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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 프로젝트 ②] '갑의 틀을 깨다' 현대모비스…협력사에 심장·두뇌 공개

노하우·비용 부담에 '언감생심' 협력업체, 해외 부품전시회 꿈 이뤄

전훈식 기자 기자  2013.05.28 15: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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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모비스는 자사에 AS 부품을 공급하며 우수한 실적을 올린 협력사 직원들에게 해외연수 기회를 제공했다. ⓒ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는 자사에 AS 부품을 공급하며 우수한 실적을 올린 협력사 직원들에게 해외연수 기회를 제공했다. ⓒ 현대모비스

[프라임경제] 글로벌 자동차 관련 브랜드들이 기술력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에 따라 상당수 부품을 협력업체에 맡기면서도, 핵심적인 기술은 자회사를 직접 만들어 여기에 의존하는 게 보통이다. 이런 경우 극도의 보안을 유지해 전체적으로 보면 회사의 핵심 기술력과 그 관련 부품은 내부 직원이 아니면 엿보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틀을 깨고 협력업체들에게 반짝이는 영감을 얻을 고급 기회를 제공하는 자동차 부품 브랜드가 있다. 현대기아차그룹 소속의 현대모비스가 그 주인공이다.

미국과 일본 기업을 제외한 글로벌 자동차 관련 브랜드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회사들은 저마다 핵심기술에 대해 특허로 무장한 채 경쟁사와 특허전쟁을 벌이는 '기술력 경쟁 시대'가 도래해 치열한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다.

국내 자동차 유관기업의 경우, 부품 국산화율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전장부품의 경우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향후 기술 자립에 박차를 더 가해야 할 상황이다. 문제는 또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일부 선진국이 양적완화를 통해 다량의 돈을 찍어내면서 독일이나 한국 등의 회사들은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가격경쟁력 면에서 앉은 자리에서 손실을 보고 있다.

환율 전쟁으로 맞불을 지르기에는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아직 부족하다. 결국 개별 기업들이 불리한 경제 여건을 기술력을 통해 극복해 나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가운데 현대모비스는 부품 협력업체와 함께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부품의 국산화를 향상시켜 나가고 있다.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대기업과 높은 품질의 제품으로 화답하는 협력업체의 '상생의 힘'은 현대모비스의 보이지 않는 재산이 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1000여개에 이르는 협력업체의 경영환경 개선이 궁극적으로 회사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고 인식하고 협력사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부품협력업체 수출지원, 유동적 자금지원, 기술 및 품질지도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 공장까지 오픈, 우수 개선사례 협력사에도 심는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9월 △국내 아산공장(모듈) △진천공장(전장품) △포승공장(핵심부품) △중국 베이징공장(모듈) 등의 생산현장을 146개 협력사에 오픈했다. 이는 우수 개선사례를 함께 공유해 관련된 부분의 생산 및 품질 관리 선진 시스템을 협력사까지 실질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다.

보안에 극도로 민감한 자동차 산업 쪽 분위기상 공장 전면을 협력업체라고는 하나, 외부에 개방은 이례적이다. 보통 해외바이어 등 구매 문제가 걸려 있는 경우라도 제한된 범위 내에서 생산현장의 일부만 공개하는 관행이 굳어져 왔다는 점을 아는 이들이라면 이 소식을 더 충격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대모비스는 한국 공장들은 물론 중국에 있는 기술시험센터도 협력업체에 개방해 협력업체 품질 향상을 돕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1999년 제2의 창업을 선언한 후 12년간 비약적으로 성장하기까지 협력사의 노력이 적지 않은 만큼, 협력사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상생협력 추진 계획을 수립해 실행해 오고 있다. 특히 현대모비스의 브랜드 파워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소 협력사의 해외 시장개척을 적극 돕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000년부터 미국·일본·유럽·중국 등에서 수십 차례에 걸쳐 부품전시회를 열며 협력사와 해외 시장을 활발히 개척해 왔다. 기술력은 있으나 글로벌 시장을 노크하는 것은 노하우는 물론 초기비용 부담으로 언감생심이었던 협력업체들이 현대모비스의 지원에 힘입어 전시회 기회를 얻었다. 이런 기회 제공은 곧 결과로 이어져 8억달러 이상의 수출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협력사 생산 부품이 경쟁력을 갖췄더라도 해외 시장을 직접 개척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 좋은 결과를 이뤄낸 케이스로 상생 사례로 경영학에서도 관심을 가질 케이스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공대의 교수들과 협력사 기술개발 책임자를 초청해 'R&D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협력사들이 산학협력을 통한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현대모비스는 단순 기술이전이나 금전적인 지원뿐 아니라 중소 협력업체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첨단부품 국산화, 협력사와의 공동개발로 기술성숙도 향상

현대모비스가 시스템 개발을 위해 지난 2004년부터 협력사 '인팩'과 공동 개발에 착수한 점은 동반성장의 또 하나의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협력사와의 공동 개발을 통해 첨단부품의 국산화에 많은 노력을 가하고 있다. 사진은 그 대표 사례인 K9에 적용된 '4코너 전자제어 에어서스펜션'이다. ⓒ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는 협력사와의 공동 개발을 통해 첨단부품의 국산화에 많은 노력을 가하고 있다. 사진은 그 대표 사례인 K9에 적용된 '4코너 전자제어 에어서스펜션'이다. ⓒ 현대모비스

뿐만 아니라 현대모비스는 협력사와의 공동 개발로 부품의 국산화를 앞당기는 동시에 협력사에게는 동반성장의 계기도 마련해 주고 있다. 그 대표 사례로 지난해 K9에 적용하는데 성공한 '4코너 전자제어 에어서스펜션’을 꼽을 수 있다.

에어서스펜션은 압축된 공기 탄력을 이용한 공기 스프링으로 차체를 떠받치는 방식의 현가장치로, 주행 안정성과 승차감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미 2코너 전자제어 에어서스펜션은 국내 기술로 구현된 적이 있다. 하지만, 4코너 전자제어 에어서스펜션의 경우 국내 처음으로 적용되면서 현대모비스가 이를 통해 기술의 자립을 선언, 수입 대체 효과를 톡톡하게 거두고 있다.

4코너 전자식 에어서스펜션은 차량 4개축에 각각 에어 스프링을 적용해 주행상황이나 운전자 조작에 따라 서스펜션 감쇄력이나 차고를 자동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2코너와 비교하면 제어방식은 더 복잡하다. 아울러 시스템 규모도 커졌다. 하지만 보다 정밀한 기술력을 구현했기 때문에 최적의 조종 안정성과 승차감을 확보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자동차 고급화 대형화 추세에 따라 전자식 에어서스펜션의 수요가 증가하자 소비자 유행에 발맞춰 시스템 개발에 주력한 것이다.

◆현대모비스가 도우니 협력업체는 특허기업으로 성장 쑥쑥

협력사 '인팩'은 전자식 에어서스펜션 핵심부품인 '솔레노이드 밸브 블록'을, 현대모비스는 시스템 구성과 로직 등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발을 맡았다. 솔레노이드 밸브 블록은 공압을 이용해 에어를 적재적소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하는 핵심부품으로, 인팩은 자체 기술력으로 4년 6개월 만에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성공적인 인팩의 기술 개발 뒤에는 현대모비스의 기술자문이 있었다. 인팩은 현대모비스와 기술과 품질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공유하며 제품 완성도를 높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제품화된 인팩의 솔레노이드 밸브 블록은 이제까지 단 한 건의 필드클레임도 발생하지 않았을 만큼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

현대모비스는 이러한 인팩의 솔레노이드 밸브 블록을 비롯한 핵심 부품을 토대로 시스템 개발에 돌입, 3년여에 걸친 개발기간을 거쳐 2012년 제품 양산에 성공했다. 협력사와의 협업이 이룬 쾌거였다.

백상훈 현대모비스 시스템 개발 담당 선임연구원은 "인팩의 기술력을 믿고 시도한 프로젝트였다"며 "개발 기간 함께 고민하고 공유하면서 기술 성숙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차세대 핵심부품의 상용화 뒤에는 협력사의 기술과 품질력이 뒷받침될 때가 많다. 인팩은 이번 기술개발과 관련 기술논문과 특허도 자체 보유 중이다.

김차식 인팩 R&D담당 이사는 "외산에 의존하던 제품을 국산화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고객사의 선입견"이라며 "중소업체의 기술력에 대한 신뢰가 신기술 개발의 밑거름"이라고 밝혔다. 이번 시스템 개발 또한 인팩의 기술력에 대한 현대모비스의 신뢰가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우수 납입실적 보여주면 폭스바겐 견학을?

현대모비스는 지난 4월, 자사에 사후서비스(A/S) 부품을 공급하며 우수한 납입실적을 올린 80개 협력사 직원들에게 해외연수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우수협력사 직원 88명은 현대모비스의 도움으로 4일간 상하이모터쇼를 관람하고, 모비스 상하이·우시공장을 견학했다. 더 눈길을 끄는 대목은 경쟁업체 중 하나인 폭스바겐 상하이 공장도 견학하도록 주선해 벤치마킹의 기회를 가졌다는 점이다.

현대모비스는 우수협력사의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상생 및 협업 마인드를 공유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장권익 화신정공 부장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무한경쟁 예상 및 기술과 품질 향상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각오를 다졌다. 아울러 "중국시장에서의 지속적 성장 및 A/S부품의 안정적 공급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기회가 됐다"고 밝혀 협력업체들도 행사를 기획한 현대모비스의 뜻에 적극 부응하는 모습을 입증했다.

2만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자동차 산업에서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동반성장은 품질 향상과 직결되는 만큼, 다양한 현대모비스의 동반성장 노력이 어떤 결과를 더 낳을지 주목된다. 세계경제가 무한 경쟁으로 치닫는 와중에 현대기아차그룹이 글로벌 브랜드들과의 체력 경쟁에서 버틸 영양제를 현대모비스는 오늘도 묵묵히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