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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톡] 종합상사 유혹하던 페이퍼컴퍼니의 달콤함

금융기능 못하고 무역중개 치중 아픈 역사에 오너 전횡 겹쳐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5.27 16: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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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우인터내셔널이 새삼 세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27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폭로한 한국 경제인의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설립 실태에 대우인터 관계자도 이름을 올렸기 때문.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전임 대우인터 임원 ㅇ씨가 2005년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인터측은 회사 자료를 검토했으나 이 법인과의 거래 내역도 없다며 '회사와 무관함'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와 관련, 종합상사 특성상 본부장급(이사급)에서 독단전행으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우인터와 해당 전직 임원의 진실공방 자체도 흥미로우나, 대우인터는 우리 경제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회사인가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은 무역 관련 회사들의 운영 상황 등을 함께 떠올리고 있다. 왜 이런 유형의 회사와 과거 설립된 페이퍼컴퍼니가 연관지어져 새삼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지는 이 부분에 달려 있다.

대우인터는 그룹 창업주의 정신적 고향

대우인터의 역사부터 간단히 확인하고 넘어가자. 대우그룹 전반이 어려워져 분해되던 상황에서 (주)대우는 2000년 12월 대우인터내셔널, 대우건설, (페이퍼컴퍼니로서의) 대우 이렇게 3개사로 쪼개졌다. (주)대우는 주지하다시피 회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 대우그룹을 차린 창업주 김우중씨의 정성이 가장 많이 들어간 곳이다.

종합상사 지정을 1975년 받았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한국이 수출입국을 외치며 무역에 열성을 쏟던 시절, 우리 물건을 내다파는 첨병역을 했던 것도 007 가방을 들고 출장길에 오르던 상사맨들이었다.
   종합상사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묘한 돈줄을 열어놓고 있다면, 이는 회사를 위한 것인가, 오너를 위한 것인가? 한국의 종합상사는 단순수출입에 더 나아가 금융업무까지 아우르는 복합조직으로 성장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오히려 오너 일가를 위한 금융(자금)라인으로 일부 조직이 활용되는 비극은 겪으면서 옛 영화와 과거의 공로마저 빛을 잃게 됐다. = 임혜현 기자  
종합상사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묘한 돈줄을 열어놓고 있다면, 이는 회사를 위한 것인가, 오너를 위한 것인가? 한국의 종합상사는 단순수출입에 더 나아가 금융업무까지 아우르는 복합조직으로 성장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오히려 오너 일가를 위한 금융(자금)라인으로 일부 조직이 활용되는 비극은 겪으면서 옛 영화와 과거의 공로마저 빛을 잃게 됐다. = 임혜현 기자

하지만 한국의 상사는 일본처럼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과 걱정을 늘 받아왔다. 단순수출입업무만이 아닌, 금융기능(과 이를 토대로 한 유통 등까지도)으로 발을 넓혀야 하는데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한계론이었다.

실제로 대우 역시 자금을 해외와 주고받는 운영 과정에서 무역회사인 (주)대우를 활용하고 싶은 강렬한 욕정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과거 미수교국이었던(오히려 북한과 가까웠음) 리비아와 경제적 거래를 하기 위해 대우그룹은  대우개발을 통해 BFC를 열어 자금 흐름을 위한 파이프라인으로 사용했는데, 1981년 12월 대우실업과 대우개발이 (주)대우로 합병한 뒤에도 여전히 회사 '건설 부문의 해외 금융 파트' 구실을 맡는 '비정규 조직'으로 유지했다.

김 전 회장으로서는 자기 그룹의 가장 중요한 채널을 자금 비선으로 사용한 셈이다. 나중에 이 BFC는 대우그룹이 자금 경색에 몰리자 이를 적극적으로 사용(성격을 변질시켜 악용)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즉 현지법인 대출금을 대우의 해외금융조직인 BFC에 송금토록 지시했고, 이로 인해 결과론적으로 손실을 입게 된 구 제일은행(오늘날의 SC은행)에게 민사상 책임을 져야 하는가도 논쟁거리로 부각됐다. 

종합상사에 페이퍼컴퍼니는 유용한 예비자금채널?

㈜대우가 실제 자동차를 대우 해외법인에 수출했는데, 이런 해외법인은 은행에서 얻은 대출금을 BFC에 송금했다고 할 때 이는 결국 제대로 된 회사를 앞세워 돈을 짜내 BFC로 옮긴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해, 대우그룹이 자금 사정이 악화되기 이전부터 구 제일은행에서 선적서류 매입방식으로 여신을 제공받은 점(이중 일부 수출대금을 갚음) 등을 볼 때 변제의사 없이 돈을 빌렸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사기대출'로는 단정짓지 않았다. 즉 부득이한 금융거래 손실로, 민법상 불법행위 배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참고로 이런 사기대출 관련 태도는 새한그룹 무역금융 사기 사건에서도 검찰이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내부 격론이 벌어지게 하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  이 문제의 처리 방향을 알려준 문제로(수사기밀의 유출과 수사의 방해 의혹) 신승남 전 검찰총장이 재판에 회부되는 처지로 전락하기도 했다.

BFC는 사실상 제대로 된 의미의 페이퍼컴퍼니라고 부를 것도 아니고 대우에서 별동대로 쓴 (주)대우 산하 비정규의 조직이었지만, 무역회사(종합상사)에서 (과거) 페이퍼컴퍼니를 만드는 것은 일상다반사였다는 투의 해설이 이번 문제에 나오는 것을 보면 같은 류의 비정상적인 문제 처리 패턴으로 함께 볼 수 있는 경우들로 묶을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사건의 ㅇ씨가 대주주인 페이퍼컴퍼니가 대우인터와 유관하든 무관하든 간에, 과거 (주)대우가 이렇게 자금의 채널로 해외의 조직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했던 점을 상기하는 이들로서는 "또 대우인터가?"라는 세속적인 연상 작용을 발휘하게 된다. 결국 해당사로서는 억울하겠으나, 이번 문제를 그렇게 같은 카테고리에서 보게 되는 게 어쩔 수 없는 세상 인심인 듯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