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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독서노트] 스위스에서 배워야 할 것들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기자  2013.05.27 16:4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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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따뜻한 경쟁, 맹찬형 지음. 장기간의 경제침체 또는 자유시장주의 경제정책의 부작용으로 일자리와 부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공기업, 공공기관, 공무원에 대한 취업 열기가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것처럼 높아만 간다.

   ⓒ 서해문집  
ⓒ 서해문집
호사가들은 '신이 내린 직장, 신이 숨겨놓은 직장, 신도 모르는 직장'이라며 호들갑을 떤다. 자연히 이런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신의 아들'이 된다.

김대호, 김광수, 우석훈 등 재야 경세가들은 우리나라의 사회안전망이 너무 부실해 패자가 부활할 기회조차 없는 것이 위기의 근본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한다. 사회적 안전장치 없이 양극화만 심화되니 개인의 노력만으로도 올라갈 수 있었던 사다리가 모두 망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게 된 교육 사다리, 가난한 정치 신인을 위한 선거 사다리, 벤처정신과 기술·아이디어만으로 큰 회사를 일구어 내는 시장 사다리 등의 중간중간이 부러졌다.

한 번 패자로 미끄러지면 다시는 위로 상승할 수 없기에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인 서울'을 향해 목숨 걸 듯 올인 하고, 청년들은 '스펙과 실업'에 짓눌려 빛나는 청춘마저 잃었다. 승자도 패자도 없이 쏘면 나가는 전파 같은 세상이라면 얼마나 좋겠느냐마는 현실에선 엄연히 경쟁의 논리가 작동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패자도 부활이 가능한 따뜻한 사회를 갈구한다. 그리고 그런 사회를 위한 세대간, 계층간 국민적 합의를 희망한다. 스위스가 대공황 이후 국민적 대 타협으로 오늘처럼 탄탄하고 따뜻한 나라를 이룬 것처럼 '승자들'이 '패자들'에 대한 배려와 양보가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특별히 '따뜻한 경쟁'을 골랐다.

저자는 연합뉴스 제네바 특파원이다. 한국에서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산업부 기자를 두루 돌고 나서 유엔사무국이 있는 제네바로 갔다. 한국과 스위스를 다방면으로 비교할 문제의식과 정보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그의 눈에 비친 스위스라는 나라는 부러움을 느끼지 아니할 수가 없다.

물론 저자 맹찬형 기자의 시각이 스위스가 100% 정답일 수는 없고, 스위스라고 해서 산만 높고 골은 없겠는가. 그러나 스위스의 '패자배려-공존'을 위한 국민 철학, 정책적 디자인은 가히 예술적이라 할 만큼 치밀하고 섬세하다.

4년제 대학 진학률이 20%대임에도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스위스 패러독스'와 80%대인데도 OECD 국가 중 청년취업률이 최하위인 '코리안 패러독스'의 비교가 극명하다.

대학입학과 졸업을 철저히 통제하는 대신 고졸로도 얼마든지 만족스럽게 살 수 있도록 스위스의 교육과 노동정책은 정교하게 디자인됐다. 사교육도 없을뿐더러 워킹맘에 대한 충분한 배려로 엄마가 최고로 행복한 나라가 스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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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이 들판에서 풀을 뜯는 스위스의 소는 사실 주인의 수입을 위해 '근무중' 이다. 친환경 육우를 위해 들판에 소를 내놓는 시간만큼 정부에서 지원금을 주기 때문이다.

특유의 전원풍 스위스 농가 삼각 지붕에서 자라는 담쟁이 넝쿨도 지원금이 나온다. 그 돈은 바로 그런 목가풍을 구경 오는 외국 관광객들로부터 벌어들인다. 농가도 챙기고, 수입도 챙기고, 환경도 챙기는 것이다. 영악하리만큼 영리하고 얄미운 스위스가 아닐 수 없다.

프라임경제 칼럼니스트 최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