이끌던 하나금융 등에 비해 내실있는 성장을 이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배당을 자초했다는 평은 물론 있으나, 이런 점은 시중은행 및 금융그룹의 자율성이라는 점에서 반대급부를 신경써 해석할 필요도 있다. 2011년 5대 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서 당국이 대형 금융지주사 회장들에게 "은행 건전성을 위해 고배당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을 때 이에 외국인 주주들의 설득 문제 등을 거론하며 문제점을 지적한 이가 어 회장이었던 점은 특기할 만 하다. 

당국 시책에 반대하던 이가 물러나는 자리에 '리스크 테이커(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용감한 수장)' 대신 행정고시 출신의 임 사장도 가능 운운하는 당국의 태도에 시장 특히 외국인들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병덕 국민은행장이 행사장에서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과 환담하고 있다. 민 행장은 국민은행 노조에서 차기 KB금융 회장감으로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무색무취하다거나 당국 압력에 대항하기엔 약하다는 문제점이 거론되고 있다. ⓒ 국민은행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국민은행 노조가 차기 KB금융 회장감으로 선호한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당국 압력에 대항하기엔 약하다는 등의 문제점이 거론되고 있다. ⓒ 국민은행

임 사장과 함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민병덕 국민은행장의 경우 무색무취해 당국 압력에 일정 부분 KB의 몫을 지켜낼 방패가 되기 어렵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더욱이 자잘한 것까지 직접 챙기는 데 치중한다는 뜻의 '민 주임'이라는 별명마저 나돈다.

최기의 현 KB국민카드 사장도 4명의 후보군에 들어가는데, 최 사장은 직접 조직 지휘를 해 본 경험이 약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히나 다른 큰 과락 항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부연하자면, 우리금융그룹의 수장감으로 낙점된 이순우 현 우리은행장 역시 민영화가 매듭지어지면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하나, 기본적으로 용감하게 뜻을 피력하기 보다는, 민영화의 빠른 진행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 데 행보의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데 이견이 거의 없다.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은 최근 탕평인사를 야심차게 단행했지만, 신한카드 노조가 인사안에 반발해 사장 내정자를 거부하는 바람에 체면이 깎였다. 그나마 비토 사태가 조기에 봉합돼 최악의 상황은 피했는데, 한 회장이 인품 등에서는 인정을 받고 있고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고있지만 라응찬 전 회장의 시대 같은 본격적 장악력을 갖춘 인물이 다시 등장하려면 신한금융그룹엔 시간이 더 필요할 수도 있어 보인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포스트 김승유'의 시대적 바통을 이어받은 상황에 정치적으로 빚진 것이 없어 제 목소리를 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외환은행 인수 후 시너지를 내는 문제를 빨리 매듭지어야 하는 데 에너지를 많이 뺏기고 있다. '우량한 데릴사위를 데려다 놓고 제대로 콘트롤 못하는' 상황을 어서 해결 못하면 그룹 전체의 성장 예정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순수한 민간회사인 KB에까지 행시 출신이 낙점되면, 지금 당국의 전횡에 맞서 제 목소리를 낼 거물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 김정태' 말고 '국민 김정태' 아쉬운데, 인물 못 키우는 한국 금융지형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 ⓒ 국민은행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 ⓒ 국민은행
사정이 이렇다 보니, 카드 문제 국면 등에서 제 목소리를 내던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김 전 행장은 통합 국민은행장이라는 상징적 타이틀로도 주목받은 인물이지만, 주택은행에서 발휘한 뱅커의 실력과 증권사에서 일했던 감각·배짱을 아쉬워 하는 이들이 많다.

그가 징계를 받은 사안은 논란 끝에 문제의 핵심 줄기가 사법적 판단으로 가는 상황까지 갔는데, 당국의 견제가 지나쳤다는 평은 이때에 앞서 이미 그의 낙마상황부터 나온 바 있다.

증권과 은행업을 아우르는 전문성과 문제의 통섭적 해결 능력, 두 조직의 통합을 아우른 코디네이션 역할 등을 보면 그를 한국 금융의 롤모델로 조명할 필요가 높은데 너무 일찍 낙마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 전 행장이 두 조직을 통합하는 당근으로 연봉 높여주기를 했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통합 전 주택과 국민 두 은행의 연봉과 통합 이후의 연봉 조건을 비교하면 이런 문제제기는 일응 타당하다.

다만 현재는 금융그룹 조직의 수장 연봉을 공개하는 쪽으로 제도 변화가 이뤄지고 있고, 큰 금융기관의 경우 외국인 주주의 견제 혹은 연금공단 등의 감시를 받으므로 경영의 전횡을 하기가 이전보다 어렵다는 점에서 현재 김 전 행장 같은 이가 역할을 한다면 '실보다는 득이 되는 점이 큰'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국의 금융지형이 그런 거목이 자라기에 적절치 않다는 안타까운 평을 하는 이들이 적잖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현재 새로운 관치 논란은 어떤 형식으로든 시장, 특히 해외 투자자들에게 해명을 하고 변화를 가져가야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