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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키즈5060 ①] "젊은 그들은, 일하고 싶다"

역사 소용돌이보다 거센 은퇴 역풍…숨 돌릴 틈 없는 생계 레이스

정금철 기자 기자  2013.05.31 17: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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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모스크바에서 고르키 공원을 거닐어요. 변화의 바람을 느끼면서요. 8월 어느 날 밤, 변화의 바람을 느끼면서 군인들이 지나가고 있네요. (중략) 우리의 미래가 바람에 실려와요. 어디에서나 느낄 수 있답니다. 변화의 바람과 함께 말이에요." - 1980년대 중후반 소련(舊 소비에트연방)의 대변혁 '페레스트로이카(perestroika, 재편)'가 세계 전반 모든 흐름에 소용돌이를 일으키자 1990년 독일 락그룹 스콜피온즈는 '변화의 바람(Wind of change)'이 담긴 'Crazy world'를 발매하며, 세기말 즈음한 변혁을 노래했다.

물론 과거에도 그랬지만 이어 찾아온 신세기는 '변화'가 모든 글로벌 이슈를 아우르는 모티브로 작용하며 미래를 바꾸는 핵심이 되고 있다. 데뷔 45주년을 맞은 예순 넷의 가수 조용필은 세월의 관성을 거부하고 감성을 끌어안아 지구촌 대세 싸이를 누르고 유행을 주도하는 '트렌드 세터(trend-setter)'가 되는 등 변화를 수용하며 '문화적 회춘'에 성공했다. 

이처럼 변화는 하루가 다르게 모습을 달리해 성패를 좌우하며 우리 곁을 서성이지만 이들의 눈은 아직 과거를 보고 있다. 이들을 부르는 명칭은 '은퇴자, 베이비부머, 골든에이지…' 등 이슈에 따라 다르지만 모두 우리의 부모, 삼촌, 형제이자 자매 그리고 이웃이다.

◆나이 따라 덩치 키운 악재 '고령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 존재하는 베이비부머 등 고령화 세대는 사회 전반에 큰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2010년 이후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일부 이머징국가(신흥국)를 제외한 나머지 나라는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감소세로 돌아서며 국가적 경제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다만 올해 한국경제 키워드로 고령화와 저금리를 꼽을 수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서 악재의 크기는 더욱 두드러진다. 마땅한 경제활성화 모멘텀을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기업실적은 바닥을 기고 마땅한 투자처는 찾기 힘들며 공공부채는 천장을 뚫을 기세다.

특히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14%가량으로 그간 한국의 성장과 함께 커나가며 생산과 소비에서 큰 축을 담당했던 베이비부머(1955~63년생) 세대가 현역에서 물러날 시기가 되자 향후 경제전망에 적신호가 들어오고 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잔존하는 가운데 미국이 제조업 중심 성장을 하고, 일본이 엔저로 밀어붙이는 현재 고령화 리스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일본은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시작된 1994년부터 2003년까지 10년간 3.4%가 누적 감소했으나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10년간 9.2%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 속도가 일본보다 2.7배나 빠르다. 그야말로 경제 주도세력의 역습인 셈이다.

◆금지옥엽 자식들, 은퇴 이후 오히려 짐 

지난 2일 서울대학교 노화·고령사회연구소와 MMI(미국 메트라이프 노년사회연구소)가 2010년 1차 연구 당시 베이비부머 조사 대상자 중 3275명을 대상으로 파악한 '2차년도 한국 베이비부머 연구보고서'를 보면 은퇴자 45%는 은퇴 후 삶이 이전만 못하다고 답했다. 은퇴 후 삶에 만족한 비율은 고작 12%에 불과했다.

   6.25전쟁 등 대한민국과 격동기를 함께한 5060세대의 은퇴가 국가적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지만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은 찾아보기 힘들다.  
6.25전쟁 등 대한민국과 격동기를 함께한 5060세대의 은퇴가 국가적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지만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은 찾아보기 힘들다. "운발이 좋아 예순까지 직장생활을 했죠. 집에 있으니 별로 할 게 없더군요. 잠자고 밥 먹고 씻고 청소하고 이런저런 시간을 빼도 13시간 정도가 남던데 남은 생을 75세까지로 계산해도 7만 시간 이상 여유가 있습니다. 애들 결혼시키고 수중에 남은 돈은 몇 백뿐인데 집 팔아 노후자금 챙기기도 뭐하고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 한 초로의 하소연 ⓒ 네이버 블로그 캡처
또한 지난 2년 사이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녀 관련 지출비용은 27%, 보건의료비는 11% 늘었고 개인연금 가입률은 44%에서 38%로, 보험 가입률도 82%에서 77%로 낮아져 경제적 대비책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18세 이상 성인 자녀가 있는 베이비부머 80%가 자녀와 동거 중이었으나 자녀 취업비율은 35%에 불과했고 비동거 자녀가 있는 베이비부머 18.3%는 오히려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었다.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받는 베이비부머도 33%였으나 과반 이상이 매달 30만원 이하의 도움을 받는데 그치는 등 자녀와 관련한 금전적 부담을 갖고 있었다.

◆행복해야할 노년, 먹고 살 고민으로 시름

지난 3월 현대경제연구원이 경제적 행복지수를 구성하는 △소득 △분배 △소비 △고용 △노후준비 5가지 경제지표 중심으로 세대별 행복인프라를 비교한 결과, 50대와 60세 이상의 고령층일수록 일자리와 노후준비 등이 취약했다.

연구원은 5개 지표가 모두 최하인 60세 이상 가구의 경우 기초노령연금을 보완하고 고령친화적 일자리창출을 통해 노후소득을 높여야한다는 결론을, 소득 제외 4개 지표에서 60대에 이어 취약한 50대는 임금피크제 확산, 정년 연장 등 고용안정성 보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아울러 LG경제연구원이 지난 15일 '201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이용, 추산했더니 보유자산으로 노후생활비 충당이 가능한 60세 이상 가구는 30% 정도였다. 이처럼 노후 생활비 충당이 힘든 고령자는 스스로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지만 취업할 일자리는 제한돼 있다.

또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고령층 취업은 위험부담 회피를 위해 자영업에서 임금노동으로 전환되는 추세다. 그러나 작년 3분기 경제활동인구조사를 살피면 50세 이상 임금근로자의 직업은 단순노무종사자가 75%(46만명)며 이 가운데 환경미화원(33%), 경비원·검표원(23%) 등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 특정 부문 고용에 머물러 있다. 

단순노무직이다 보니 임금 수준이 낮은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공급과잉과 설비자동화로 수요감소는 물론 임금이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일자리마저도 구하지 못해 연로한 세월을 허송하는 어르신들을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