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인사이드컷] 우측보행, 아직도 적응 안됐나요?

이지숙 기자 기자  2013.05.31 17:39:15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늦은 오후 퇴근길 지하철 환승통로의 모습입니다. 평일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을지로3가역의 환승통로는 한적했는데요. 몇몇 사람이 지나가는 도중에 멀리서 불을 밝히고 있는 표지판이 눈에 띄었습니다.

바로 '우측보행'을 강조하는 표지판이었는데요. 오른쪽으로 걷고 있었음에도 표지판을 보니 왠지 더 벽으로 붙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출퇴근을 하며 서울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은 지하철이죠. 서울의 지하철·철도 수송 분담률은 35.26%로 이동수단 중 가장 높다고 합니다. 전국적으로는 22.8%로 버스 다음이라고 하네요.

대표적인 대중교통 수단이어서 일까요. 지하철에선 유독 '우측보행'을 강조하는 표지판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을지로3가역 환승통로에 설치된 '우측보행' 표지판이 붉을 밝히고 있다. = 이지숙 기자  
을지로3가역 환승통로에 설치된 '우측보행' 표지판이 붉을 밝히고 있다. = 이지숙 기자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10월1일부터 우측보행을 시범시행하기 시작한 뒤 2010년 7월1일 본격 시행했습니다. 그 전에는 '자동차는 오른쪽, 사람은 왼쪽'이란 규범아래 좌측보행을 했었죠.

알고 보니 우리나라의 좌측보행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시작됐는데요. 본래 우리나라 통행방식은 1903년 대한제국 고종황제 당시 최초의 자동차인 황제전용어차를 들여오며 우측통행으로 규정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인 1921년 조선총독부에서 사람과 차량의 통행 방식을 일본과 같은 좌측통행으로 변경해 버린 것이죠.

해방 후엔 미군정청에서 차량의 우측통행 규칙을 정했고 1961년 도로교통법을 제정하면서 자동차는 우측통행, 보행자는 기존 좌측통행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좌측통행의 불편함이 지적되며 2009년 10월1일부터 우측보행이 다시 시행됐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측통행이 자리 잡을 경우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차량을 바로 볼 수 있고, 횡단보도에 진입하는 차량과도 거리를 유지할 수 있어 교통사고가 약 20%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네요. 또한 우측보행을 하면 보행속도가 1.2~1.7배 증가하고 심리적 부담은 13~18%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상황은 이렇지만, 시행 4년째인 요즘도 사람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만 되면 지하철 우측보행은 완전히 무시되는데요. 80년간 이어져온 좌측보행의 습관과 러시아워를 고려해도 사람들이 한데 뒤엉킨 모습은 우리나라의 질서의식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할 때가 많습니다.

우측보행을 위한 가드레일이 설치돼 있어도 오른쪽, 왼쪽 구분 없이 사람이 몰리는 상황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걸 보면 더 이상 보행방향 안내가 부족해서 벌어지는 현상은 아닌 듯 한데요. 조금만 주변을 둘러보고 모두의 편의를 위해 주의를 기울인다면 우측보행이 빨리 정책될 수 있지 않을까요.

오른쪽으로 걷는 나의 한 걸음이 우리의 편안한 보행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