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1일,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는 이른 아침부터 흑·적·금 삼색의 대형 독일 국기가 드리워졌다. 태극기와 함께 외국의 국기가 내걸리는 것은 보통 국빈급 인사에 대한 예우로 받아들여진다.
기업은행 을지로 본점에 독일 국기가 게양돼 눈길을 끌었다. 21일 이 같은 특별한 의전이 준비된 것은 세계적 석학이자 은행의 고문인 헤르만 지몬 박사의 방문을 환영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임혜현 기자 |
조준희 행장은 지난 3월, 독일의 저명 경영학 연구학자인 지몬 박사를 고문으로 위촉했다. 조 행장이 특히 지몬 박사로부터 의견을 듣고 싶어한 영역은 중소기업 육성 전반에 대한 자문.
조 행장이 이 영역에서 지몬 박사를 섭외한 점은 그의 그간 연구 행보나 저술에서 일관되게 드러난 학문적 태도, 평소 소신 등에서 가장 적절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지몬 박사는 전략 및 마케팅 분야의 권위자다. 독일 마인츠대와 빌레펠트대에서 교수로 재직했고, 런던 비즈니스스쿨과 일본 게이오대 등에서 객원교수로 활동했다. 경영전략·마케팅 컨설팅 회사인 지몬-쿠퍼 앤드 파트너스(SKP)의 설립자로 1995년 4월부터 2009년 5월까지 CEO(최고경영자)직을 수행하는 등 실무 경력도 갖췄다.
무엇보다 지몬 박사는 "전략적 우위는 고객에게 (우리가) 중요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고객이 그것을 안다는 데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본업에 매진할 것과 독창성을 가질 것 등 기업 특히 중소기업이 살아남을 최강의 전략들에 주목, 강조해 오고 있다.
일관되게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에 매달리도록 중소기업에 강조하는 데다, 고객에게 소중한 것을 만들어야 살아남는다는 그의 일관성 정책은 중소기업 파트너를 자처하는 기업은행의 구미에 가장 잘 맞는 학문론일 뿐더러 기업은행이 앞으로도 갖추고 가야 할 목표점이기도 하다.
헤르만 지몬 박사(좌)가 기업은행의 고문으로 위촉된 뒤 조준희 행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기업은행 |
그런가 하면, 한국 출신인 김용 세계은행(World Bank) 총재 역시 마이클 바버 전 영국 총리 직속 국가전략청장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다.
이 같은 김 총재의 행보는 워싱턴 포스트(WP)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보도하면서 잘 알려졌다.
세계은행은 지구촌의 부 편중 현상 해소를 위해 그간 많은 역할을 해 왔지만, 비대한 조직과 타성에 젖은 사업 진행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 위해 변화 경영 부서를 신설했고 고문으로 바버 전 청장도 초빙한 셈이다.
김 총재는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무작정 대개혁, 파괴적 혁신을 추진할 수는 없다. 바버 전 청장이 그의 개헉 작업에 영감을 불어넣고 방향성에 대해 조언을 하고 있다. 바버 전 청장은 명확한 우선순위에 따른 사업 집행, 즉 일관성을 강조하는 인물이다. 끊임없는 감독과 피드백 등을 강조하지만 무작정 성과를 내라며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는 느낌을 부하직원들에게 인지시키는 데 성공해, 여러 개혁 작업에 많은 역할과 조언을 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독창성을 강조하는 가운데서도 일관성을 견지할 것을 요청하는 두 거물이 세계적 금융기구와 한국 중소기업 금융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중은행에 동시에 자리를 잡고 있는 점은 이색적이다. 두 수장의 고문들이 던질 화두와 이것을 실현할 두 기관의 비전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