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국립 5.18묘지에서 열린 제3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공연 때 태극기를 들고 경청하고 있다. ⓒ 광주광역시 |
[프라임경제] 박근혜 대통령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태극기를 들고 경청한 것을 두고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이 일이 국민통합의 새로운 장을 여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태극기를 들고 화답한 것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던 정부 입장에 비해 진일보된 모습이며,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지 말라는 대통령의 의중을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보훈처는 지난 18일 5.18 33주년 기념식에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거부했지만, 강운태 광주시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합창단의 연주가 시작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박 대통령은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공연이 있자 강운태 광주시장에게 시선을 줬고, 강 시장은 미리 준비한 태극기를 박 대통령에게 건넸다. 박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연주를 경청했고, 제창을 거부했던 박승춘 국가보훈처장도 황급히 기립했다.
박 대통령이 보인 진일보한 모습은 '역 화살'이 돼 논란을 자초한 보훈처에게 비난을 동반한 빈축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날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이번 5.18 기념식에서 대통령이 직접 일어선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며 "이 문제를 방치할 경우 대통령과 당에도 누(累)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문수 경기지사도 굳은 표정으로 "이것이 대통령에게도 누가 가고 새누리당에도 누가 간다"고 거들었다.
국립 5.18묘지에서 열린 제3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공연이 시작되자 강운태 광주시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태극기를 건네고 있다.ⓒ광주광역시 |
특히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은 이번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은 일개 공무원이 대통령의 의중을 읽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이날 "대통령도 오늘 합창할 때 일어서지 않았습니까. 대통령 뜻이 아니고 공무원 개인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라고 말했다.
광주시에 따르면 19일 첫 공식 회동을 한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와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 문제도 정치적 합의로 풀어 보자는데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지역 310개 단체 및 기관들로 구성된 '임을 위한 행진곡 5.18 공식기념곡 추진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박 대통령이 그간의 정부 입장에 비해 진일보한 결정을 했다"며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위원회는 "현직대통령으로는 5년 만에 기념식에 참석한 박근혜대통령은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공연 순서에서 강운태 광주시장으로부터 태극기를 건네받고 자리에서 일어나 연주를 경청했다"고 환영했다.
이어 "비록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진 않았지만 합창에 맞춰 참배객들과 한뜻으로 태극기를 들고 5·18 영령들에게 추모의 마음을 바친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민주화운동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광주시민들과 지역여론은 박 대통령이 5.18 기념식장에서 보인 모습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5.18 부상자회 관계자는 "대통령은 5월 광주에서 태극기의 특별한 의미를 알지 못하겠지만, 80년 5월 당시 시위대가 손에든 깃발은 태극기가 유일했으며, 희생자의 유해를 감싼 것도 태극기였다"며 "대통령이 바라는 국민 대통합을 위해서라도 대통령의 더 진일보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강운태 시장은 18일 박 대통령과 광주공항 독대 자리에서 최근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논란을 설명한 뒤 "대통령께서 기념식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불릴 때 태극기를 들면 국민대통합에 기여할 것"이라는 운을 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