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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칼럼] 투자자의 덕목은 영감과 열정

효율성의 극단 현대 증시…시장은 조급함·욕심 노려

민병돈 유진투자증권 본점영업부 이사 기자  2013.05.27 14: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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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과거를 되돌아볼 때 우리는 대개 그 시절을 아련한 추억과 향수 속에서 느끼게 된다. 그 시절에도 고통과 번민은 여전히 우리를 괴롭혔지만 기억 속에서 되새김질하는 그 고통과 번민은 이제 그윽한 향기로움이고 아련한 추억이다.

과거와 현대를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효율성이 아닐까 한다. 컴퓨터로 대표되는 현대 정보기기의 발달은 과거와는 현저하게 다른 극단적인 효율성을 추구한다. 이 때문에 한 세대 전의 과거를 낭만주의 시대라고 일컫는다.

낭만주의 시대란 결국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성적 충동이 더욱 횡행했던 시대이다. 지나친 빡빡함보다는 다소의 느슨함이 용인되는 시대다. 그리고 그 시대를 관통하던 시대정신은 바로 열정이었다.

일에 대한 열정, 사람에 대한 열정, 세상에 대한 열정, 바로 그 열정이 성취를 이루어내는 동력이 되었다. 눈을 반짝이며 정치를 이야기하고 이상과 꿈을 이야기했다. 결핍이 있었기에 이루고자 하는 바가 많았고 세상은 그 열정을 북돋아주었다.

그리고 이제 현대라는 이름의 이 시대는 감정적 충동과 열정보다는 편리함과 효율성을 더욱 신봉하는 시대가 되었다. 일회용의 시대, 편리함과 익명의 시대 그리고 효율성의 시대인 것이다.

효율성이 최고의 덕목이기에 사람들 가슴에는 열정보다는 속도에 대한 강박이 자리 잡았다. 그저 목표한 바를 빠르게 이루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목표 달성을 위한 그 동력은 사람들 가슴 속의 열정이 아니라 바로 정보기술과 과학적 데이터다.
 
탁월한 정보기술과 정교하게 분석된 과학적 데이터에 근거하여 이루어지는 현대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효율성의 극단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방대한 데이터가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우리 앞에 다양한 형태로 쏟아진다.

모니터 속에서 돈은 일정한 형태를 지닌 물체가 아니라 단순한 숫자일 뿐이며 과거의 모든 움직임은 정교한 그래프로 표현된다. 그 속에서 인간은 자칫 성취를 위한 가장 위대한 덕목인 열정을 잃고 헤매기 십상이다.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워렌 버핏'을 말한다. 투자란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라고. 따라서 투자자에게 필요한 덕목은 냉철한 과학적 데이터가 아닌 예술적 영감과 열정이라고 말한다. 진정 가치로운 예술은 치열한 열정과 묵묵한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

거의 모든 것을 일회용으로 대체 가능한 시대, 속도가 더없이 훌륭한 무기인 이 시대에 이것은 반동일 수도 있다. 때로는 장고 끝에 악수를 두게 되는 시행착오일 수도 있다.

   ⓒ 굿세이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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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가 진리인 것은 그것이 항구불변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조급한 성취에 급급한 사람들이 주식시장에 머물러 있는 한 열정과 기다림은 승리하는 투자자의 가장 훌륭한 무기다. 시장이라는 괴물은 조급함과 거만함 그리고 사람들의 욕심과 공포를 먹이로 삼기 때문이다.

민병돈 유진투자증권 본점영업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