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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항공, 잘 나가자 '비행기 돌려막기'하며 소비자 '봉' 취급?

가격경쟁력 위해 서비스 포기(?)…자발적 '체질개선' 필요

노병우 기자 기자  2013.06.02 16: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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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항공시장이 저가항공사(LCC)들의 급격한 부상으로 양대 항공사(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가 이끌던 판도에 변화를 맞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해외관광객 수가 1000만명 시대의 문을 연 항공업계는 올해 글로벌 여객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전력투구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항공사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저가항공사를 뜻하는 LLC는 'Low Cost Carrier'의 약자로 기본 소모 비용을 최대한 절감, 고객에게 저가로 항공기 티켓을 제공하는 항공사를 말한다. 기내식과 공항라운지 등 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존 대형항공사와 달리 최소한의 서비스만을 제공해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한 국내 LCC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이용고객들의 만족도는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LCC를 이용했다가 피해를 본 고객들의 상담이 늘어나는 추세다.

◆'저렴한 가격' 앞세운 LCC 놀라운 성장세

국내 LCC들은 지난 2005년 한성항공을 시작으로 모두 6개사가 설립됐으며, 이후 폐지와 신설을 거쳐 현재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중심 체제로 굳어지고 있다.

항공시장에 진입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은 국내 LCC의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다. 저렴한 운임은 물론 지속적인 노선 개설로 탑승객을 빠르게 모으는 등 도입 초기 '대형항공사와 경쟁이 불가능 할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들을 잠재웠다. 이제는 국내선을 넘어 국제선 취항이 본격화되면서 대형항공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국내 LCC들의 국내선 시장점유율은 전년(41.4%)대비 소폭 상승한 43.8%, 국제선 시장점유율도 전년(4.3%)대비 2배 가까이 상승한 7.5%를 기록했다. 아울러 국내 및 국제노선의 시장점유율은 전년(16.5%)보다 2% 이상 상승한 18.8%까지 성장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LCC 국제노선의 경우 취항노선 증가 등에 힘입어 지난해 승객 수가 2011년보다 95.6% 증가한 359만 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국내 LCC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이용고객들의 만족도는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하며, 피해를 본 고객들의 상담이 늘어나는 추세다. ⓒ 프라임경제  
최근 국내 LCC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이용고객들의 만족도는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하며, 피해를 본 고객들의 상담이 늘어나는 추세다. ⓒ 프라임경제
특히 지난 1월에는 제주항공이 국내 LCC 중 최초로 국내선 누적탑승객 1000만명을 돌파했으며, 국제선 탑승객은 257만2700여명이다. 이와 함께 에어부산이 지난 23일 국내선 855만7512명, 국제선 144만2488명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진에어의 경우 국내선 598만여명, 국제선 183만여명을 달성, 누적 탑승객이 800만명(지난 22일 기준)을 넘었다. 이외에도 이스타항공이 누적 탑승객 700만명을 돌파했다.

이처럼 설립 이후 합리적인 운임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노선을 매년 신설, 고객들에게 최적의 스케줄을 통해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으로 국내 LCC는 국내선 및 국제선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일부에서는 실속 있는 운임에 이어, 안정성까지 입증해 올해를 제2 도약의 해로 삼겠다는 포부까지 밝힌 바 있다.

하지만 LCC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만큼, 이용객들의 피해사례 또한 점차 늘어나면서 국토교육부가 실태조사에 착수하는 등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항공기 돌려막기? '싼 게 비지떡' 편견 깨지 못해

최근 항공비용을 효율적으로 절감하려는 알뜰 이용객들이 늘면서 LCC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다양한 피해사례도 속출하며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18일 에어부산은 김해공항에서 김포행 BX 8800편을 출발시각 10여분을 남겨두고 결항시켰지만, 결항된 김포행 항공기는 제주행으로 변경됐다. 이는 승객이 적은 항공기를 고의로 결항시킨 뒤 승객이 많은 노선에 대체 투입하는 이른바 '항공기 돌려막기'를 한 것이다.

부산지방항공청은 지난해 4월부터 항공기 돌려막기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있지만, 편법을 뿌리 뽑기엔 역부족인 상황. 문서상으로 결항 등을 보고하는 것은 물론, 운항횟수가 많아 적은 인력으로 항공기 돌려막기를 완전히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일각에서는 LCC의 경우 항공기 보유수가 적기 때문에 항공편이 결항될 경우 승객서비스를 이유로 승객이 적은 항공편을 결항시켜 투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제주항공 역시 지난 25일 항공기에 결함이 발견돼 비행기가 지연됐다. 제주도행 항공기에 승객들이 모두 승차한 상황에서 결함을 발견, 신속히 정비가 이뤄질 것이란 판단 하에 정비를 시작했지만 정비는 1시간이 넘게 걸렸다. 결국 승객들은 다음 항공기를 이용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국내 LCC들과 달리 대한항공 및 아시아나항공은 도의적 차원에서 소비자들의 각종 수하물 피해를 보상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은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 고객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국내 LCC들과 달리 대한항공 및 아시아나항공은 도의적 차원에서 소비자들의 각종 수하물 피해를 보상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은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 고객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제주항공 관계자는 "항공기의 정비는 수시로 진행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이번 일 역시 출발하기 전 정비를 하는 과정에서 결함이 발견됐다"며 "결함이 발견된 항공기를 운행할 수 없기에 불가피하게 바로 정비에 들어갔지만 비행이 지연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진에어 및 티웨이항공 등에서도 태풍 같은 천재지변으로 인한 항공권 취소에도 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된 바 있으며, 저가항공사의 환불규정 약관이 사실상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는 모습이다. 또 국내 LCC들은 대부분의 수하물 파손을 단순파손으로 취급하는 등 피해가 발생해도 배상을 해주고 있지 않아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이렇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LCC가 안전점검이 소홀할 뿐만 아니라 서비스 질까지 떨어진다는 불만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 외국계 LCC가 본격적으로 국내 공습에 나서면서 국내 LCC 시장에는 비상이 걸렸다. 서비스와 노선망 경쟁에서는 대형 항공사에, 가격 면에서는 외국계 LCC에 밀리는 일명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서비스 향상에 초점을 맞춘 국내 LCC들의 자발적인 '체질개선'이 불가피한 시점인 것이다. 더욱이 항공 산업이 국가산업인 만큼 국내 LCC의 발전을 위한 정부의 대책이 필요한 시기라는데 관계자 및 소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