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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甲' SK 관계사 엠엔서비스 횡포 '乙' VAN업계 '고사 직전'

대기업관계사 지위 이용 전국 SK주유망 카드단말기사업 장악… “SK주유소 큰 이득”

이보배 기자 기자  2013.05.31 13: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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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갑을관계'가 화두다. 남양유업 사태로 촉발된 ‘갑의 횡포’ 폭로전은 우리 사회 다양한 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SK그룹 관계사인 앰앤서비스의 '신용카드단말기 시장 통행세 논란'도 맥락을 같이 한다.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VAN업계와 앰앤서비스의 갑을전쟁 내막을 파헤쳐봤다.

언제부턴가 신용카드는 현대인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주머니가 텅 빈 사람이라도 신용카드 한 장 정도는 소지하고 있는 게 기본이다. 휴대와 결제가 간편한 신용카드의 편리함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쉽게 사용할 줄만 알았지 우리가 사용한 신용카드가 어떤 과정을 거쳐 처리되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신용카드를 발급해주는 카드사와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가맹점. 이 밖에도 실제 신용카드의 처리와 전산, 유지, 보수를 가능케 하는 업체는 따로 있다. 카드사와 가맹점을 연결하는 VAN사와 신용카드 단말기 설치부터 전표용지 공급과 단말기 유지, 보수를 책임지는 VAN대리점이 그것이다.

◆SK플래닛이 지분 100% 소유 

업계에 따르면 SK그룹 관계사인 앰앤서비스(구 SK M&C)는 SK 관계사라는 지위를 활용해 전국 SK주유망에 깔려있는 신용카드 결제용 단말기 사업을 장악, 밴사와 밴대리점의 유통마진 상당액을 흡수해 왔다. 일부러 유통단계를 늘려 그 이익을 SK그룹 계열사(SK주유소)에 고스란히 돌려준 것.

    
"SK주유소 둘러싼 갑을전쟁" SK그룹 관계사인 앰앤서비스(구 SK M&C)가 SK 관계사라는 지위를 활용해 전국 SK주유망에 깔려있는 신용카드 결제용 단말기 사업을 장악, 논란이 일고 있다. = 이보배 기자

앰앤서비스는 2000년 설립된 SK플래닛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다. 올해 초 SK플래닛은 SK M&C를 흡수 합병하면서 카드 단말기, 매출전표 인쇄용지 판매 사업만 따로 떼어 앰앤서비스에 넘겼다.

앰앤서비스는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제조, 공급 및 유지보수와 온라인정보제공업을 사업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SK플래닛이 SK M&C를 흡수 합병하는 과정에서 SK M&C의 사업을 이어받아 전국 SK주유소 4200여 곳과 거래중인 결제중계업체(밴사)에 카드단말기 및 매출전표 인쇄용지 등에 대한 독점 공급권한을 확보, 비즈니스 모델 기반을 구축했다. 

올해 2월부터 신용카드단말기 사업을 시작한 앰앤서비스는 OEM 방식으로 신용카드 단말기를 국내 하청업체를 통해 주문생산하고, 중국으로부터 인쇄전포를 수입해 밴사에 판매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와 관련 밴 업계는 SK주유소에 석유제품을 납품하는 SK에너지, SK주유소르 운영하는 SK네트웍스 등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앰앤서비스가 단지 관계사라는 이유로 전국 SK주유소망에 깔릴 밴사를 선정하고 처벌하는 등의 권한을 갖고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SK주유소에는 앰앤서비스의 단말기와 인쇄전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밴사 임의로 단말기나 인쇄전표를 구입할 수 없다. 정해진 단말기와 인쇄전표를 앰앤서비스를 거쳐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앰앤서비스의 하청업체와 다를 게 없다는 설명이다.

밴 업계가 반발하는 이유는 또 있다. SK주유소 측에 돌아가는 신용카드 수수료가 과도하게 지불되고 있는 것.

소비자가 SK주유소에서 신용카드를 긁으면 SK주유소는 해당신용카드사에 가맹점수수료를 지불하는데 이는 1.5~4.5% 선에서 책정된다. 이와 동시에 신용카드사는 건당 80~120원 정도의 밴 수수료를 밴사에 지불, 이 중 80~90%가 고스란히 SK주유소로 돌아가고 있다. 일부 밴사는 밴 수수료 100%를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밴사가 가맹점에 건당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은 거래상 불법은 아니지만 과도한 수수료 지불로 인해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앰앤서비스 측은 밴사 선정은 입찰로 진행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앰앤서비스는 건당 수수료를 높게 적어내는 순으로 밴사를 선정한다. 밴사 스스로 높은 건당 수수료를 책정해 입찰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 박상원 한국신용카드밴협회 사무국장은 "대형 가맹점에 지불하는 영업수수료는 불법이 아니지만 밴 수수료의 80~90%가 수수료로 나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높게 설정된 수수료라도 계약된 수수료라면 문제될 게 없다. 대형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계약 중간에 수수료를 인상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밴사들이 높은 수수료로 입찰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밴사들끼리 경쟁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형가맹점의 경우 점포가 많아 이를 포기하는 것보다 높은 수수료를 지불하더라도 수익을 좀 더 남길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

◆갑을전쟁의 또 다른 피해자 '병'은 밴대리점

앰앤서비스와 밴사의 계약, 대형 가맹점과 밴사 간에 오가는 높은 수수료가 문제되는 이유는 또 있다. 표면적으로는 둘만의 문제로 보이지만 그 사이에 밴대리점이 끼어있는 것.

    
"우리것만 써야지!" SK주유소는 앰앤서비스의 단말기와 인쇄전표용지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밴사 임의로 단말기나 인쇄전표를 구입할 수 없다. 사진은 SK주유소에서 사용하는 전표용지. = 이보배 기자

밴사는 전기통신사업법 상 부가통신사업자로서 카드사와 가맹점간 통신망을 구축해 여신전문금융법상 신용카드사업자가 수행하고 있는 거래승인, 전표매입 및 가맹점 모집 등 가맹점 관리업무를 대행하는 사업자다.

쉽게 말해 가맹점의 통신망을 사용할 수 있는 계약을 맺는 것이 밴사이고, 실제 단말기를 설치하고 거래승인, 단말기 유지, 보수 등의 업무는 밴대리점이 대신한다. 현재 국내 밴사는 13개, 밴 대리점은 전국 2000여개가 넘는다.
 
앰앤서비스와 SK주유소를 예를 들어 설명하면, 앰앤서비스가 SK주유소 가맹점 입찰 밴사를 모집하면 밴사에서 높은 수수료를 적어내 입찰에 임하고, 거기서 선정된 밴사가 SK주유소에 단말기를 설치, 관리할 밴대리점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대형 가맹점 계약의 경우 대부분 밴사가 중간에서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밴대리점은 소형점포와 직접 계약을 맺기도 한다.

앰앤서비스와 밴사의 계약이 밴 대리점에 피해를 입히는 이유는 뚜렷하다. SK주유소에서 사용하는 단말기와 전표용지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밴사에 선정된 밴대리점은 정해진 단말기와 전표용지를 구입해 납품해야 하고, 밴 수수료의 80~90%를 SK주유소에 수수료로 지불하는 밴사의 관행 상 밴대리점이 받는 건당 수수료는 턱없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밴 대리점이 밴사 선정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밴사가 높은 수수료로 입찰하는 이유와 같다. 그렇게 해서라도 사업을 이어가야 회사 문을 닫지 않기 때문이다.

한 밴 대리점 관계자는 "현재 앰앤서비스는 줄세우기를 통해 밴사를 선정하고 단말기와 전표용지까지 판매하고 있다"면서 "실제 제작은 하지도 않으면서 앉아서 송장 보내는 작업 만으로 마진을 남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질적인 가맹점 관리는 밴 대리점에서 하고 있는데 단말기와 전표용지 선택권마저 빼앗아 가 시키는 데로 일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소형가맹점보다 체인형식이나 점포가 많은 대형가맹점을 맡는 것이 밴 대리점 입장에서도 나은 일이지만 대형가맹점을 따내려면 밴사에 잘 보여야 하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앰앤서비스 "스팩 공개했으니 만들어 납품해라"

    
"스펙 공개했잖아~" SK주유소에서 사용하고 있는 단말기와 관련 앰앤서비스 측은 "스펙을 공개했으니 만들 수 있으면 만들어 납품해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무관함. = 이보배 기자
이와 관련 앰앤서비스 관계자는 "SK플래닛이 SK M&C를 흡수 합병하면서 일부 업무를 앰앤서비스와 플래닛에 분할, 지난 2월1일부터 신용카드 단말기 사업을 맡게 됐다"면서 "단말기 제작, 판매는 SK M&C에서 했던 사업으로 앰앤서비스 사업영역과 관계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지적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SK주유소에서 사용하고 있는 단말기는 SK M&C에서 직접 개발한 것으로 SK주유소에 맞게 특화되어 있다"면서 "SK주유소와 거래하는 밴 대리점이라면 이 단말기를 구입해 납품하는 게 맞지만 스펙을 공개했기 때문에 모델대로만 제작이 가능하면 어디에서 구입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개발비용과 생산비용을 생각하면 우리 단말기를 구입하는게 경제적 측면에서 더 낫다"고 덧붙였다. 

밴대리점의 불만은 또 있다. 밴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 대표는 밴사에서 가맹점 직접 영업을 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말을 보탰다. 그는 "자동차회사에서 직접 소매하는 경우를 봤느냐"면서 "대리점을 통해 구매자를 모집·판매 하지 않나. 하지만 현재 밴사는 밴대리점을 두고도 직접 영업을 통해 구미에 맞는 밴대리점을 선정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신용카드밴협회 측은 "대형 가맹점과 밴 대리점의 직접 계약은 사실상 어렵다"면서"대형 병원이나 대형 가맹점은 밴사 법인영업팀과 시스템이 연결되어 있어 계약이 용이하고, 밴 대리점은 소형 가맹점을 상대하더라도 직원이나 영업딜러가 직접 나가 계약을 따내는 형태로 구역이 나뉘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A밴사 관계자는 "밴 대리점에서 대형 가맹점과 직접 계약에 나서도 우리와는 상관없다"면서도 "대형 가맹점은 물품 공급과 관련 자금 여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대형 가맹점 측에서도 밴사와의 계약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현재 시스템에서 밴 대리점이 대형 가맹점과 직접 계약을 따낼 가능성은 미비하다. 밴 수수료에서 대형 가맹점에 돌아가는 수수료를 지불할 여력도 없거니와 입찰 과정에서 높은 수수료를 책정할 수도 없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관행을 없애기 위해서는 대형 가맹점과 밴사 사이에 오가는 높은 수수료를 없애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실지적인 가맹점 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는 밴 대리점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으면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신용카드가 확대된 현 시장에서 국민들의 신용카드 사용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

현재 금융위는 카드사와 밴사, 대형 가맹점과 밴사 간의 수수료 책정과 관련 TF팀을 구성, 다각도의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카드사는 밴사에 지불하는 밴 수수료를 낮춰 소형 가맹점의 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소형 가맹점의 수수료가 아니라 대형 가맹점이 받고 있는 높은 수수료다.

이와 관련 한국신용카드밴협회 관계자는 "법적으로 밴 수수료를 줄여 대형 가맹점에 높은 수수료를 주지 못하게 하거나, 높은 수수료를 받는 대형 가맹점을 공개해 여론을 의식해 스스로 받지 못하게 만드는 등의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