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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회장 인선 '내부파 대세론'에 대한 '역풍 셋'

'관록'의 KB맨 임영록·민병덕 vs '해결사'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5.30 10: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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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KB금융 차기회장 구도가 3파전으로 압축되고 있는 점이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기존에 '중량감 있는 외부인사들'에 방점을 찍고 이야기가 오가던 것이 어느새 무난한 내부파로 '관리'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구도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윤대 회장의 연임 포기 과정이 원하지 않는 이별 분위기로 정리되면서, 외부에서 유력 인사들이 대부분 고사 의사를 밝히는 상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배경에 유력후보군이 얼마 남지 않게 되고, 이는 다시 이런 상황이니 내부파에서 승진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상황으로 순환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모양새다.

마침 우리금융그룹이 내부파 승진을 일궈 자사 행원 출신(이순우 차기 회장 내정자는 舊 상업은행 신입공채 출신)이 최고 사령탑으로 오르는 게 KB 인사 문제로 일종의 트렌드를 형성하게 될지도 눈길을 끈다.

임영록 KB금융지주 사장과 민병덕 KB국민은행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이 2강 1약의 3파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 순혈주의 vs 도전·창조 DNA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이미 10명선으로 후보군을 압축한 바 있지만, 주요 외부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고사 의사를 밝히면서 자연스럽게 무게추는 내부인사 쪽으로 기울고 있다. 주요 외부 인사 중 고사의 뜻이 명확한 인물로는 진동수·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하영구 씨티금융지주 회장 등이 꼽힌다.

이에 따라 임영록 KB금융지주 사장과 민병덕 KB국민은행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이 2강 1약의 3파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임 사장과 민 행장과 경합을 보이고 있는 이동걸 전 부회장은 사실상 외부 인력이라기 보다 차라리 '금융통'이라고 보는 것이 옳은 시각이다. 수 많은 은행들이 합종연횡 또는 내외부 요인들로 인해 뭉쳤다가 헤이지길 반복해 온 한국의 금융사를 감안한다면 국경이 무너진 글로벌 금융시대에서 '순수혈통 DNA'를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경쟁력 약화의 전근대성이라고 볼 수 있다.

이동걸 부회장은 과거 한일은행 이후 여러 합병과정에서 보여준 노사안정을 위한 파트너십 부분에서 모두가 만족스런 결과를 도출해 낸 성과를 통해 '해결사' 역할을 적재적소에 펼친 것은 지금껏 회자되고 있으며, 신한금융투자에서 IB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했다는 평가 역시 이번 회장 인선에서 적지 않은 호평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외부인보다 나은 내부 출신? 논리의 3대 허점 

   새 KB금융지주 회장 의자에는 누가 앉을까? 임영록, 민병덕 두 걸출한 내부 인재의 에스컬레이팅을 점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이들 두 인물 대세론이 어쩐지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자리에 앉을 사람을 기다리는 국민은행 스마트브랜치의 내부전경. ⓒ 국민은행  
새 KB금융지주 회장 의자에는 누가 앉을까? 임영록, 민병덕 두 걸출한 내부 인재의 에스컬레이팅을 점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이들 두 인물 대세론이 어쩐지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자리에 앉을 사람을 기다리는 국민은행 스마트브랜치의 내부전경. ⓒ 국민은행
하지만 이 같은 문제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또다른 반발을 낳고 있다. '대세' 혹은 '무리수 없이 갈 필요가 높은 경제위기 국면'이라는 문제풀이 방식에 따라 흘러가는 양상은 어쩔 수 없더라도, 언젠가 짚고는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첫째 우려 사항은, KB금융의 차기 회장의 첫번째 과제가 '돈을 잘 버는 효율적인 조직'을 만드는 일이라는 데 있다.

KB금융의 가장 큰 계열사인 국민은행은 경쟁사인 우리은행이나 신한은행보다 직원수는 적어도 6000명은 과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벌어들이는 돈은 비슷해 이른바 1인당 생산성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KB금융의 자기자본이익률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꼴찌를 다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 점에서 차기 회장으로 금융에 대해 잘아는 정통 금융맨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이기는 하다. 하지만 문제의 지휘 책임이라는 점에서 현재 물망에 오르는 2강 인사들은 모두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 역시 받고 있다.

창조성 없는 관리형을 앉히자?

차기 회장의 두번째 과제가 KB금융을 진정한 금융지주사로 탈바꿈시키는 일이라는 점 역시 내부파 대세론을 공급하는 쪽에서 드는 이유 중 하나지만 반대로 이들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현재 KB금융그룹은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85%에 달할 정도로 은행 쏠림현상이 심각하다는 점은 공지의 사실. 여기에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까지 실패하면서 비은행 부문을 확대하기 위한 시도도 실패한 상황이다.

때문에 금융권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보다 전략적이고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 그런데 민 행장의 경우 관리형에 해당하는 인재로 위기를 해결하거나 새 밑그림을 그리는 점에 강렬한 포인트를 찍기엔 부족하다는 평이 없지 않다. 

특히 우리금융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불어올 강한 폭풍 속에서, KB금융이 약한 증권이나 기업금융 부문을 보강할 수 있는 인물이 민 행장인지에 대해서도 논의의 필요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차기 회장은 이를 성사시킬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런데 민 행장의 경우 취임 100일에 즈음해 언론에 개인소매금융 분야의 강점을 살리면서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투자은행(IB), 외환과 기업금융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이 같은 문제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획을 그었는지가 불명하다. 이런 점에서 성과를 확실히 키웠다면 지금의 낮은 생산성 문제가 부각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의 노고로 이 영역들의 발전 맹아가 자라고 동면에서 깰 날을 기다리는 중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를 기다려줄 정도로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 문제다.

임 사장은 오랜 공직생활을 통해 금융과 대외협력, 홍보 등 다방면을 두루 섭렵했으며 그중에서도 금융 정책에 능통하다.

하지만 총무처 행정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 대통령비서실 SOC 투자기획단,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 자금시장과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점에서 보듯, 새 피를 수혈한다는 의미에서는 큰 메리트가 없다. 이는 비단 연령대의 문제만은 아니고, 왜 꼭 임 사장이어야 하는지에 강한 임팩트는 없지 않느냐는 의문 꼬리표가 붙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리더십 항목에 부수적으로 붙여서 논할 작은 과제도 있다. 새로 지휘봉을 잡을 차기 회장의 과제가 세계적인 금융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토대를 이번에 닦느냐라는 점이다. 이번 하마평 국면에서 '리더십-국제 영역'이라는 주제로 한번쯤 논의할 주요 과제다.

현재 KB금융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전체 수익 가운데 0.25%에 불과하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뒤를 차지한다.

국민은행의 경우, 다른 경쟁은행들이 활발한 영업을 펼치고 있는 중국에서도 아직 인민폐 영업 허가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데 민 행장이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KB금융의 새로운 CEO가 해야 할 마지막 과제는 외부와 원활한 소통을 하는 것이다.

임 사장의 경우 금융을 다룬 당국자 출신이라 이 문제에 가산점이 있는 편이다. 다만, '이제 새로운 관료 출신 채널로 바꾸는 것도 대안인데 왜 굳이 그를 계속?'이라는 문제가 남는다. '아웃 오브 데이트한 전관'이라는 지적이다.

관료 출신인 그가 급부상하기에는, 이미 최근에도 당국자 입김 음모론이 담긴 미국 연구기관의 보고서로 곤욕을 치른 KB의 입장이 난처할 수 있다. 관료 출신이 수장으로 앉는 것과 주요 보직에서 열성적으로 일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 회장이 "KB는 정부 주식이 한 장도 없는 민간 금융회사인데 왜(내가 거취 문제를 당국 상의를 받아서 해야 하는가)?"라는 식으로 근래 불만 아닌 불만을 표한 것처럼, 외국계 투자 지분이 평가를 한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만약 우리금융을 합친다는 시나리오 때문에도 불안한 외국인 투자심리가 관료 출신 임 사장 하마평으로 불붙어 '엑소더스'로 치달을 것까지 가정한다면 기우겠으나, 이런 문제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