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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해운사 상장 폐지만큼은 막아야…'정부지원' 절실

노병우 기자 기자  2013.05.26 14: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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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요즘 혹독한 시련기를 보내고 있는 해운업계. 국내는 물론 해외 해운사들도 경기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로 실적 부진 및 유동성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엔저 여파로 국내 해운업계는 이중고를 겪고 있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가 해운업계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추진하던 해운보증기금 마저 연내 설립이 무산됐다.

기획재정부가 복지재원 마련과 재정 안정화를 위해 세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운보증기금 설립을 위한 재원 마련이 당장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처럼 정부의 뾰족한 대응책마저 없는 해운업계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는 상황. 국내 '빅3' 해운사인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은 지난해 8500여억원의 영업 손실을 낸 것은 물론, STX팬오션은 그룹 해체에 따라 이미 매물로 나왔다. 더불어 업계 4위였던 대한해운은 법정관리에 이어 상장폐지 직전이다.

그렇다면 해운업계가 생존하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직면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유동성' 때문이다. 영업이익이 없으니 호황 때 운송능력 확대를 위해 선박을 늘리는 과정에서 발행한 회사채를 막기조차 버겁게 된 것이다. 아울러 순조롭던 채무 만기연장과 대체자금 조달도 힘든 상황이다.

이에 해운업계는 부담 없는 조건의 만기연장과 저금리 대체자금 조달, 영구채의 자본 인정 등 금융권에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있지만, 금융권도 장기화되고 있는 저금리 기조로 수익성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해운업계를 지원할 형편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본청에서 열린 임원회의에서 "거시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부실여신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며 "저금리로 인해 은행의 이자수익 감소와 자산성장세 정체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건전성 강화를 강조했다. 

즉, 대기업 부실 관련 산업은 물론 금융시스템 전반에 커다란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들은 부실기업에 대한 지원보다 구조조정에 더 무게중심을 둬야한다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는 발언이다.

분명 위기 때마다 정부에서 지원해 연명한다면 구조조정은 영원히 피할 수 없는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해운업계는 매출의 90% 이상을 외국에서 벌어들이는 절대 수출산업이다. 아울러 직접고용이 5만여명에, 연관 산업 고용효과까지 감안한다면 일자리 창출력 역시 막대하다.

일각에서는 해운산업은 단순한 이익 창출이 아닌 국가가의 경쟁력으로 봐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독일 △프랑스 △중국 등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정부로부터 지급보증, 국부펀드(FSI) 등을 지원받고 있다.

이처럼 해외 해운사가 자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는 모습은 정부 지원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국내 해운업계와는 대조적이다.

그런 점에서 국내 해운업계가 글로벌 해운사로서 확보한 최고의 평판이 흔들리고 있고,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해운업계를 정부가 너무 좌시하고만 있는 것은 아닐까? 정부는 웅크린 해운업계의 부활을 기약할 창조적 금융지원의 여지를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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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상장 폐지의 위기에 몰렸다는 점은 증시를 통한 자금 조달 가능성이 막히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부는 해운사들의 상장 상태만큼은 지키게 도와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해운 관련 지원 필요성을 검토할 때 호미로 막을 것을 자칫하면 가래로 막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당국에서 염두에 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