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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 프로젝트 ①] '갑을 거부' 효성 "더도 덜도 말고 이들만큼이라면…"

협력업체와 동반성장 강화… 가이드라인 사규화로 동반성장 의지 대내외 피력

이보배 기자 기자  2013.05.24 17:4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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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재계 화두는 단연 '갑을관계'다. 일부 유통대기업의 '밀어내기' 관행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온 것. 이후 업계를 막론한 갑을관계 고발성 뉴스가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기업들의 경영 마인드가 돋보인다. "협력사는 거래해야 할 누군가가 아니라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고 즐거워하는 친구 같은 존재"라며 협력사와의 상생협력 및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효성그룹'의 목소리를 먼저 들어봤다.

박근혜 정부는 '상생'을 국정철학으로 내걸었다. 정부는 특히 '경제민주화'를 필두로 "상생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의지를 확고히 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갑을관계' 논란은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퇴색시킨 것은 물론, 국민들 마저 등 돌리게 만들었다. 최근 남양유업 사태가 터지기 직전 이상운 효성 부회장의 일성이 눈길을 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갑을관계 논란 일기 전 이상운 부회장 발언 '눈길'

지난 3일 이 부회장은 CEO레터를 통해 "협력사는 거래해야 할 누군가가 아니라,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고 즐거워하는 친구 같은 존재"라고 강조했다. 비즈니스를 앞세우기 전에 상대방을 함께 성장, 발전해야 할 동반자로 생각하고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노력하자는 당부의 말도 덧붙였다.

   
"협력업체는 친구같은 존재" 사회적으로 '갑을관계' 논란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가운데 효성그룹은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을 강조, 실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 효성
협력사와의 이러한 관계 설정이 장기적으로 서로 도움이 되고 함께 성공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이 부회장은 상생경영의 실천에 있어 '동주공제(同舟共濟)'의 정심을 강조했다. 배를 함께 타고 강을 건너야 하는 사이라면 서로 이해관계가 다르더라도 큰 목표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것.

이 부회장은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 회사와 협력사, 고객사의 이해가 다를 수 있다"면서 "서로 한정된 이윤을 나누게 되면 '제로섬'이 되지만 서로 협력해 이익을 확대하게 되면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협력사의 기술적 어려움에 귀 기울이지 않고 무조건 해내라는 식의 강압적 태도는 심각한 오류를 불러온다"면서 "협력사의 기술과 경영안정성이 좋아지고, 고객이 보다 좋은 품질과 서비스로 가치를 얻게 될 때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효성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양유업 사태 불과 며칠을 앞두고 이 부회장이 선견지명처럼 이 같은 당부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효성만의 협력업체와의 상생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효성은 협력업체의 경쟁력이 곧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하는 동력이라는 전략적 판단 하에 협력업체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기울이고 있다.

◆협력업체 재무상황·인력 지원에도 '앞장' 

먼저 효성은 협려업체의 재무상황 개선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900여개 협약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60일 어음결제에서 30일 현금결제로 전환한데 이어 올해부터는 10일 현급결제 방식을 도입, 지급일정을 단축했다.

이와 함께 효성은 주거래은행과 네트워크론 약정을 체결, 은행이나 구매기업이 협약을 맺고 협력기업의 납품계약 이행에 필요한 자금을 선대출할 수 있게 했다. 나아가 효성에 부품이나 원자재를 공급하는 중소기업들이 제품의 품질과 기술력을 개선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중공업과 건설부문에서는 협력사를 대상으로 연 2회 이상 협력업체 간담회를 실시,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중소기업 품질관리 및 조직관리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해결을 위해 생산라인 재배치와 사무자동화 등 최고 수준의 관리기법을 협력업체에 전수하고 있다.

또 협력업체와 장기 사업계획을 공유하고 각 업체의 환경을 고려한 컨설팅을 제공, 공정 레이아웃을 개선하도록 지원하는 등 단계적으로 기업경쟁력을 높여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좋은 일엔 함께 가요" 글로벌 전시회 공동참가

효성의 주력사업인 섬유부문에서도 협력업체 지원이 두드러진다. 협력사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전시회 공동참가 및 부스 운영 등을 통해 국내외 신규 판로 개척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판로 개척도 협력업체와 함께" 협력업체와 함께 성장하는 일에 두팔을 걷어부친 효성은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섬유박람회에 9개 중소고객사와 함께 공동으로 전시 부스를 운영하고, 최신 정보를 알려주는 등 상생 전시회를 진행했다. ⓒ 효성

실제 효성은 △프리뷰 인 대구 △아웃도어 리테일러 쇼 △파리 모드 시티 △인터텍스타일 상하이 등 국내외 유명 전시회에 20여개 협력사와 함께 동반 참가하고 있으며, 연중 상시로 60여개 업체에 대한 글로벌 영업지원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이 밖에도 70여회 이상 국내 협력사의 제품을 소개하는가 하면 중공업 및 섬유 협력업체들과 핵심부품에 대한 공동기술개발 참여, 원단 개발비 지원 등 이를 통한 시제품 및 기술국산화 개발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효성의 동반성장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또 있다. 협력사와의 공정거래를 강화하기 위해 동반성장 4대 가이드라인을 도입, 사규화하는 등 동반성장 의지를 대내외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는 것. 이와 함께 동반성장 홈페이지를 구축해 동반성장 의지 및 활동을 전 협력사에 알림으로써 상호협력 및 지원관계를 강화하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효성은 협력사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교육 활동도 강화했다. 품질 및 공정, 안전 등에 대한 교육 지원 강화는 물론 200여개 협력사의 CEO 및 책임자를 대상으로 경영, 생산 등에 대한 외부 전문기관의 위탁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해외연수 지원은 옵션이다. 14개 협력업체의 생산 혁신을 위한 일본 TPS 연수 지원과 함께 중국 소재 협력사를 직접 방문해 불량유형별 맞춤형 품질 개선 및 생산성 향상 추진 방법을 알려주는 등 해외 협력사와의 동반성장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협력업체의 니즈를 반영해 협력업체의 신기술 공동특허 출연을 지원한 것도 효성의 자랑 중 하나다. 특히 올해에는 협력업체의 특허등록비 지원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 효성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유통업계 '갑을관계 논란'을 보고 실제 저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효성은 사내에 동반성장 추진팀이 따로 꾸려질 정도로 협력업체와 동반성장에 대한 인식이 남다르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협력사에 대한 지원은 1차 협력사에 그치지 않고 1차 협력사와 2차 협력사 간 동반성장 협약 체결을 유도함으로써 2차 협력사에도 모든 정보를 공개, 공정 및 품질 지도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