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남성상담사 ①] 금남(禁男)의 벽(?) '담백함'으로 '와르르'

남성 특유의 낮은 목소리, 고객 마음 안정에 효과적 …고객불만 담당 부서 전면 배치

조국희 기자 기자  2013.05.28 10:37:09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상담사' 직종이 지각변동을 맞았다. 온전히 목소리 하나에 친절과 정성을 담아내는 업무특성상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얇은 여성을 선호했던 과거와 달리 해가 거듭될수록 '남성' 비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 고객과 상담사가 연결되기 전 흘러나오는 'ARS멘트'의 '남성' 목소리가 낯설지 않게 된지도 오래다.

육아·출산에 발목 잡힌 경력단절여성에게 가정과 일, 양립을 이룰 수 있는 최적의 일자리로 손꼽히고 있는 '상담사'이지만 최근 '남성'의 비율이 크게 늘었다.

금융, 보험, 통신, 제조, 공공기관 등 고객센터 업종이 날로 전문화되고, 전화뿐 아니라 SNS, 문자 다양한 채널로 고객과 소통함에 따라 분야별 특색에 따라 '남성상담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묵직'하게 승부, 지난해 10% 돌파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남자상담사 수의 비율은 11.9%로, 전년대비 4.7% 상승했다. 이는 처음 조사를 시작한 2011년(6.8%)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특히 IT 관련 전문상담사 혹은 헬프데스크, 보험세일즈 관련 분야에서 남성상담사 활용이 두드러졌다.

실제 조사에 참여한 공공·아웃소싱·일반기업 등 7개의 기업들은 '남성을 채용하게 된 주된 이유'로 'IT 및 전문상담을 진행하기 위해', '언어폭력 및 클레임을 대응하기 위해'를 각각 42.9%로 동일하게 꼽았다.

민홍식 AIG손해보험 소비자보호실 차장은 "AIG 남성상담사 비율은 약 20%정도로 9대 1의 비율을 보이는 일반 고객센터에 비해 높은 편이다"며 "홈쇼핑, 보험세일즈처럼 생산성을 목표로 둔 고객센터에서는 차분한 목소리의 남성상담사를 반기는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상담사에게 언어폭력을 퍼붓는 고객에게 남성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고객의 마음을 안정시키기에 효과적이라고 판단, 고객불만을 담당하는 부서에 남성상담사들을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황규만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사무총장은 "남성상담사들은 여성상담사에 비해 핵심만 담백하게 말을 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유의 차분한 어투는 불만으로 흥분한 고객을 가라앉히기에 안성맞춤이다"라고 강조했다.

◆남(男), 필요에도 불구 저조한 지원율   

이렇듯 남성상담사에 대한 충분한 수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센터는 여전히 남성상담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응한 7개 기업은 '남성상담사 채용의 어려운 점'으로 '지원을 하지 않아서(66.7%)'를 1위로 선택했다.

민 차장은 "예전에 비해 어려움이 덜하지만 여성에 비해 지원율이 저조한 편이다"며 "보험세일즈 분야 상담사 평균 임금은 300만원 정도이고 2~3년 후 고객센터 관리자로 진출할 수 있어 남성지원자가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33.7%를 차지한 기타 의견으로는 상담업무에 대한 비전보다 회사브랜드만 보고 입사해 타 부서로 이직을 노리는 경우, 고객응대 능력이 부족해서라는 견해가 있었다.

황 사무총장은 "간호사 직종은 백의천사라 불리며 여성의 대표적 직업으로 자리 잡았으나 최근에는 남성간호사도 흔히 볼 수 있다"며 "인력수급 문제가 시급한 고객센터에 여성뿐 아니라 남성지원자가 많아질 필요가 있다"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