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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 역풍…국내 증시에 '약' 될까?

일본 팽창적 통화정책 한계 노출, 엔저 브레이크 전망

이정하 기자 기자  2013.05.27 17:3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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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경기회복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에 역풍이 불기 시작했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일본 증시가 대폭락하는 등 일본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우리 주식시장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지수의 향방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 증시의 조정이 엔화 약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에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증시 급락 사태로 일본 정부가 과도한 엔화 정책을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 증시, 13년 만에 최대 낙폭

지난주 일본 주식시장이 13년 만에 일간 기준으로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급락했다. 23일 일본 니케이 225는 전 거래일보다 7.32% 하락한 1만4483.98에 거래를 마쳤다. 또, 일본 토픽스(TOPIX) 지수도 전일 대비 6.87%(87.69포인트) 폭락한 1188.34를 기록했다.

주가 급락에 오사카 증권거래소에서는 장중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돼 닛케이 평균주가 선물의 거래가 일시 중지되기도 했었다. 이날 주가 폭락은 △일본 국채 금리 급등 △중국 제조업 지표 악화 △미국 양적완화 축소 우려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김승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 증시 조정의 시작은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가 1%를 넘어서면서 시작됐다"며 "특히 일본 금융주들이 많이 하락한 것은 일본은행(BOJ)이 국채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할 경우 보유하고 있는 채권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일본 시장의 조정은 자국 통화 약세와 주가 강세라는 조합이 깨지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며 "강한 정책에 대한 기대 때문에 몰린 자금이 만들어낸 과열이라는 인식을 바꿀 수 없는 한 일본 시장은 전 고점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종필 현대증권 연구원도 "지난 주 일본 증시의 쇼크는 연초 이후 강력하게 진행돼 온 일본 정부의 팽창적 통화정책 한계 노출"이라고 지적하며 "급락 당일 일본 정부가 국채 금리 안정화를 위해 시장 개입을 시도한 점은 일본 정부가 양적완화로 인해 국채 금리 상승 및 부작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국채 금리가 개장 초 1%를 상회하자 갑작스레 2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대책을 발표하며 시장개입을 전격 단행했다. 또, BOJ는 장기금리 상승에 대해 "경제여건 개선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해명했다.

◆금융시장 불안, 한국에 기회

마주옥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본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일본에 집중됐던 외국인 매수세가 국내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기대, 코스피가 2000포인트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 연구원은 "이번 주 국내 주식시장은 일시적으로나마 2000포인트를 시도할 전망"이라며 "일본 국채금리 급등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단기적으로 국내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일본의 양적완화에 따른 엔화 약세와 이에 따른 국내 수출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는 완화될 전망"이라는 의견을 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도 금리리스크로 촉발된 일본 증시의 급락은 "일본에 대한 일방적인 기대가 균형을 갖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일본의 속도조절에 대한 국내 영향을 긍정적으로 봤다.

그는 "지금까지 디플레이션 타개, 경기회복이라는 아베노믹스의 긍정적인 면이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부정적인 재정우려(금리상승 리스크)가 동시에 고려될 수밖에 없다"며 "일본의 공격적인 정책은 속도조절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저 현상 가속화가 어려워질 전망"이라며 "일본의 긴급 유동성 공급책에도 불구하고 엔화 강세 전환 부분은 이를 반증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 증시 조정에 따른 외국계 자금의 재유입, 엔저 속도 조절 시그널 등을 한국 증시 악재들의 완화 신호로 해석된다"고 부연했다.

◆국내 증시 영향 아직까지 미미

일각에서는 일본 증시의 흐름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또한 일본 증시 급락의 영향이 아직까지는 미미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대상 대신증권 연구원은 "니케이 지수가 7.32% 폭락하는 이벤트가 연출됐고 이날 코스피도 1.24% 급락했다. 하지만 다음날 0.22% 상승반전을 만들어 냈고, 수급적 동요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중호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일본 증시의 흐름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는다며 일본조정이 코스피의 상승의 기회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 증시 조정이 엔화 약세를 의미하지는 않다는 점 △달러 강세 기조는 전혀 변화지 않고 있다는 점 △일본과 미국의 회복이 주춤하면 글로벌 경기 회복 둔화 될 것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신 연구원은 "아베 내각이 당장 현재의 정책을 물리기는 힘들다는 점을 고려하면 엔화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또한 미 증시 하락은 양적완화 정책의 종료 우려에 기인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대는 달러 강세를 지지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