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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상담사②] 몽골어-한국어 모두 상담가능 '박기현 혹은 엘 벡바야르'

외국인종합안내센터 호흡의 달인 명물, 비법은 '강의노트'

조국희 기자 기자  2013.06.02 16:4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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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 미국 시민권자 할아버지와 상담했던 내용들이 아직도 생각나요. 65세가 넘으면 복수국적이 허가된다는 말을 듣고 기뻐하시던 목소리와 출입국 본부 사이트에 저를 칭찬하는 글까지 올려준 글로부터 깊은 감사와 많은 깨달음을 얻었어요.

법무부 산하 외국인종합안내센터에서 처리한 훈훈한 사례 중 하나다. 그런데 이 사례를 잘 응대한 사람은 한국인이 아니라 외국인이다. 외국인이 외국인 대상 상담도 아니고, 내국인 혹은 우리 재외국민까지 대상으로 멋지게 상담을 처리할 수 있을까?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일단 한 번 수화기 들어보면 의심은 줄어들고 만족은 배가 된다. 능통한 한국어 솜씨에 그야말로 유려한 몽골어까지…. 한국 땅을 밟은 지 8여년이 된 엘 벡바야르 외국인종합안내센터 상담사가 그의 한국인 상담사 같은 상담 노하우를 들려줬다. 

◆'엘 벡바야르' 벗고 '박기현'으로…

한국에 오기 전 엘 벡바야르 외국인종합안내센터 상담사는 몽골 내 대학에서 경제학을 강의하던 대학강사였다. 이후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했고 주한몽골명예영사관에서 3년간 근무했다.

   엘 상담사는 외국인종합안내센터에서 몽골어와 한국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 조국희 기자  
엘 상담사는 외국인종합안내센터에서 몽골어와 한국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 조국희 기자

그러던 중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뭉골어와 한국어를 능통하게 구사할 수 있는 직원을 모집한다는 구직공고를 보고, 상담사의 길에 접어들었다. 아직 1년2개월이라는 풋풋한 상담경력을 가졌지만 외국인종합안내센터 내 '에이스'로 불리고 있다.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기 위해 본명 '엘 벡바야르' 대신 고객에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상담 예명을 '박기현'으로 정하고 상담사의 길로 뛰어들기도 했다. 엘 상담사는 주한몽골명예영사관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 외국인 출입국 관련 모든 내용의 고객 궁금중을 해소시키고 있다.

엘 상담사가 근무 중인 외국인종합안내센터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업무를 중심으로 외국인이 국내적응에 필요한 모든 상담이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 20개 언어로 이뤄지며 국내에서 가장 많은 외국어 수로 민원을 안내한다.

그는 과거 자신이 한국생활 적응에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 출입국 관련 문제를 떠올리며 고객응대 시 같은 외국인으로서 그들의 궁금증은 물론 이런 세부적인 부분에까지 마음을 나누는 것을 자신의 장점으로 꼽았다.

엘 상담사는 "외국인에게 상담문의가 올 경우 제일 먼저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 파악한다"며 "어디서부터 문제인지 알아야 상담의 기본적인 틀을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종합안내센터는 20개 언어로 상담이 이뤄지며 국내에서 가장 많은 외국어 수로 민원을 안내하고 있다. = 조국희 기자  
외국인종합안내센터는 20개 언어로 상담이 이뤄지며 국내에서 가장 많은 외국어 수로 민원을 안내하고 있다. = 조국희 기자

여기에 덧붙여 그는 "한국어와 몽골어 둘 다 사용해 상담을 진행하기 때문에 교육시간에 받은 강의노트를 계속 반복해 읽고 모두 나의 것으로 만들어 상담한다"라고 말했다.

◆내 역할, 고객 위로·호흡·정보제공

엘 상담사는 고객을 위로하며 같이 호흡하고 현재 시행중인 법과 제도를 검토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본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욕설을 내뱉는 악성고객을 만나는 일이 잦아 아쉽다고 밝힌 그는 상담사도 고객의 고민을 같이 걱정하고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지금 하고 있는 상담사 일에서 전문가가 되는 것이 저의 첫 번째 목표"라며 "출입국관련 여러 문제들을 물어볼 때 풍부한 설명과 제도를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10년 후 외국인 출입국 관련법과 제도를 공부해 대학교에서 강의하는 교수가 되고 싶다"며 "마지막으로 외국인종합안내센터가 전 세계인들과 함께하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