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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惡靈 '봉쇄소송'⑤] 법조인들, '수상한 가압류=100%현금공탁'필요 시사

가압류 SLAPP, 미국식 방지제도 요원…제소명령 신청 등 맞설 필요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5.26 12:2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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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전략적 봉쇄소송의 유용한 방법론 중 하나가 가압류·가처분임은 이미 다른 회에서 언급한 바 있다. 특히 속칭 '빨간 딱지'로 대변되는 가압류의 심리적 타격 효과가 크기 때문에, 노조 등에 대한 기업체의 봉쇄소송 기법으로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가압류 제도의 배경은 가치중립적이다. 소송을 제기하면 판결을 얻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집행할 만한 재산을 처분하고 재산도피를 해 나중에 강제집행을 할 만한 재산이 남지 않는 경우가 있다. 채권자로서는 채무자가 이러한 행동을 하기 전에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봉쇄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보전처분', 흔히 가압류나 가처분이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제도의 도입 목적상 채무자에게 미리 알리지 않고 신속하게 해야 하므로 대개 소를 제기하기 전이나 소를 제기할 때 동시에 신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바로 소를 제기하기 전에 전격적으로 뼈아픈 타격을 줄 수도 있는데, 이 점을 봉쇄소송을 바라는 쪽에서는 파고든다는 것. 관련 실무에 대해 변호사의 의견을 들어보고, 해설과 함께 봉쇄소송에의 악용 관행 개선 여지를 생각해 봤다. 

◆"미국식 Anti-SLAPP 제도, 도입 가능성 점치기엔…"

기초적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정용 변호사(사법연수원 36기)의 일문일답을 제시한다. 정 변호사는 가압류의 봉쇄소송 악용 등에 대한 몇 가지 질문에 아래와 같이 25일 알기 쉬운 설명을 제공했다.

-캘리포니아주 등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가압류 등을 악용해 SLAPP를 시도하는 것을 받아들여주지 않도록 하는(Anti-SLAPP) 법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국내 도입 필요성이나 도입 가능성에 대한 견해는?

   억울한 가압류에 시달리게 됐다면, 긴 법정 공방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게 좋다.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고 처음부터 반격을 하는 것도 기선 제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 프라임경제  
억울한 가압류에 시달리게 됐다면, 긴 법정 공방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게 좋다.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고 처음부터 반격을 하는 것도 기선 제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 프라임경제
▲가까운 시일 내 도입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가압류가 SLAPP를 위한 악용 사례라고 한다면 거절할 수도 있나? 실무 관행은 어떤가?

▲판사의 재량폭은 좁다고 보면 된다. 다만, 흔한 예는 아니나, '이상한 가압류'라고 생각되는 경우 가압류를 신청할 때 내야 하는 담보액을 전액 현금으로 하라든지 할 수는 있다.

-SLAPP 의도로 제기된 것이 농후한 가압류를 당하면 어떻게 대응, 반격해야 할까?

▲(가압류에 대한 반격은) 세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가압류 이의 신청을 해 (가압류가 옳은지 그른지) 따져볼 수 있다. (가압류 요건이 사라진 경우) 가압류 취소를 요청할 수도 있다.

아직 소송이 제기되지 않은 경우 제소명령 신청을 할 수 있다. 법원은 보전처분을 한 신청인에게 소송을 제기하라는 명령을 하게 된다. 이때 법원으로부터 소송을 제기하라는 명령을 받고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경우에는 보전처분이 취소된다. 

◆보증보험 활용 쉽게 가압류하는 제도, 과거부터 전문가 비판 대상

정 변호사는 완곡한 표현을 사용(일반적인 권리의 남용을 모두 포함하기 위한 표현이기도 하지만)해 현금공탁 비율을 높이는 경우를 언급했는데, 이는 SLAPP에 대한 간접적 규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워낙 큰 돈을 움직이는 대기업과 일개 시민운동가 내지 노조 관계자 등의 대결에서는 이조차도 큰  실효성이 없거나 적을 수 있지만, 현재와 일부의 비판과 같이 거의 재량이 없이 기계적으로 가압류를 허락해 주는 상황에서라면 더욱이 보증보험 증서를 이용해 푼돈으로 제도를 활용하는 것만은 막을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의견을 개진한 전문가는 또 있다. 2010년 6월, 서울고법 관내 신청·집행분야 1·2심 합동연구회에서 이영창 당시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한일 보전처분제도의 비교고찰'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던 중 보증보험을 과도하게 사용하도록 해 주는 것은 문제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당시 내용을 일부 요약하면 "재판예규에 따르면 부동산은 청구금액의 1/10, 금전채권가압류는 청구금액의 2/5로 규정하고 있다. 이때 담보제공은 원칙적으로 보증서에 의해 할 수 있고 실무상 임금채권 등에 대한 가압류는 일률적으로 담보액의 50%를 현금으로 내도록 하고 있다"면서 현금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고도 가압류를 할 수 있어 남용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아울러 "보증보험증권에 의한 담보제공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고정된 비율로 담보액을 결정하게 한 재판예규는 오로지 목적물의 가액과 보전명령 종류만 보고 담보액을 정한다"고 말했다.

결정적으로 "오히려 중요한 것은 채무자의 예상손해와 승소가능성인데도 불구하고 (현재 법원 실무 관행은) 이런 부분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전문가들의 발언 내용들을 종합하면, 미국식 제도를 도입해 봉쇄소송 방지를 논하지 않더라도, 법원의 재량을 일정 부분 열어두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필터링이 가능해지고 현재처럼 거대한 가압류에 노조원들이 비관해 목숨을 끊는 등 사태도 일부분이나마 막을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