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여의도25시]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이 남긴 전대미문 기록

전지현 기자 기자  2013.05.27 16:32:29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지난 15일 14년간 지켜온 이승한 회장이 물러나고 도성환 사장이 홈플러스 사령탑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이승한 회장은 홈플러스 경영직에서만 물러났을 뿐 여전히 회장직과 사업재단의 총책임으로 올라 있는 등 그의 장막은 홈플러스 그룹 내에서 여전히 걷히지 않은 상태입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승한 회장의 회장직은 종신(Life time)제로 일반적인 CEO와는 다른 예외적인 형태"라며 "영국 테스코 그룹에서 창립자에 대한 예우 및 그동안의 노력과 실적을 높이 사 예외적으로 평생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이날 새로운 홈플러스 사령탑에 오른 도성환 사장에게는 홈플러스 경영부문만 넘어갔을 뿐, 이 회장의 홈플러스 내 입지는 여전할 것이라는 게 업계 호사가들의 분석이죠.

현재 이 회장은 홈플러스 CEO직에만 물러났을 뿐 그룹 회장직과 홈플러스 주요 사업 중 하나인 e파란재단 이사장, 테스코·홈플러스 아카데미 회장직은 유지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테스코그룹 회장의 제안으로 테스코그룹 및 홈플러스 경영자문도 맡을 정도로 그를 향한 영국 본사의 신뢰는 상당합니다.  

이 회장은 14년 만에 홈플러스 연매출을 12조원까지 끌어올리는 데 공을 세운 인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지난 1970년 삼성그룹 공채 11기로 입사해, 1978년 삼성물산 런던지점 지점장으로 발령 받으며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테스코 그룹과의 인맥형성에 들어갑니다.

이후 본격적인 홈플러스 설립 계획에 착수, 테스코 본사에서 '이승한 회장이 아니면 삼성물산과 유통회사 설립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할 정도로 신뢰를 받아 1997년 12월, 삼성물산 유통부문 대표이사로 취임합니다.

그리고 2년 뒤인 1999년 삼성물산에서 분리한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수장에 올라 현재까지 16년간 유통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로 활동 중입니다.

이러한 공적을 두고 이 회장을 향한 영국 테스코의 강한 신뢰는 테스코‧홈플러스 아카데미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620억원의 100% 외자유치를 통해 지어진 첫 다국적 연수원인 테스코·홈플러스 아카데미는 지난 2011년 7월7일 대지면적 5만9303㎡(1만7970평) 위에 글로벌 아카데미를 설립했습니다. 이중 6개 2층 독채로 이뤄진 빌라는 테스코 그룹 발전에 공로가 큰 6명의 경영자 이름으로 명명했는데, 이중 바다를 끼고 있는 전망 좋은 빌라 한채가 '이승한 하우스'로 이름 지어지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1년 3월1일 홈플러스는 삼성과의 상호 계약 기간 만료로 법인명이 삼성테스코 주식회사에서 홈플러스 주식회사로 변경됐습니다. 2011년 7월1일 삼성물산은 남은 지분 5.32%를 매각, 현재 영국테스코가 100% 지분을 모두 보유하고 있습니다. 테스코 본사의 신임을 얻었다는 것은 한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권 계열사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현재 영국 테스코 본사는 계열사 중 하나인 홈플러스를 '아시아권 허브'로 지정할 만큼 동아시아의 구심점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초창기 터키 대형할인마트 '키파'가 테스코를 통해 정착할 때까지 영국 본사에서는 홈플러스 직원을(기술 전수를 위해) 터키에 직접 파견할 정도로 홈플러스를 향한 신뢰가 높죠.

14년 만에 사령탑은 바뀌었지만, 이 회장이 구축해 온 홈플러스 경영이 큰 변화가 있으리란 기대가 낮은 이유는 또 있습니다.

도성환 사장은 1981년에 삼성 물산에 입사, 1995년 삼성물산 유통사업부를 거쳐 홈플러스 1호점인 대구점 점장, 재무, 점포운영, 물류, 마케팅 임원을 역임하며 창립 초기부터 홈플러스 성공신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올 정도로 홈플러스 사업 전반에 잔뼈가 굵은 인물입니다.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입사 초기부터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 이승한 회장을 보고 자란 도성환 사장이 이 회장이 지켜온 텃밭에서 본인의 의지가 있더라도 크게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라며 "이승한 회장 역시 같은 조직에서 오랫동안 몸담았던 도 사장을 사령탑에 꽂아 놓음으로써 '이승한 아바타' 역할을 하기에 적합하다고 평가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월급형 CEO의 전대미문 '종신형 회장직'을 거머쥔 이 회장이 홈플러스 그룹 경영 전반에 미칠 영향력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