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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미끄럼주의' 새 No.1 꿈꾸는 전북대병원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5.27 09: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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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Another No.1'이라니…전북대병원이 이런 캐치프레이즈를 쓰고 있더군요. 취재차 전북 전주에 간 길에 전북대병원을 잠시 들렀는데 여기서 처음 이걸 봤을 때엔 좀 별로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1등도 아니고 또다른 1등이라니, '서울대의 아성은 인정한 채' 공동 1등을 하자는 정도 외에는 별 감흥이 없었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그런 캐치프레이즈가 적힌 안내도를 바라보며 이 생각 저 생각 하고 있자니 그 앞으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데, 환자들이 밀고 가는 링거 이동대에 뭔가 이상한 게 하나씩 붙어 있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전북대병원 구내 사진. 환자들이 노란 표찰이 붙은 링거 이동대를 밀며 산책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 임혜현 기자  
전북대병원 구내 사진. 환자들이 노란 표찰이 붙은 링거 이동대를 밀며 산책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 임혜현 기자

저 노란 패찰은 뭘까? 생각에 바라보니 '미끄럼주의'라는 정사각형 안내판을 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병원과 미끄럼은 사실 악연이 없지 않은데요. 법원에서 나온 지난 판결 태도를 보면, 2007년 2월에 서울중앙지법 민사68부가 서울의 한 종합병원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다친 N씨의 소송을 일부 인용(본인 과실 반영 감액 판결)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화장실 미끄럼 사고는 정상인에게도 흔히 일어나는 사고인 만큼 특히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생활하는 병원은 보다 엄격한 미끄럼 방지조치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이 판결은 사회 통념상 요구되는 방호조치를 상당히 엄격히 해석한 것으로도 받아들여졌습니다.

   '미끄럼주의' 환자가 노란 주의 요청 표찰이 붙은 링거 이동대를 사용 중이다. 안전을 도모함은 물론, 작은 점에서도 환자 안전을 챙긴다는 느낌을 줘 일석이조 효과가 기대된다. = 임혜현 기자  
'미끄럼주의' 환자가 노란 주의 요청 표찰이 붙은 링거 이동대를 사용 중이다. 안전을 도모함은 물론, 작은 점에서도 환자 안전을 챙긴다는 느낌을 줘 일석이조 효과가 기대된다. = 임혜현 기자
그런 맥락에서 보면, 전북대병원의 이 안내판은 이런 소송 가능성에 대한 냉정한 선제적 조치일 수도(선제적 조치에 불과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또 가만 바라보고 있노라니, 보호자가 보통 뒤에서 밀어주게 마련인 휠체어에 앉은 환자들은 링거 막대에 이런 노란 패찰이 없는 차이가 확인되더군요.

과속을 하지 않을 것 같은 경우엔(보호자가 이런 위험을 자기 가족에게 가할 리는 일단 상상하기 어려우니) 안내판을 두지 않지만, 혼자 슬슬 밀고 다니는 링거 이동대는 주의를 요청하는 세심한 차이를 둔 셈입니다. 사실 흔히 사용하는 링거 이동대가 편하긴 하지만, 환자가 쇠약한 나머지 주르륵 밀려 나가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건 아마 병원에서 이걸 직접 써본 독자들은 잘 체감하고 있을 겁니다.

그런 작은 부분까지 모두 감안해서 바라보니, 이런 작은 차이 하나하나까지 주의를 기울일 정도로, 1등을 하고 싶은 생각이 강하구나 생각이 들어 전북대병원을 다시 바라보게 됐습니다. 전북대병원은 현재 한마음교육을 진행 중인데, 2020년까지 명실공히 도약하기 위한 바닥 다지기라는 풀이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교육에 즈음해 정성후 전북대병원장이 "소통과 어울림으로 긍정적 변화를 창출해 2020년 국립대학 최고 병원이 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는데, 이런 미끄럼주의 표찰처럼, 잘 가다 사고내는 일 없이 목표에 잘 도달하길 바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