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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일파만파' 우리금융 후폭풍, 더는 안 돼

이정하 기자 기자  2013.05.31 18: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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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30일 감사원이 우리금융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2년마다 진행되는 정기 감사로, 지난해 말 감사인원 45명이 20여일간 실지감사를 진행했다. 감사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지만 '어머나'가 아닌 '역시나'였다.

감사원은 이날 감사 결과를 통해 우리금융의 방만한 경영과 함께 특히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인사 전횡을 직접 거론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 회장은 업무능력보다는 자신의 친분이 있는 인물에게 주요직을 나눠줬으며 대표적 예로 이승주 우리프라이빗에퀴티(PE) 사장이 그러한 경우라고 지적했다. 또한 감사원은 인사관리 업무를 철저히 해달라며 직접 이 회장에게 경고장을 날렸다.

뿐만 아니라 이 회장은 우리금융 주요 계열사 보직을 입맛대로 짜고 회삿돈을 이용, 이들과 함께 해외 출장을 면목으로 7000만원을 들여 골프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더구나 감사 공개 다음날인 31일은 우리금융 계열사인 우리은행이 CJ그룹의 탈세를 도왔다는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우리은행에서 CJ그룹 비자금 조성 관련 차명계좌를 대거 포착,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만 경영 문제 지적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을 도왔다는 의혹에 휩싸인 것이다. 차명계좌는 우리은행의 도움 없이는 CJ그룹 혼자서 계설 불가하다.

연이틀 사이 터져 나온 우리금융 논란에 대해 업계는 그동안 쉬쉬했던 우리금융의 문제가 이제와 터지는 것이라고 평한다. 우리금융 직원조차도 "우리 회사 덩치면 컸지 부실 덩어리죠, 우리 회사 사가면 빚 갚느라 같이 쓰러질 겁니다"라는 말까지 하겠는가.

우리금융이 속빈 강정으로 전락하는 동안 아무런 제재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은 이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 측근이라는 배경이 작용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이자,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역임하던 2005년 서울시립교향단 대표를 역임했다.

그러한 점에서 이명박 전 정부의 인사스타일이 이 전 대통령 최측근인 이 회장의 인사와도 닮아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금융지주사 회장에 측근을 임명했고 뭇사람들은 이들을 4대천왕이라 불렀다.

또한 이 전 대통령이 물러난 후 터져 나오는 원전비리 은폐 등 여러 의혹은 우리금융과도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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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위에서 시작된 전횡인사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우리 사회 전반에 펴져 나갔고 이에 각종 비리와 편법도 쉬이 눈 감아 주게 된 셈이다.

금융사 회장부터 대통령까지 퇴임해서야 나오는 각종 문제들을 왜 미리 막지 못했는지 한스럽기만 하다. 대통령을 비롯한 각종 기관장들이 물러난 올해, 잔혹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밀려오는 이유다. 이런 생각이 기우에 그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