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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부가 국민건강보다 담배회사 눈치 봐서야…" 서홍관 금연운동협의회 회장

"가장 큰 성과는 국민 흡연인식 변화, 당연한 것에서 비정상적 해로운 것으로"

조민경 기자 기자  2013.05.29 15: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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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980년대만 해도 흡연은 당연한 습관이고 문화였어요. 누구도 금연의 필요성을 몰랐죠. 하지만 지속적으로 중요성을 알려온 결과 최근에는 흡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바뀌었어요. 앞으로 담뱃값 인상과 담배 광고 금지를 추진해 장기적으로 흡연율 0%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의 20여년간의 노력이 우리나라 국민들의 흡연 인식변화를 이끌었다며 이 같이 밝혔다. 하지만 최근 들어 흡연율 감소 추세가 정체됐다며 적극적인 활동과 캠페인을 통해 지속적인 흡연율 감소를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1970~80년대는 성인남자 80%가 흡연자였어요. 그 당시에는 흡연이 사회적으로 정상적인 행위로 받아들여졌죠. 친부모조차 흡연하는 자녀에게 담배 끊으라는 말을 하지 않던 시대였어요."

◆"담배 끊을 생각 없는 사람 많아" 

서홍관 회장 역시 흡연자였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처음 담배를 접하고 레지던트 시절까지 10여년간 담배를 피웠다. 담배가 해롭다는 것은 알았지만 직접 자신의 몸에 해를 준다는 생각까지는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 = 최민지기자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 = 최민지 기자
하지만 80년대 후반 양담배 수입개방 반대를 위한 성명서를 쓰던 중 금연을 결심했다. 양담배 수입개방 허용을 반대해야 하는 근거를 조사하다 담배의 해로움을 다시금 깨닫고 담배를 끊었다. 

"성명서를 쓰려고 논문을 공부하다 '흡연이 미친 짓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담배의 해악을 깨달았고 의지가 강해 생각보다 쉽게 끊었어요. 나만 금연하면 되는 게 아니라 의사로서 환자들에게도 담배를 끊도록 권했어요. 하지만 담배를 끊을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많고 끊고자 하더라도 쉽게 끊지 못해 놀랐죠."

이때부터 서 회장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금연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까, 또 어떻게 하면 금연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까 고민에 잠겼다. 미국으로 흡연문제 관련 연수를 다녀와서 금연클리닉을 열었지만 들이는 노력과 품에 비해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효과적인 금연을 위해서는 법과 제도를 바꿔야한다는데 생각이 미쳐, 당시 국내에서 금연운동에 앞장서던 한국금연운동협의회와 뜻을 같이 하기로 했다.

◆"80년대 후반 80% 흡연율, 현재 40%대로"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초대 회장인 김일순 연세의대 교수에게 금연운동을 돕고 싶다고 얘기했어요. 1997년부터 한국금연운동협의회에서 일하기 시작해 2010년 2대 회장에 취임했죠."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1988년 김일순 교수와 정광모 소비자연맹 회장이 금연운동을 위해 협력 단체들과 함께 설립한 단체다. 우리나라 흡연실태 조사뿐 아니라 금연 관련 대국민 캠페인, 대정부 정책 제안, 국제 활동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가 지금까지 일궈 낸 가장 큰 성과는 국민들의 흡연 인식 변화를 바꾼 것입니다. 과거 당연한 것, 정상이라고 인식되던 흡연을 비정상적, 해로운 것으로 바꿔 놓았죠. 80년대 후반 성인남성 80%에 육박하던 흡연율도 현재는 40%대로 절반가까이 낮아졌어요."

간접흡연에 대한 인식변화도 금연운동의 성과 중 하나다. 예전에는 학교, 병원 등 어디서나 담배를 피울 수 있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가 금연운동을 통해 간접흡연의 위험성을 꾸준히 알린 결과, 많은 사람들이 간접흡연에 대한 부분을 인지하고 금연구역이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흡연율 감소와 흡연에 대한 인식변화는 호주, 캐나다 등 금연선진국에 비해 금연운동이 20여년 뒤처진 것을 감안했을 때 주목할 만한 성과다. 그러나 아직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흡연율 감소세가 주춤하고 있어 한국금연운동협의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담뱃값 인상, 금연효과 가장 커"

"흡연율이 40%에서 정체된 것은 담뱃값이 지난 8년간 한 번도 인상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계속 하락한 것과 다름없어요. 담배가격 만큼 흡연자들에게 영향을 주는 게 없어요. 담뱃값을 올리는 것이 금연 효과가 가장 커요."

현재 OECD 국가의 평균 담뱃값은 6500원선이다. 2500원선인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반면, 호주는 담뱃값이 비싼 대표적인 나라로 1만4000~5000원선이다.

"우리나라도 금연선진국 수준으로 인상이 필요하지만 우선 현실적인 선에서 5000원정도까지 인상해야 해요. 담뱃값을 인상해 그 만큼의 세수를 금연치료 환자에게 보험혜택을 주고 금연 캠페인 등 금연관련 활동에 사용해야 해요."

서 회장은 이처럼 흡연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는 것 외에도 담뱃갑 경고사진 삽입, (실내)금연구역 확대에 힘쓰고 있다. 대국민 홍보캠페인뿐 아니라 관련 제도 법제화도 추진하고 있다.

앞서서도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처음으로 광범위한 금연구역 확대지정을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제정의 근거를 제시한 바 있다. 이후 담뱃갑에 경고사진과 문구를 삽입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의 국회통과도 촉구했으나 현재 계류 중이다.

◆"정부가 금연 의지 있는지…"

"금연은 정부의 의지인데, 정부가 금연에 큰 의지가 없는 것 같아요. 국회의원들도 담배회사의 이익을 위해 일을 하는지, 국민의 건강을 위해 일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서 회장은 금연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이와는 반대로 적극적인 금연의지를 보이고 있는 호주의 예를 들었다.

"호주의 경우 정부가 담뱃갑 경고사진·문구 삽입뿐 아니라 담뱃갑 전체를 부정적인 느낌의 다크브라운 컬러로 의무화했어요. 현지 담배회사들이 정부를 상대로 상표권, 지적재산권 침해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호주 보건부 장관이 TV에 출연해 '담배회사들은 상대를 잘못 골랐다'고 선전포고 했고 결국엔 정부가 승소했어요. 이처럼 우리나라 복지부 장관도 국민 건강을 위해 싸울 생각을 해야 되지 않나요. 담배회사 눈치를 봐서는 안 되죠."

최근 진영 복지부 장관이 최근 담뱃값 인상과 관련해 "시기가 아니다"라며 당초 입장을 번복한데 대해서도 정부의 금연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행동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담뱃값 인상 시기가 아니라고 하는데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가요. 어떤 조사를 했기에 아니라는 것인지…. 설명조차 없어요. 8년간 담뱃값이 오르지 않아 인상할 이유가 충분한데 말이죠."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앞으로도 담뱃값 인상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담뱃값 인상을 실현시키겠다는 의지다. 이와 함께 오는 31일 열리는 세계 금연의 날 행사를 계기로 담배 광고·판촉, 담배회사의 후원을 금지하는 금연운동도 펼쳐나갈 계획이다. 

◆"세계 금연의 날 계기로 담배 광고금지 운동도"

"매년 5월31일은 WHO가 지정한 세계 금연의 날이에요.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행사를 개최해 올해는 26회째를 맞았어요. 한국금연운동협의회와 복지부가 같이 개최한 적도 있지만 올해는 따로 진행하기로 했어요."

올해 세계 금연의 날 주제는 '담배 광고, 판촉, 그리고 후원을 금지하라'다. 담배회사들이 담배 광고와 판촉, 후원 등 마케팅 전략으로 흡연을 조장하고 있어 이 같은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플래쉬몹과 홍보대사 위촉, 관련 세미나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행법상 TV와 라디오의 담배 광고는 금지돼 있다. 하지만 잡지와 인터넷매체 등은 담배의 품명·종류·특징을 알리는 선에서 광고가 허용되고 있다. 또한 편의점과 같은 판매소 내부의 진열대 등에는 담배 표시판, 스티커 및 포스터 등 광고 설치가 가능하다.

"담배 광고를 전면 금지해야 해요. 현재 담배 광고는 잡지 등 일부에 한해 상품안내 정도를 할 수 있게 돼 있는데 담배회사들이 이를 악용해 다 광고를 하고 있어요. 특히 편의점 진열대 주변 광고가 심각한 수준이에요."

담배 광고가 흡연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수치적인 분석은 추가적인 연구·조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담배회사들이 비용을 감수하고라도 담배 광고와 판촉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이것이 담배 판매와 직결되기 때문으로, 담배 광고와 흡연율과의 상관성을 대변해준다는 게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측의 판단이다.

"담배 회사들이 편의점체인 본사, 편의점주들에게 (담배) 광고 설치비용까지 주며 담배 광고를 왜 하겠어요. 효과가 있기 때문이죠. 금연선진국인 호주와 캐나다에서도 담배 광고 자체가 금지돼 있고, 호주는 편의점 등의 담배 진열조차 금지하고 있어요. 그 결과 흡연율이 세계 최저 수준입니다." 

서 회장은 담뱃값 인상 다음으로 담배 광고 금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담배회사가 펼치는 후원과 사회공헌활동조차 광고효과가 있어 흡연율에 영향을 준다고 보고 있다.

"담배 회사들의 후원은 놀라운 광고 전략 중 하나에요. 좋은 의미에서 공헌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광고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런 활동들을 하기 때문이죠. 일례로 복지관에 자동차를 사주고 회사이름을 붙이고 다니도록 하는 식이에요."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이 같은 담배 광고를 막기 위해 범국민금연운동추진단을 결성한다. 세계 금연의 날 행사에서 30여개 단체로 우선 결성하고 이후 100개 단체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담배 광고 금지와 담뱃값 인상 등에 관해 범국민 운동을 펼칠 예정이에요. 또한 포괄적인 금연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힘쓸 겁니다. 담배는 그 자체로 금지돼야 해요. 장기적으로 흡연율 0%, 담배 생산·판매 금지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