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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객정보 새든 말든 '두 얼굴의 보험사'

이지숙 기자 기자  2013.05.29 18: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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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보험업계가 잇단 고객정보 유출로 시끄럽다. 은행, 카드사에 이어 보험사 보안에도 '구멍'이 발견된 것이다.

한화손해보험 고객정보 해킹 사실이 발표된 지 열흘 만인 지난 28일 메리츠화재도 직원에 의해 고객정보 약 16만건이 유출됐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보험사 고객정보의 경우 고객의 병력, 대출 내역 등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어 자칫 범죄에 약용될 수 있는 개연성이 크다. 다행히 두 번의 고객정보 유출 사고에도 병력과 주민번호, 금융거래정보 등은 유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허술한 보안체계와 직원관리 소홀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이번 유출사고로 가장 두드러진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보험사의 '보안 불감증'과 사고를 묻어두려 한 황당무계한 태도다.

한화손보는 2011년 3월부터 5월까지 해킹에 의해 15만7901건의 고객정보가 유출됐다. 한화손보는 2011년 5월13일 자신의 교통사고 접수기록이 인터넷에서 조회된다는 고객민원을 접수한 뒤 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알았으나 당시 금감원에 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수사기관으로부터 고객정보 유출 사실을 통보받은 뒤 금감원에 사고경위 보고서를 내면서도 유출경위를 몰랐다고 발뺌했다.

메리츠화재 또한 24일경 고객정보 불법 유출 가능성에 대한 제보를 입수한 뒤 내부적으로 직원면담을 진행하고 28일 사과문 배포와 함께 금감원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진해서 유출 사실을 알린 케이스이긴 하지만 정보유출 사고를 파악한 뒤 바로 금감원에 알리지 않고 사과문, 언론보도자료 배포와 함께 보고가 들어가자 금감원 측은 다소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또 쉬쉬하고 있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있을지 모른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올해 열심히 '고객중심 경영'을 외치던 보험사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보험업계에서 잇따라 고객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하자 금융당국도 보험사에 대한 대대적인 고객정보 관리 점검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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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에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아닌지 걱정스럽다. 사고가 터질 때 마다 급급하게 조사에 나설 것이 아니라 '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보험사들 또한 보안에 드는 비용을 매몰비용으로 취급하는 사고방식을 버리고 고객의 정보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 믿고 맡긴 소중한 정보를 지켜내지 못한다면 '고객중심 경영'은커녕 그동안 쌓은 고객의 신뢰도 잃을 수밖에 없다. 말 뿐인 고객사랑이 아닌 실천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