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옥마을과 전주비빔밥, 1910년대 건축스타일의 전동성당과 조선 태조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이 공존하는 곳. 멋과 맛의 고장이자 예전부터 전라도 행정과 문화의 중심이었던 예향(禮鄕) 전주. 이 곳에서 사회적기업의 깃발을 들고 문화 재창조에 나선 조직이 있다.
그저 그런 재래시장이던 남부시장에 가난하지만 사업 열의와 아이디어로 뭉친 청년 사업가들을 불러모아 '청년몰'을 차리고, 문화재지킴이 주민교육을 진행한다. 해외 20개국에서 날아온 전문가 80여명이 참석하는 '아시아 사회적기업 생태계 조성과 연대' 포럼을 전주에서 치러내는 역을 맡았던 것도 바로 이음이다.
문화재지킴이를 교육하는 역할도 사회적기업 이음의 공적 중 하나다. ⓒ 문화재청 |
◆30년 가까운 내공, 전국 시민운동가들 눈길
사회적기업 이음은 1986년 순수 문화운동 단체로 출발했고(구 전통문화사랑모임) 20여년간 전주시민들의 삶과 문화를 누리고 가꿔왔다. 현재의 이음은 전통문화사랑모임의 정신을 계승하고 전주전통술박물관, 공공작업소 심심 등을 사회적기업으로 통합한 것이다.
2007년 추진해 온 지역사회 통합 프로젝트를 활성화시켜, 문화인력과 프로젝트 수혜자,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고, 전통문화 및 한스타일 컨텐츠디자인 개발 사업 등 문화를 실험하고 문화와 충돌하면서 사회통합형 문화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문화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경쟁력 있는 새로운 상품, 영역을 개발하면서 전주시민들에게인정받는 한편, 2008년에는 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게 됐다.
◆문화재 지키고, 시장에 문화 볼거리 공급: '한옥마을 관광활성화' 1등 공신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주최하고 이음 등이 주관하는 '배움나눔 문화유산-문화재 지킴이 주민교육'은 6월11일까지 진행된다.
무료로 진행되고 문화재에 애정이 있는 지역민은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교육은 문화재 해설 및 지킴이 활동 교육 및 강사 활동 실습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음하면 떠오르는 가장 성공적 프로젝트라면 20~30대 청년들이 남부시장에 16개의 다양한 점포를 연 남부시장 청년몰을 꼽을 수 있다.
남부시장의 전경. 청년몰을 자랑스럽게 안내하는 간판을 자랑스럽게 달아 놓았다.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청년몰에 대한 시장 상인들의 애정이 그만큼 크다. = 임혜현 기자 |
핸드드립 커피, 양초공예 공방, 식충식품 판매점 등 기존의 재래시장에서는 찾을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의 가게들이 입점하면서 시장 기류를 바꾸는 데 일조했다.
젊은 전주시민과 인근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 입소문을 탔지만, 청년몰을 구경하러 시장에 젊은 사람들이 찾게 되면서 창출한 외부효과가 상당해 시장 전체에 생기가 돌게 됐다. 청년몰을 구경하러 온 이들이 기존 시장 상권에도 들러 쇼핑을 하면서 매출 증가 효과가 퍼져 나간 것이다.
청년몰 구역으로 올라가는 계단. 그래피티로 꾸며 놓았다. = 임혜현 기자 |
청년몰 구역. = 임혜현 기자 |
청년몰 구역에 위치한 양초공예 가게. = 임혜현 기자 |
사회적기업 이음은 전주남부시장의 새 명물인 청년몰 탄생에 산파 역할을 했다. 청년몰 가게 중 하나인 수공예점에서 밖을 내다본 풍경. = 임혜현 기자 |
전주의 한옥마을은 그 자체의 고전적인 매력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한옥마을에 지역민의 애정을 더해주고, 그 주변에 찾을 만한 이슈를 창조, '전주=한옥마을=재미있는 곳'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숨은 공신 역할을 한 셈이다.
이런 간단치 않은 이력과 연혁을 보면, 왜 굳이 전주에서 자리를 잡았을까 내지는 전주에 머물까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이 정도라면 서울에서도 충분히 더 밝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일할 수도 있지 않았겠냐는 해석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전주가 예향으로 문화의 아이콘들과 잠재력이 풍부해 문화를 개발하고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는 데 영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둘째, 공동체 지향형의 정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점도 서울 중심, 중앙 논리 대신 지역에서 벽돌 한 장부터 쌓자는 의욕을 불러일으키기 적당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사회적기업들은 물론 시민운동단체 사이에 이음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경우가 꽤 있다.
◆가이드 역할로 조직 이끄는 대표&민주적 조직
현재 조직을 이끌고 있는 김병수 대표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다. 배낭여행으로 반년간 해외를 떠돌다 낙향(대학까지 전주에서 다닌 토박이)했다. 그러던 중 그는 한옥마을 지원조례안을 만드는 작업에 깊이 개입하게 된다. 이런 경험이 뜻있는 전주시민들, 이음의 여러 구성원의 아이디어와 만나면서 △전통문화 체험 △공공디자인 △문화공연 △음식개발 △전통시장 활성화 △공방 운영 △청년창업 등 다방면을 통해 표출된 것이다.
거대한 산출물을 쏟아내는 이 일벌레 조직은 그러나 조직이 커지고 업무가 늘면서 관료적 분위기로 흐르는 일부 시민운동단체와 달리 민주적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이음 농촌커뮤니티팀에서 일하고 있는 양소영씨는 김 대표의 스타일에 대해 "믿고 맡겨주는 편이다. 밑그림을 그릴 때에는 대표가 방향을 잡아주지만 실제로 그림을 만들 때는 실무자들이 (재량을 갖고) 많이 하는 편"이라고 말한다.
위트있는 청년몰 운영 정신. 사회적기업 이음은 청년몰 등 다양한 문화적 사업 아이템을 지역에 제공하고 있다. = 임혜현 기자 |
아울러 "20대 후반 다른 회사원들에 비해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창의적이고 다양한 업무와 회사 분위기에 대한 만족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