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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공정거래법 추진 "한국에 새 법체계를 열자?"

징벌적 배상+클레이튼법 등 다수 융합 모멘텀 기능 주목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5.21 16:2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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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징벌적 손해배상' 등 강화된 새 무기를 장착한 새 공정거래법 시대 열리나? 새 법안이 여당 정치인들에 의해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로써 이른바 갑(甲)의 횡포, 갑끼리 담합해 경제적 불건전성을 도모하는 것을 견제하는 법률 체계인 경제법 영역(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공정거래법 중심으로 논의. 약관법 등 여러 법을 포함)이 본격적으로 새 시대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전·현직 의원 모임인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은 21일 국회에서 비공개회의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논의한 가운데 이 법안의 통과 여부와 이 과정에서의 원안 손질 가능성 등 향후 진행 경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창조경제 논란 분분한 가운데 본격적 '기업 손보기' 시작?

이번에 경실모에서 '액션'에 들어가면서 그 내용과 함께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 모두 경제계에는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경실모 의원들은 일반적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손해액의 3배, 고의적이거나 반복적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는 최대 10배를 보상토록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징벌적 배상 시스템의 본격 도입이다. 더욱이, 개정안에는 집단소송제 도입과 피해자가 공정위에 고발하는 것 말고도 직접 법원에 불공정 행위를 요청하는 '사인의 행위금지 청구제도' 도입도 담길 예정이다.

한편 이들 면면을 보면 현직은 물론 전직까지 망라, 여당 자체가 이들을 선발대로 앞세워 움직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풀이마저 나오고 있다.

과거부터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치권이나 사회에 대해 개혁을 시도하려는 논의는 여러번 있었다. 우선 지난 17대 국회 때만 해도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후신은 현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활발히 활동했고, 18대 국회에서도 정치 혁신과 구태 제거 등을 논의하는 청정한 정치 쇄신의 꿈이 여의도에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들의 꿈은 기성 정치권과의 불화로 인해 '초선 108명이 바로 열우당의 108 번뇌'라는 소리가 나오거나, 일명 MB정부 내부의 역학 관계 작용상의 후폭풍(소장파 대 이상득 전 의원 등으로 당 실세들이 분열되면서 여러 파란이 일어남) 등으로 이들의 목소리가 묻히는 등 큰 파문을 낳지는 못했다.

이번에 전직과 현직 등을 망라한 데다, 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인 정치인이 선수는 많지 않지만, 새누리당에서 전문성과 이미지를 제법 성공적으로 병행해 관리해 온 인물 중 하나로 꼽혀온 이종훈 의원이라  시선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이 의원은 이미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집단소송제를 통해 피해자들이 함께 소송을 하게 되면 소송액도 커지고, 을의 입장에서 같이 싸워줄 수 있는 대형 로펌도 나올 것"이라고 설명하는 등 날카로운 분석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해석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이 법안 자체의 목적을 여과없이 내보인 셈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클레이튼법에 의무이행심판 등 각국 제도 모두 따다 승화시킨 '시너지국밥'

이번 법안은 그 구조에서도 특이점이 많다. 징벌적 손해배상의 경우 우리 법률 체계(독일법계)보다는 영미법계에 가까운 것으로 이미 일찍부터 회자돼 왔다.

즉 우리의 기본적 판례는 적극적 손해(예를 들어 뼈가 부러진 경우 병원비 손실 등)+소극적 손해(골절로 인해 일을 못해 입은 일실 손해)+정신적 손해(일명 위자료라고 널리 불리는 영역)으로 구성하는 게 얼개다. 그런데 미국식의 이번 징벌적 손해배상은 사회에 끼친 해악마저도 배상 범주에 넣는다는 점에서 발상 자체가 다른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소송의 판결액수가 천문학적으로 나올 수 있고, 환경법상 혹은 소비자보호상 큰 소송에서 인정되면 기업이 망할 수도 있는 문제로 귀결된다. 경우에 따라 기업들이 소송 자체를 못 벌이게 선제적으로 다른 소송을 걸어 원고측을 무력화하는 '봉쇄소송'을 시도하는 것도 이런 제도의 무서운 후폭풍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이런 안이 들어갔는가. 이는 기업이 공정거래의 질서를 해하는 경우, 사회에 미치는 간접적인 피해는 헤아리기 어려울 지경인데 이를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또 산정하기 어렵다는 기술적 문제로 도외시하면 법적 정의에 그만큼 괴리되는 처벌 외에는 도모할 수 없는 게 우리 법학과 실무의 맹점이었다. 이를 적극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미국 제도를 본격적으로 수입해 필요한 곳에 더할 필요가 제기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다른 주요 이슈 중 하나인 사인의 금지청구제도는 미국 클레이튼법 제16조에 규정되어 있는 제도이고, 그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입장은 미국의 집행체계에 영향을 받은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의원은 "지금은 을이 (당국에) 고발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는데, 을이 직접 법원에 갑의 부당한 행위 중지시켜 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개인이 법원에 상대에 대해 일정한 행위를 구하는 제도는 일반적 민사의 소송에서는 가능한 것이나, 행정소송 관련이나 기업을 대상으로 공정거래의 룰을 다루는 경제법 영역에서는 낯선 것이었다.

즉 국가가 알아서 하는 일에 개인이 왈가왈부를 할 게 아니며, 개인은 그저 고발에 나선 정의로운 관객일 뿐이라는 인식이 경제법 영역을 오래 지배해 왔다. 이는 우리 경제법 체계가 권오승 교수(서울대에서 민법을 연구하던 중 독일에서 경제법 관련 학술에 빠져든 석학) 등을 1세대로 하는 독일법 중심 시스템을 따르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해도 될 것이다.

이는 행정법 영역에서도 다소 대등하지 않은 관계의 진행을 감수해 온 경향도 있다.

그런데 이 같이 클레이튼법상 경제법 문제에서도 직접적인 행위의 중단 요구를 인정하면 기업의 부당한 업무에 대해 공익적 관점에서 감시자가 언제든 호루라기를 불 수 있는, 피해의 즉시적 중단과 예방 가능성이 대두된다. 즉 이는 행정법 영역에 비유하자면 의무이행심판과도 유사한(강제적으로 작위를 요구하는 것인지 하던 일은 중단하는 것을 요구하는지, 방향은 다소 다르나) 즉각적 처리의 루트를 마련해 상대의 '몽니'를 막는 데 실질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보인다는 점에서도 우수하다.

즉 일단 고발이나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판결 후 또 실질적 중단이나 이행의 강제를 얻어내기까지 일말의 시간이 있었던 영역에서, 이를 부득이한 것으로 보지 않고 즉각적으로 그 시간적 거품을 빼려는 노력이 이번 법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법 법안은 그런 점에서 단순히 막대한 손해를 입혀 기업을 때려잡자는 무도한 논의라든지, 외국 제도를 이리저리 아무렇게나 따다붙인 잡탕이라기 보다는 외형적, 논리적으로는 다소 무리한 부분이 있더라도 법적 정의 공감대상 필요한 기능이 있는 경우 이것을 실제로 도입하고 단점이 서로 부딪히는 대신 최대한 서로 조화롭게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모았다는 조화면에서 높은 평을 얻을 만 해 보여, 향후 실제 통과되기 전에라도 연구적인 대상에서 많은 이들의 흥미를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 법안이 윤곽을 드러낼 경우, 한국 사회에서의 갑 노릇은 한층 더 엄격한 틀에서 진행돼야 하며, 이런 점에서 부당한 점, 막무가내식 사회적 폐단, 경제적 농간을 '갑질'로 불러온 세간의 인식 자체를 변화시킬 근원적 개혁이 이번 법안으로 유발될지도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