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생명의 다리로 탈바꿈한 마포대교의 메시지를 유심히 보고 있다. = 최민지 기자 |
비 내리던 어느 주말, 축축한 기운에 젖어 마포대교를 찾았습니다. 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내가 있다는 것을 다리가 알아주기라도 하듯, 메시지를 보내더군요. 조명이 켜질 때마다 "무슨 고민 있어?" "밥 먹었어?" "얘기해 봐요" 등의 단문을 보이며, 나만을 위한 대화를 건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내 축축한 기운도 따뜻한 조명처럼 훈훈해졌죠.
중간쯤 걸었을까요. 문득 내려다본 한강은 아득했습니다. 삶에 지쳐 찾은 사람들이 홧김에, 술김에, 분에 못 이겨 몸을 던지려 했던 마포대교. 최근 5년간 자살시도자가 85명이나 달했다고 하죠.
그러나 생명의 다리로 변화한 후 수많은 사람들이 서울의 명소로 꼽으며 치유와 힐링을 위해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방문자들은 자살예방 캠페인에 자발적 동참을 하는 셈입니다. 사람들이 적어놓은 글귀만 봐도 알 수 있었죠. 희망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동료의 볼을 꼬집고 있는 동상 옆에 투박하게 적힌 "나는 할 수 있다. 살아있으니까"라는 문구가 가장 생각나는군요.
연장선상에서 관조하면 요새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갑을(甲乙) 문제가 떠오릅니다. 매일 '갑의 횡포'와 '을의 비애'에 관한 뉴스들이 쏟아집니다. 대표적 을(乙)의 입장에 서있는 영업사원들이 경쟁체제와 실적스트레스로 자살을 시도한다는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실적 강요문화, 말뿐인 상생경영, 불공정거래 등 수많은 이유들이 이들을 더욱 구석으로 몰아가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우리 모두 행복한 순간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혹여나 잊었더라도 생명의 다리에서 보여주는 맛있는 음식들의 나열 혹은 위로와 응원의 반짝임을 본다면 '번뜩' 삶의 이유를 기억해낼 수 있을 겁니다. 자살과 살자는 한 끝 차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