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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KB금융 회장 임영록·민병덕 '함량미달' 왜

국민은행 노조, 노사안정·임금피크제 등 당면 과제 해결능력 '의문'

임혜현·최민지 기자 기자  2013.05.31 11: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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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KB금융그룹의 차기 사령탑을 뽑는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사들이 대략 2강 1약으로 압축되고 있어 호사가들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경쟁회사인 우리금융그룹에서 우리은행 전신인 구 상업은행 신입 공채 출신 이순우 내정자가 부각되면서, KB 문제에서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가 지휘봉을 잡아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상하고 있는 것은 결국 임영록 KB금융 사장과 민병덕 국민은행장, 하지만 이들 모두 나름의 약점을 안고 있고, 더욱이 그룹의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는 국민은행의 노조에 휘둘리기 좋은 인사라는 점에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 임영록 감점론: 관료 출신, 이제는 선을 그을 때

이런 상황의 이면을 이해하려면 국민은행 노조가 내달 5일경으로 잡힌 인선 마무리에 즈음해 발표한 설명의 행간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국민은행 노조는 29일 차기 KB금융 수장으로 유력한 인사 중 하나인 임 사장을 외부 출신으로 분류, 공격했다. 우리금융과 같은 진정한 내부출신을 회장으로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을 공격하면서 같은 카테고리로 임 사장을 묶어 버린 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은행 노조는 "임 사장은 재정경제부 출신으로 줄곧 공직에서만 몸담았다"고 선을 그었다. "KB 내부에 정통한 인사로 분류되는 것은 옳지 않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정확한 경영성과와 CEO로서의 자질을 철저히 검증해 최종 후보를 선정해야 한다"고 주문, 사실상 등을 돌렸다.

이 성명서가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에 대해서 "조직 이해가 없는 경쟁 은행 임원 출신은 정서상 내부의 극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한 것을 보면, 사실상 남보다 더 냉정하게 임 사장을 쳐낸 셈이다.

자질 시비로까지 읽힐 수 있는 평가 요청을 요구하면서, 사실상 임 사장과 함께 내부인사로 거론되는 민 행장에게 낙점한 양상이다.

  어윤대 회장의 공석으로 차기 임영록 KB금융 사장과 민병덕 국민은행장이 치열한 경선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외부 인선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1년 연말 사회공헌 행사에 임영록 사장, 어윤대 회장, 민병덕 행장(좌측 부터). ⓒ KB금융그룹  
어윤대 회장의 공석으로 차기 임영록 KB금융 사장과 민병덕 국민은행장이 치열한 경선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외부 인선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1년 연말 사회공헌 행사에 참석한 임영록 사장, 어윤대 회장, 민병덕 행장(좌측 부터). ⓒ KB금융그룹

◆ 민병덕: 병풍 뒤에서 기회만 노린 형국

민 행장에 대해서도 비판적 표현이 없지 않으나, 결국 민 행장이 상대적으로 낫다는 대안부재론에 입각해 작성된 것으로 평가되는 성명서이니만큼 그 판단 배경이 무엇일지 궁금하다는 소리도 나온다.

민 행장은 정통 뱅커로 고려대 교수 출신으로 개혁 메스를 들었던 어윤대 현 그룹 회장과는 기본 출발점이 다르다. 여기에 민 행장은 취임 무렵부터 리테일 중심인 국민은행의 약점인 기업금융과 외환 등의 강화 비전을 여러 언론을 상대로 제시하는 등 판단력 면에 강점도 있다.

문제는 실질적 추진 능력이 이런 혜안을 받치는 데 부족함이 있다는 것이다. 공자의 표현을 빌리면 '안고수비(眼高手卑, 눈은 높으나 실력 미치지 못함)'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민 행장은 노사관계에서 온정적 성향을 보여, 비만환자로 조직을 표현하면서 강하게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던 어 회장에 악역을 넘기고 상대적으로 점수를 딴 경향도 있다.

2012년 7월에는 "그동안 나이가 일정한도가 되거나 한 직급에 일정 기간 머무르면 사실상 승진이 제한됐는데 이들이 아예 승진을 포기하는 부작용이 있다. 내년 인사에서는 나이와 직급을 따지지 않고 실적 등이 우수하다면 승진 대상에 포함할 예정"이라고 발언했다.

2010년 취임 100일에 즈음해서는 점포장 대상 임금피크제를 없애 능력 있는 사람은 나이와 관계없이 일할 수 있는 은행을 만들겠다는 구상도 밝힌 바 있다.

조직 활력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명예퇴직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는데, 이 역시 조건이 좋으면 냉정한 감원 수술과는 결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자신의 스탠스를 잃지 않는 선에서 도입 검토를 한 것 같다. 이른바 명예퇴직 상시화 추진 구상이다.

◆민 행장, 실제 추진 능력 의문시

하지만 이런 정책들을 편다고 해서 국민은행 노조 등이 민 행장을 반드시 신뢰하는 것 같지는 않다. 우선 2012년 여름 노조활동 방해 논란 끝에 서울지방노동청 남부지청에 고소당한 일은 해프닝이었다 치더라도, 그가 발언한 바 있는 몇 가지 아이템들의 추진 사정이나 직원들의 반응을 보면 알아서 노동근로환경 개선을 잘 할 것으로 믿기엔 좀 미덥지 않다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국회에서 통과된 정년 60세 의무화 법안에 대한 대응을 놓고 국민은행의 제2노조가 임금피크제를 무효화하라는 29일 소송을 제기하고 나서 갈등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상기해 보자.

명예퇴직 상설화 문제 역시 미지수로 남아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 제도의 도입 문제와 관련 "아직까지 도입할 예정이 없다"고 답했다.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건 아니라면서, 현재 계획은 없지만 언제 시행할 예정인지 우리도 알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결국 근래 국민은행 노조 등 내부에서 민 행장을 점찍고 지원하는 듯한 기류가 형성되는 것은 노사 갈등 국면에서 그나마 겪어본 사람이 낫고(대응하기 편하고),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그룹의 수장이 비전 등 측면보다 노사관계 변동 주제에서 ‘리스크 테이킹’이 쉬운 인사로서 관찰, 선호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은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사의 맏형인 KB금융그룹의 미래를 생각할 때 긍정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