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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계 '정기예금 말고 적금' 그것도 '단기'유치戰, 왜?

저금리시대+기준금리추가조절 불안감 난제 대응 부심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5.22 08: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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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오피스 타운에 위치한 기업은행의 어느 지점. A계장은 정기적금을 들러온 고객과 상담 중이다. 다달이 10만원씩 자동이체 불입하는 조건으로 가입 조건 이야기를 마쳤다. 첫 회니까 불입을 해야 하는데(실무관행상 일반예금 통장은 0원으로 개설해도, 적금은 첫 회 불입이 진행돼야 하는 것으로 돼 있음) 공교롭게도 이 고객은 가진 현금이 10만원도 안 되고 자동이체를 걸 통장의 잔고도 이에 모자란다. 뭔가 겸연쩍어진 고객은 "그럼, 지금 있는 금액을 갖고 자유적립식으로 하자"고 제안한다. 그러자 A계장 왈 "아, 고객님…같은 기간에 자유적립 상품 가입하시만 금리가 조~금 낮은데…"

정기적금이 사람들의 관심 대상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원래 큰 종잣돈이나 재테크 노하우가 없는 일반 서민들의 목돈 마련 수단으로 각광받은 바 있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펀드 열풍 등으로 규모가 감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2007년 말에는 잔액이 13조원대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터지고 이후 좀처럼 세계경제가 '출구전략'을 구사할 만큼 회복되지 못하면서, 정기적금의 매력도가 상승했다. 저금리 구조가 뉴노멀로 굳어지면서 정기적금 잔고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7조원 가까이(재작년 연말보다는 30% 가량 늘어난 규모) 정지적금으로 돈이 몰렸다는 것은 증시도, 부동산도 답이 될 수 없는 시대에 딱히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는 공감대가 시장에 형성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단기유치가 오히려 낫다? '금리회전' 중간협상식 상품도 '눈길'

이런 가운데 일선 은행 영업점에서도 펀드나 정기예금 가입보다 오히려 정기적금을 반기는 기류가 감지된다. 3월 말에 정기적금 신규 취급액 금리와 정기예금의 금리를 같은 기간 조건으로 대비해 보니 연 3.39대 2.85 비율로 나타나는 등 목돈을 거치한다(한꺼번에 맡긴다)고 환영받는 시대가 아니라는 점이 객관적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를 정기적금 금리보다 더 큰 폭으로 낮춘 것은 왜일까? 이는 시장에 자금을 굴리기 마땅찮은 가운데 오히려 많은 돈을 비싼 이율로 한꺼번에 유치하면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목돈을 만들기 위한 정기적금이 저금리시대 대안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이들을 받아들이고 자금을 회전시키는 쉽지 않은 과제를 받아들고 관련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 임혜현 기자  
목돈을 만들기 위한 정기적금이 저금리시대 대안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이들을 받아들이고 자금을 회전시키는 쉽지 않은 과제를 받아들고 관련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 임혜현 기자

실제로 펀드 판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서울 소재 어느 대학의 구내 지점에 문의해 보니, "학교 지점이라 학생들이 많이 오는 탓이기도 하지만, 거치식보다는 일정액씩 내는 적립식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요새 추세를 보면 적립식을 하라"는 조언을 말미에 덧붙이듯, 실제로 주식 등 영역에도 뾰족한 답이 없으니 조금씩 넣는 식의 상품이 판매자나 소비자 모두의 사정에 가장 적당한 절충안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정기적금이라고 해도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특히 일부 상품은 기간을 길게 갖고 가지 않고, 또박또박 일정액을 예측가능성 범위에서 내는 쪽에 더 우대하는 방식을 보이고 있다.

위의 기업은행 영업점 사례는 한 예에 불과하지만, 실제로 긴 기간 대신 단기를, 자유적립식으로 불안정한 납입 패턴 대신 일정액을 확정해 놓는 게 현재와 같은 불안정한 금융과 경제 상황에서는 은행계에 그나마 유리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우리은행의 토마스정기적금은 현재 특판 중이라는 설명으로 팔리고 있다. 우리은행 강북지역 지점에서는 "2년이나 3년짜리로 들지 말고 1년 만기로 가입하라"고 충고한다. 오히려 금리가 그쪽이 유리하다는 것.

그런가 하면, 금리회전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변동 가능성을 고객이 정할 수 있는 협상형 적금 상품도 눈길을 끈다. 즉 과거에는 기간을 정하면 그에 따라 금리가 결정됐지만, 중간중간에 금리를 한 번 바꿀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둔 것. 이는 금리의 변동 가능성(현재는 특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문제)에 따라 짧은 기간에는 조건이 더 나빠질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긴 기간 후에 금리 조건이 지금보다도 나아질 수도 있다는 적금 고객의 고민을 반영한 시스템이다. 우리은행 마이스타일 자유적금은 금리회전 기간을 6개월과 1년, 2년, 3년 중 고객이 결정하며 이에 따라 복리식 이자가 지급된다.

은행권, 손해 없다? 금리 앞으로 더 떨어지지 않는다 전제에서 계산기 두드려

한편, 이런 방식으로 영업을 하는 것은 은행계에 부담이나 손실로 이어지지 않을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각 은행들이 실적 악화의 현실화로 시달리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 수익이 나기 어려운 상품으로 돈이 쏠리는 것으로 판명난다면, 자칫 정기적금 시장에도 메스가 가해질 가능성이 있냐는 쪽으로 연결될 수 있다.

사실 은행들이 적금의 금리를 불안정성을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급적 높게 유지한 것도 현재 적금 관련 호황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은 이미 언급한 바와 같다. 은행들이 장기 고객을 유치하는 메리트에 좀처럼 완전히 관심을 끊을 수는 없기 때문에 3년보다 1년 만기에 금리를 더 주는 식으로 기현상이 빚어질 지언정 가급적 자금을 받아들이는 계약 자체는 마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기적금의 경우 소액으로 장기간 납입하기 때문에 금리를 예금보다 높게 해도 별로 손해볼 게 없다는 전제가 현재 서고 있는지를 짐작해 본다는 점은 소비자로서 향후 어떤 상품을 어떤 조건에 드는 게 유리할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금리 등에 대해 은행가들이나 시장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들여다 볼 창구도 된다.

우선 기준금리 등 사정에 대한 권위있는 기구들의 분석은 일단 최근 기준금리 조절 조치가 오히려 한국은행 행보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려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쪽으로 귀결되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근래 기준금리를 2.50%로 인하확정한 한국은행의 결정에 대해 "좌회전 신호를 켜고 우회전한 모습"이라고 비판하는 보고서를 20일 낸 것이 좋은 예다. 이 보고서는 "추가로 경기부양이 필요할 때 과연 한은의 독립성이 유지될 것이라는 신뢰를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이렇게 금리가 럭비공처럼 움직이냐는 쓴소리가 한국은행에 쏟아지는 것과는 달리, 시장 전문가들은 일정한 예측을 내고 마음을 굳힌 상태에서 투자 중인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21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10일 연 2.55%로, 기준금리(연 2.50%)를 웃돈 뒤 이날 2.60%까지 상승했다. 그동안 채권시장에서는 지난해 7월 기준금리가 인하된 이후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를 밑도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이어져 왔다(한국은행이 금리를 몇 차례 더 내릴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것). 하지만, 근래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장기 금리가 기준금리를 꾸준히 웃도는 정상화가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장기와 단기의 금리 역전이 해소되고 있는 것은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낮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국 현재 당장은 힘들지만, 먼 시기를 내다보고 은행계에서는 정기적금 유치에 대한 러브콜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단은 긴 기간을 만기로 하는 유치에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으므로, 이를 안고 영업전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서 고민 속에 머리를 짜내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연하자면, 이런 와중에 여러 아이디어 상품이나 특판 등 소비자들에게 유리한 대목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지는 않으나 곳곳에 있으며, 소비자들로서는 이를 만날 때 빠른 판단으로 바로 잡을 필요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