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세그먼트를 공략하고 있는 기아차 K9 =김병호 기자 |
[프라임경제] "'K9'은 세계 시장에서 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높이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정몽구 현대기아그룹 회장이 지난해 기아차 플래그십 K9의 출시와 함께 밝힌 공약의 일부다.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수입차 공세 속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K9 출시는 국산브랜드의 위상을 높이고 발전된 기술력을 더욱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새롭게 재평가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출시 이후 디자인과 품질, 각종 편의장비를 장착, 첨단 기술들이 집약된 수입차 대항마 K9. 매우 높은 고객충성도를 자랑하는 럭셔리 세그먼트의 특성을 고려할 때, 출시 1년을 막 지난 현재 다소 부족한 실적만으로 K9을 판단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실적 하나만으로 그 모델을 폄하하기보다 지속적인 럭셔리 세그먼트 공략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기아그룹의 양산형 브랜드 이미지 탈피와 럭셔리 세그먼트를 향한 공략은 현재진행형이라고 표현된다. 럭셔리 세그먼트 중심에 우뚝선 K9을 타고 서울 도심과 북악산, 강화 동막해수욕장을 지나는 럭셔리 코스(초지대교)를 시승했다.
◆K9에만 '있다, 없다' 첨단 '기술향연'
먼저 'K9'의 외관은 전체적으로 입체감 있는 볼륨과 간결한 선들이 조화롭게 연결돼 강인하면서도 역동적인 느낌이다. 크고 굵은 둔한 근육이 아닌, 이소룡의 날씬한 근육질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혹자들은 정면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수입브랜드 BMW를 연상시킨다고 하지만 LED가 장착된 안개등과 '어댑티브 풀 LED 헤드램프'를 연결하며 만들어진 선은 K9만의 차별화된 세련미를 구현하고 있다.
K9 인테리어. = 김병호 기자 |
또 상대적으로 긴 후드와 짧은 트렁크는 안정적인 비율과 역동성을 더했다. 특히 초대형의 휠 베이스(3045mm)와 짧은 오버행, 좁은 그린 하우스를 통해 역동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K9의 크기는 전장 5090mm, 전폭 1900mm, 전고 1490mm다. 이러한 제원은 K9의 실내를 더욱 안락하고 여유롭게 꾸미고 있다.
K9의 실내는 국내 럭셔리카의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평가할 만큼, 다양한 현대기아그룹의 첨단기술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기존에 고급 수입브랜드에서만 볼 수 있었던 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다. 또 9.2인치 LCD 화면을 통한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과 스티어링 휠 햅틱 리모컨 등은 새로운 것에 대한 운전자의 욕구를 자극하기 충분하다.
또 뒤쪽 시트의 이용자 편의에도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다. 뒤쪽 시트 오른쪽 암레스트 버튼을 통해 조수석 시트를 조절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뒷좌석은 더욱 충분한 공간 여유를 누릴 수 있다.
이외에도 K9은 △전동식 파워도어 시스템 △전동식 세이프티 파워 트렁크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LDWS) 등을 적용해 상품성을 극대화했으며,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EPB) △타이어 공기압 경보 시스템(TPMS) △오토 디포그 시스템 △클러스터 이오나이저 △열선 스티어링 휠 △전 좌석 열선 시트 △전/후방 주차보조시스템 △카드타입 스마트키 등의 다양한 고객 선호 사양을 대거 기본 적용하고 있다.
K9은 현대기아그룹 첨단 기술의 총아라고 평가된다. 현대 에쿠스에도 적용되지 못한 신기술들이 대거 기용돼 있을 뿐 아니라, 같은 가격대 수입차에서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편의시설과 기술까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다.
◆익숙함 탈피, 럭셔리 세그먼트 이제 '시작'?
본격적인 시승에 나섰다. 시동을 걸고 후진기어를 넣자 중앙 어라운드뷰를 통한 주위환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360도 어라운드뷰는 주차나 후진 등에서 한 치의 사고도 용납하지 않는다. 앞을 보지 않고도 운전이 가능할 것 같다. 악셀을 통해 전해지는 느낌은 생각보다 묵직하고 부드럽다. 가볍게 눌리지도 않았지만, 발목에 무리를 주지도 않는 적당함이 드라이버에게 편안함을 더한다.
국내 후륜구동 세단의 선두주자로 나선 K9의 승차감은 어느 수입 브랜드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북악산을 올랐다. 굽이진 길과 오르막·내리막은 세단의 안정성과 다이내믹한 성능을 테스트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코스다. 테스트 드라이빙에서 그렇듯 슬라럼 테스트와 무리한 코너링을 통해 언더스티어, 급정지, 급출발 등을 진행했다.
부드럽게 치고 나간다는 말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드라이버는 자연스레 감탄사를 자아낸다. 전방에 위치한 엔진 및 조향 시스템과 후방에 자리 잡은 구동 시스템은 안정적인 무게 배분을 통해 조종안정성을 극대화시키고, 한층 진일보한 '차량 통합제어 시스템(AVSM)은 차체를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아울러 급 코너에선 안전벨트까지 꽉 잡아주는 등 안전에도 소홀이 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주행으로 언더스티어를 일부러 만들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K9의 레드존은 6700rpm이였으며, 시속 100km에서 1600rpm의 엔진회전수를 기록했다. 풀 악셀을 사용했을 경우 6400rpm에서 시프트업이 이뤄졌다. 'K9'의 8단 후륜 자동변속기는 △가속성능 및 연비 향상 △부드러운 변속감 △소음 및 진동 개선 등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K9에는 람다 V6 3.3 GDi 엔진과 람다 V6 3.8 GDi 엔진 두 가지가 탑재됐다. 시승한 람다 V6 3.8 GDi 엔진은 최고출력 334 마력, 최대토크 40.3kg·m의 성능을 구현했으며, 공인연비는 10.3km/L로 놀라운 동력성능과 경제성까지 구비하고 있다.
K9은 글로벌 브랜드로 서서히 이름을 각인시키고 있는 현대기아그룹의 모든 기술력이 담겨있는 만큼, '당연한 성능과 편의사항이다'라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새삼 실감하니 놀라울 뿐이다. 안전이면 안전, 성능, 편의사항까지 트리플 A플러스를 주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K9과 같은 플래그십 차량에 5.0엔진만 장착됐다면 하는 점일 뿐이다.
자동차 시장이 확대되고, 평준화되는 경향을 무시할 수 없지만 그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의 존재는 어느 때나 강조되고 중요시 된다. 기술력과 이미지를 대변하는 것은 물론이며, 마케팅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당연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기아차는 기존 양산형 이미지를 벗어내며 프리미엄 브랜드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미지 변화를 위한 꾸준한 노력은 어느 순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와 실적으로 보답 받게 될 것이며, 그 변화의 중심에는 K9이 있을 것이다. K9의 행보에 관심이 필요한 때다. K9 3.8 이그제큐티브의 가격은 66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