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근 4년간 한국거래소를 이끌어온 첫 민간 출신 김봉수 이사장이 26일 전격 사퇴의사를 밝힘에 따라 올해 예정됐던 기관 사업과 후임 인선에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김 이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그 동안 거래소에서의 소임을 다했고, 이제는 물러날 때가 됐다고 판단, 거래소 이사장직의 사의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김 이사장의 사표가 수리되는 즉시 이사장 후보추천위원회(이하 후추위)를 구성, 후임 인선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당초 업계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려대 동문인 김 이사장이 대표적 'MB맨' 가운데 한 명으로 분류됐던 터라 박근혜 정권 출범 후 교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임기 3년을 마무리한 김 이사장의 수장 생활이 올해 12월까지 1년 연장된 것도 새 정부의 인적구성 작업 중 일부로 해석, 현 정권에 부합하는 인물로 대체하기 전까지 역할을 대행하는 수준의 연임이었다고 추정한 것.
김 이사장의 사의 표명은 지난해 말 다소 뜬금없는 연임 이슈가 터졌을 때처럼 시기가 문제였을 뿐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는 풀이다.
◆IT인프라 앞세워 업계 해외진출 진두지휘 '업적 수훈갑'
쌍용투자증권 시절 채권전문가로 명성을 날려 SK증권 상무부터 키움증권 대표이사, 부회장까지 지냈던 김 이사장은 2009년 공모를 통해 53년 만에 민간출신 첫 거래소 이사장 자리에 올랐다. MB맨으로 부각되는 등 고려대 인맥이 부담으로 작용했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의 족적은 뚜렷하다.
1999년 키움증권을 창립, 온라인 증권사의 강자로 키운 그는 자신의 장점을 살려 IT를 위시해 매매·시장감시시스템 공급·증시 설립 등 수출 형태를 다양화하며 한국 금융투자업계 해외진출에 거래소를 첨병으로 앞세울 수 있게 했다.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 인도차이나반도 3국에 '한국형 주식벨트'가 설치되는 등 미얀마를 제외한 모든 동남아국가에 한국형 증시시스템을 퍼뜨렸고 일본 동경거래소와 연계거래를 가능케 했다. 올 들어서도 지난 1월10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UAE 최대 증권거래소 '아부다비증권거래소(ADX)'와 상호협력 및 정보교환 관련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아울러 김 이사장은 노사문제에도 포커스를 맞춰 옛 증권거래소 노조와 코스닥 노조로 구성된 단일노조 및 선물거래소 노조, 코스닥위원회 노조가 뭉친 통합노조를 2010년 12월 하나로 합치게 하는 등 내부 붕괴의 압박에서 한숨 돌리게 했다.
다만, 현재 인사권과 관련, 노조 측과 갈등을 빚고 있으며 내달 10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실적악화에 따른 집중포화가 쏟아질 여지를 남겼었다. 또한 그간 쌓은 치적에도 불구, 거래소의 오랜 숙원인 공공기관 해제를 이루지 못한 것도 다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김종수 한국거래소 노조위원장은 "전 이사장에 대한 예우인 만큼 사임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기 힘들다"며 "후추위 등에서 나머지 현안사항을 언급하는 것이 옳다"고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과제로 남긴 중점추진사업 "브레이크 가능성은?"
이뤄온 업적에 더해 올해 1월초 신년사에서 코넥스(KONEX)·코스닥·유가증권시장으로 이어지는 한민 자본시장의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던 김 이사장은 결국 중소기업 전용 시장인 코넥스 개설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내려놨다.
김 이사장은 신년사에서 계사년 중점추진사업으로 코넥스 개설 외에도 △기술성장형 중소기업 특화 맞춤형 자금조달시장으로 코스닥 육성 △상장요건 합리화 △공시부담 완화를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장외파생상품 청산업무 조기 개시 및 청산대상 확대·해외 연계청산 △금현물 시장 기한 내 개설 △초장기 국채선물시장·석유제품선물시장 개설 △사회적 책임 수행을 위한 특화 역할모델 개발 등도 언급했다.
이 중에서 오는 7월 문을 여는 코넥스를 제외하고 장외파생상품 청산업무와 관련한 사항은 현재 발동을 건 상황이고 상장요건 합리화와 공시부담 완화 부분도 코넥스 및 정부 정책과 연계해 개선의 틀을 잡고 있다.
다만, 개설에 탄력을 받은 금현물시장과는 달리 초장기 국채선물시장과 석유제품선물시장은 꾸준한 설립 필요성 제기에도 기획재정부 등 정부와 한국거래소 간 이견이 발생, 일시보류 상태에 머물러있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김 이사장의 사임으로 당분간 거래소 업무에 다소 작은 혼선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추진사업 기존 틀에 큰 변동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잠정적으로 관계당국과 의견을 조율 중인 사항을 제외하고는 (사업)추진에 큰 악재는 없다"고 설명했다.
◆후임 하마평 무성…거론인물 면면은?
이처럼 김 이사장이 중점 추진사업으로 제시한 프로젝트 중 일부가 답보상태인 가운데 바통을 이어받아 사업을 마무리할 후임으로 다수의 인물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 금융투자업계 해외진출에 혁혁한 공을 세운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사의표명으로 'MB라인'에 이은 '박근혜 라인'의 업계 진출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프라임경제 |
황건호 전 회장은 2004년 현재 금융투자협회의 전신인 한국증권업협회장을 맡은 후 잇따라 연임에 성공, 10년 가까이 협회를 지휘하며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임기영 전 사장은 삼성증권부터 IBK투자증권 사장, 대우증권 사장까지 30년 넘게 업계에서 활약하며 전문성과 업무추진력, 대내외적 소통능력 등을 고루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금융지주 회장 후보군에도 거론됐던 임종룡 전 실장은 행시 24회로 재정경제원과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치며 관련 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키웠고 최근 연세대 경제대학원 석좌교수로도 활동, 타 후보들과 차별점을 두고 있다.
현재 거래소 경영지원 부문을 총괄하는 진수형 본부장은 서울투자신탁운용과 산은자산운용, 한화증권 대표를 지낸 후 2010년 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장에 이어 코스닥시장본부장까지 역임, 현재 거래소 최고지위의 전문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유력 후보로 꼽히는 인물은 최경수 전 사장이다. 행정고시 14회 출신의 최 전 사장은 재정경제부와 조달청장 등 관(官)과 업계를 두루 포괄하는 업무이해도가 장점이다. 특히 작년 대선 과정에서 박 대통령 대선캠프에 참여하기도 한 일명 '박근혜 라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