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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난에 카파라치까지…' 울고 싶은 카드모집인들

고객 선호카드 스타일 변화도 한몫… 업계 "조직 확대 힘들어"

이지숙 기자 기자  2013.05.29 15: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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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카파라치 제도와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카드발급 기준으로 카드모집인들의 설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금융당국은 작년 12월부터 카드모집인의 불법행위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카파라치' 제도를 시행 중이다. 대형마트나 놀이공원에서 무분별하게 일어나는 불법모집을 막기 위함이다.

카드모집인들의 고통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원카드' 사용이 늘고, 모집인을 거치지 않고 인터넷으로 직접 카드를 신청하는 고객이 많아지면서 영업악화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신고 실적 저조한데도… 모집인들 "죽을 지경"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카파라치 제도의 신고·접수 건수는 5개월간 75건에 그쳤다. 시행 첫 달인 12월에는 8건이 접수됐으며 1월 13건, 2월 21건, 4월에도 총 21건이 접수돼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카드모집인들은 신고·접수되는 수치와 실제 느끼는 체감온도는 분명이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전광원 신용카드설계사협회 회장은 "금감원이 불법 카드모집인 적발 시 카드사까지 제재를 가하는 쌍벌제를 시행하자 기업들은 카파라치 신고만 들어와도 카드모집인의 영업코드를 삭제하고 있다"며 "이를 악용하는 카파라치들이 무수히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회장은 "여신협회에 신고할 경우 포상금을 받기까지 절차가 무척 까다롭다"면서 "하지만 카드모집인 입장에선 카드사에 신고만 들어가도 영업을 못하게 되니 카파라치들이 설계사들을 협박해 돈을 갈취하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있든 말든" 덕수궁 대한문 광장. 카드불법 모집인들이 지나가는 행인을 대상으로 신규카드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 프라임경제
실제로 설계사들의 불법모집을 촬영해 신고한 카파라치 중 포상금을 지급받은 건은 50%가 되지 않는다. 올해 1월 13건의 신고·접수 건수 중 2건만이 포상금을 받았고 4월 21건이 접수됐을 당시엔 30%인 7건에 대한 포상금이 지급됐다.

전 회장은 "이와 같은 내용을 언론, 금융당국, 여신협회 등 여러 채널을 통해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전혀 개선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발급기준 강화, 인터넷채널도 모집인 발목 잡아

소비자들의 카드사용 스타일 변화도 카드모집인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예전에는 각 혜택에 따라 다양한 카드를 사용했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혜택이 한 카드에 담긴 '원카드' 사용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카드 고객층이 젊어지며 모집인을 통하지 않고 직접 카드를 신청하는 사례 또한 늘고 있다.

2011년 11월부터 출시된 삼성카드 숫자카드 시리즈의 경우 카드모집인을 통한 발급 비율이 약 75% 수준이다. 보통 타 카드의 경우 카드모집인 발급 비율이 90% 이상이다.

현대카드 제로카드는 카드모집인 발급 비율이 30%에 불과하다. 또한 현대카드는 지난해 4월 업계 최초 모집인을 거치지 않고 인터넷 홈페이지, 전화 등으로 쉽게 가입할 수 있는 '현대카드 다이렉트' 서비스도 선보였다.

모집인 수당체계도 까다로워졌다. 기존에는 고객이 카드를 발급만하면 일정 수당이 나왔지만 최근에는 고객의 카드 이용금액에 따라 수당에 차이를 뒀다. 정부의 휴면카드 줄이기 등에 맞춰 카드만 발급해 놓고 사용하지 않는 '유령 고객'을 줄이기 위함이다.

영업환경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며 카드모집인의 숫자도 계속해서 줄고 있다. 지난 2011년 12월 5만101명이었던 카드모집인은 지난 4월 3만6048명까지 급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에 친숙한 젊은 고객들의 카드 사용이 늘며 자발적 신청자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카드업계 수익악화로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모집인 채널을 늘리기 쉽지 않은 만큼 당분간 모집인 채널 축소는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카드사들은 분기실적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모집수당을 일시적으로 올려 카드모집인을 모집하고 할당량을 채우면 다시 수당을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영업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영업조직을 하나의 도구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