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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상생' 외치지만 '甲乙관계' 여전

김경태 기자 기자  2013.05.21 18:2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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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갑을관계'라는 말이 논란이 되고 있다. 본디 '갑을'이란 계약서 상에 계약자들을 단순히 '갑'과 '을'로 지칭하는 대명사일 뿐이다. 하지만 관용적으로 '갑'은 상대적으로 지위가 높은 계약자를, '을'은 상대적으로 지위가 낮은 자를 칭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지 오래다.

이런 관용적 표현의 폐단으로 인해 갑을관계의 부작용은 과거부터 지속돼 왔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일례로 최근 젊은 영업노동자가 나이 많은 대리점주에게 불공정 거래 행위를 강요하며 온갖 폭언을 퍼부은 남양유업 사건과 유통기한 지난 막걸리를 강제 납품시킨 배상면주가의 횡포가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었다. 

비슷한 형태의 갑의 횡포는 건설사와 하청업체, 정부기관의 입찰 과정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을의 입장은 어떤가. 갑의 횡포로 인해 물건을 납품 받지 못하거나 입찰 제한, 대금 결제 등 여러 측면에서 불이익을 당할까봐 이의 제기는커녕 싫은 내색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한대도 정부를 비롯한 대기업은 갑 위주의 상생을 외치고 있다. '협력'이 아닌 '명령'을 강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합리하고 불필요한 관행은 없애려 노력하는 것이 옳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갑을관계'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는 하청업체를 바라보는 기업의 시선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청업체를 '을'이 아닌 '전문협력사'로 바라보고 협력사의 노하우를 인정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사업을 위탁한다면 진정한 상생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반대로 하청업체는 원청업체의 눈치를 보며 무모한 요구를 계속 들어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원청업체와 하청업체는 서로 돕지 않으면 윈윈할 수 없는 관계다. '명령과 복종'이 아니라 '화합과 믿음'으로 공존해야 하는 것.

이와 더불어 정부에서는 불합리한 갑의 횡포에 대한 법적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반가운 것은 최근 국회에서 이런 움직임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지난 14일 새누리당 전·현직 의원 모임인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대기업-영업점 불공정거래 근절 정책간담회'를 통해 갑을관계 해결방안을 모색한 바 있다.

간담회 진행 과정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집단소송제 전면 도입 △사인의 행위금지 청구 제도 도입 △공정위 결정에 대한 고발인의 불복기회 부여 △내부고발자 보호 및 보상강화 등 5대 개선사항이 논의 됐으며 이를 토대로 앞으로도 다각도에서 의견을 청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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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부는 문제가 발생한 뒤 정책을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지적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회에서 먼저 나서 해결방안 모색에 앞장선 만큼, 제대로 된 정책마련과 실천이 뒤따르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