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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사 RA 실태 "언제 전문인력 될래?"

'全無' 유관기관 관련 규정…신한금융투자, 미등록률 40%

정금철 기자 기자  2013.05.28 13:4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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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천명에 이른 아버지 '하워드 A. 스타크'가 1970년 5월29일 탯줄을 자른 늦둥이 '토니 스타크'는 무기개발업체인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대주주로, 작년 기준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추산한 10조원대 거부다. 다만 '아이언맨3'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의 말리부 저택과 수트가 모조리 날아갔으니 올해 발표에서는 재산액수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어쨌거나 영어 외에도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등을 구사하는 토니는 1977~1984년 'Phillips Academy' 석사 학위를 따낸 후 1984~2010년 MIT 석사 과정을 밟았다. 이후에는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평화를 수호하는 아이언맨으로 활약하며 국토안보대테러전략집행국 '실드(S.H,I.E.L.D)'에서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그러나 해당 부처에 문의한 결과 토니가 실드에 가입되지 않은 무등록자라면…?

물론 영화 속 히어로인 아이언맨의 얘기지만 비슷한 사례는 과장을 좀 보태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찾을 수 있다. 쉽지 않은 시험을 통과한 후 한국 금융산업 발전의 한 축을 지키는 멀고도 험한 애널리스트(연구원)의 길을 택했지만 이들을 관리하는 금융당국과 협회의 관심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인력검색 안 되는 RA 수두룩… 대부분 증권사 '구멍' 

28일 국내 중대형 증권사 위주로 금융투자협회 RA(Research Assistant, 보조 연구원) 등록 현황을 파악한 결과 이들 중 상당수는 미등록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리서치센터 내 18명의 RA 중 7명이 협회에 등록되지 않아 미등록률 40%에 육박했고 한국투자증권도 20명 RA의 30%인 6명의 이름을 금융투자전문인력 검색에서 찾을 수 없었다.  

또한 하나대투증권은 18명 중 5명(27.7%), 우리투자증권은 23명 중 4명(17.4%)이 미등록 RA였고 언급하지 않은 나머지 증권사도 인원차이만 있을 뿐 모든 RA가 협회에 이름을 올린 것은 아니었다. 다만 대신증권처럼 모든 RA가 협회 등록을 마친 경우도 있었다.

물론 RA 등록과 관련한 세부규정과 제재가 없어 증권사들에게 시비를 따지기도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RA의 경우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활용되는 리서치자료 작성에 참여하고 투자의제 설정과정에도 관여하는 만큼 지금보다는 명확한 관리기준이 요구된다.     

이와 관련 S증권 리서치센터 한 팀장은 "입사 초기에는 가르치는데 주력하고 일상적 애널 업무는 시키지 않아 꼭 등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건전한 투자문화 조성을 위해 RA들 역시 협회에 등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는 대다수가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투협·금감원 "리스크 회피?" 맘 편한 책임전가

재작년 자격제도 시행 이후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려면 협회 등록을 마쳐야 한다. 실제 금융투자분석사(애널리스트) 자격제도 도입 첫 해인 지난 2011년 12월 K증권사 한 애널은 협회에 등록하지 않고 연구원 활동을 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그렇지만 RA는 얘기가 다르다. 협회 자율규제기획부에 따르면 RA의 경우 전문인력 등록과 관련한 규정이나 규제가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보조 연구원인 이들의 관리가 증권사 내부사항 외에는 전혀 없는 셈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투자감독국의 의견도 마찬가지다.

특히 RA 등록과 관련,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투자업계의 업무질서 유지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자율규제기관으로 전문인력 관리자 역할을 하는 협회는 감독기관인 금감원에 책임을 전가하고, 금감원은 협회 탓을 하는 상황이다.  

협회 관계자는 "자격사항의 경우에는 금감원에서도 제재할 수 있는 사안이고 협회에서도 제재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양형기준이라든지 제재와 관련한 사항은 명확하지 않은 구석이 있다"고 얼버무렸다.

이어 "RA 등록의무는 없고 자격이 되는 사람은 업무를 보는 경우가 있다"며 "금감원에 물어봐도 되겠지만 법으로 명확히 규제하는 바는 없고 협회는 단지 자격을 관리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에 대해 H증권 관계자는 "협회 등록기준은 보고서 작성 여부로 알고 있다"며 "보고서에 'RA 홍길동' 이렇게 명기가 되면 등록된 것이고 이름이 없으면 미등록된 것으로, 타 증권사는 각 리서치센터 사정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증권 관계자 역시 "H증권과 비슷한 등록기준으로 알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리서치 업무에 참여하는 경우라면 회사 차원 이상의 적절한 제제 등의 관리가 필요한 게 투자도의상 옳다"고 첨언했다.  

◆'고난의 시작 RA' 자질 판단은 스테미너로

애널리스트 자격제도는 2009년 자본시장법 도입 이후 2년여 유예기간을 거쳐 2011년 2월부터 시행됐다. 애널리스트가 되는 가장 대중적인 방법은 금융투자분석사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해외 금융투자회사에서 조사분석자료 작성업무에 1년 이상 종사 및 금융투자회사에서 조사분석자료 작성 보조업무 1년 이상 종사 △경영학, 경제학 등 증권관계분야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로 자율규제위원장 인정 금융연구기관에서 연구업무 2년 이상 종사 △자율규제위원장 인정 금융투자교육원 교육과정 이수를 거쳐 연구원이 될 수 있다.

애널리스트가 되기 위한 자격시험인 금융투자분석사의 최근 3년간 평균 합격률은 30%를 상회한다. 2011년과 2012년 두 차례씩 시험에는 각각 1985명, 1325명의 인원이 응시해 663명, 394명이 합격했다. 올해 열린 1회차 시험에는 응시자 562명 가운데 177명이 자격을 따냈다.  

이처럼 관련 시험의 벽은 크게 높은 편이 아니지만 정식 애널이 되는 길은 고난의 연속이다. 일반적으로 RA가 정식 애널리스트가 되기까지 적게는 2~3년 오래는 5~6년이 걸리는데 이 기간 이들은 오전 4시30분에서 5시 사이 출근, 저녁 9시 이후 퇴근한다. 한 달 중 4일 이상은 주말에도 일하며 선배들의 법인영업이나 미팅에도 수시로 참여해야 한다.

중소형 증권사 한 RA는 "온종일 리서치 백업과 조사, 운용사 프레젠테이션, 선배 연구원과 세일즈까지 돌면 자정 넘어서까지 일하는 때도 있고 이런 과정을 3년 넘게 버티면 애널 타이틀을 얻는데 못 버티는 경우가 많아 체력적 우위를 점하는 게 살아남는 길"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