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농민을 위해 봉사해 온 조직인 농업협동조합이 근래 위기의 쓰나미를 맞고 있다. 금융(신용사업) 부문과 경제 파트를 분리하는 등 개혁 작업을 추진한 시너지 효과가 아직 좀처럼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지 못하다는 평이 나오는 가운데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이것이 중앙회가 지배하는 현재 구조가 뱅커 마인드를 압살한다는 우려로 맞닿으면서 최원병 중앙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 여론 조성에 원인이 되는 것 물론 조직 전반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와중에 연초부터 농협이 미곡종합처리장(RPC, Rice Processing Complex) 등 몇 영역에 대해 기울이는 여러 노력이 자칫 조직은 물론 한국 농업 전반에 도움이 아닌 악재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기우도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문제많은 RPC, 과다지원 추진 논란
우선 농협이 왜 미곡종합처리 관련 사업에 눈길을 줬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 농협은 WTO(세계무역기구) 체제 이후 미맥 농업이 살아남을 기본틀을 다지고자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이 RPC 강화 구상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RPC 강화 바람은(물론 농협 외에도 RPC는 존재, 운영될 수 있으나) 건조 비용이나 곡식 매입 가격 등에서 농민의 애로를 잘 이해하고 보다 우호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등의 형식으로 운영돼 온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농협 RPC의 경영개선에 관한 연구(박인수 전남대 농업개발대학원 석사 논문, 2003년 8월) 등 일부 논문은 비판적 견해를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단지 이뿐만이 아니라 RPC 관련 특례적 사정이 여럿 시도돼 현재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상황에서는 투자자 국가 소송(ISD) 관련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현재 문제소지가 있는 것으로 일부에서 우려하는 대목으로는 △일부 RPC에 대한 농협은행의 동산담보대출(쌀 담보 관련)과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농협이 손잡는 지원 강화 방안 △농협중앙회 차원의 RPC 전기요금 특례 지원 공세 등이 꼽힌다.
우선 RPC를 농협이 강화하는 자체는 문제가 될 소지가 적다. 따라서 현재 미곡도매상의 기능이 크게 위축되는 사정에서 일부 RPC를 강화하고 구매의 비용 절감, 관리의 용이성 등을 도모하고 대형마트 등 유통계와의 협상력 우위 점유 등을 추진할 수 있는 RPC 기업화, 수탁거래 활성화 등 성장도모는 필요하고, 이는 농협이 중앙회 차원에서 각 지역농협을 돕는 조합으로서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수준을 넘어서서 이른바 '2013년 농업·농촌 숙원사항' 중 한 항목으로 중앙회에서 RPC 등 농업시설에 농사용 전기요금 적용 확대를 꼽고 나선 점이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이는 RPC의 건조용 시설을 돌리는 데에만 농업용 전기요금이 적용되고 도정 등 여타 시설 가동에는 상업용 요금이 적용된다는 부분을 농협이 애로점으로 인식하는 데 기인한다.
그런데, 농협은 당초 신용과 경제를 분리하면서 "신용에서 돈을 벌어 경제를 살린다"는 당초 대전제를 일정 부분 포기하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 파트도 현재까지는 신용에서 상당 부분 금전적 지원을 받고 있으나, 언젠가는 자립도를 높여야 한다는 점에서는 일단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전기료 등 논의는 상업적 시설인 도정 등의 영역에까지 관변단체에 가까운 한전의 도움을 간접적으로 강요하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농협은 1989년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때 수입 농산물 반대 만화 문제로 세계적으로 비판에 직면한 바가 있어, 이 같은 한전 관련 시도는 농협이 다시금 한미FTA 등 세계무역의 질서에 방해 노림수를 둔다는 우려를 살 여지가 있다.
◆농협은행 RPC 담보·전북도 원예지원 협력도 '빌미' 우려
또 농협은행의 동산담보 문제는 비율이 40%에 그친다고 하나, 유사시 문제의 담보물 처리 과정에서 헐값에 처리하면 쌀값 교란을 농협의 한 부분인 금융 파트에서 저지른다는 비난에 또 제값을 받고 처리하려면 농협의 경제 파트 등을 통해 교섭하는 게 불가피한데 이 경우 금융과 산업을 분리해 조직을 정비한 기본 노력을 우회해 금융 지원을 한다는 논란에 직면할 수 있다.
농협법에서 농협금융지주 등 각 영역이 농업인과 조합의 사업을 도울 필요를 제기하고는 있지만, 이 범주의 지나친 확장 등은 문제라는 것이다.
또 RPC 지원과는 약간 다르나 편파적 지원의 논란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원예 문제를 같이 살펴 보면, 전라북도와 각 시·군, 그리고 농협중앙회 전북보부와 단위농협 등이 이달 9일 전북 장수의 한국농업연수원에서 원예작물 전문 마케팅 법인체를 집중 육성하는 데 뜻을 모은 바 있다.
지역 매체에 의하면, 여기서 김완주 전북도지사는 "농업인 한 사람은 몰라도 규모화하면 마케팅 부문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면서 지원계획을 내놓았다는 것이고, 이에 따라 현재 1개 법인체 당 10억원가량인 보조금도 최대 22억원 정도로 늘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민주당 등 일각에서 한미FTA의 ISD 독소조항 논란과 관련 언급한 일단의 사례와 기본틀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깊은 탄식이 나오고 있다. 작년 6월8일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캐나다 뉴펀들랜드주 당국이 미국 정유업체인 액손모빌 등이 제기한 ISD에서 패배한 케이스를 소개했다.
여기서 보면, 주 정부에서는 이들 미국 업체에 주 영역 내에서 유정 개발을 하면서 얻은 이익금 중 일부를 해당 지역사회를 위한 연구개발비로 투자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 미국 기업들이 캐나다 법원에 소를 제기했고, 이에 해당국 법원은 주 정부의 손을 들어준 것인데, ISD로 이 판단이 뒤집혔다.
◆외국기업 차별적 대우 문제 가능성, 돌다리도 두드릴 필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위반했다는 미국 업체의 주장이 국제중재재판의 법정에서는 인용된 경우다. 이에 따라 지방 정부가 농협 등과 손을 잡고 자금 흐름의 지원을 하는 것은 외국 관련 산업 업체의 한국 진출에 부담을 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같은 문제가 될 소지를 배제할 수 없다.
최혜국 대우 등 국제경제법적 관점에서 글로벌 곡물 메이커가 한미FTA의 ISD 조항을 악용할 빌미를 제공한다는 것이라는 점에서 농협의 몇 가지 야심찬 사업들은 그 선의에도 불구하고 치밀한 검토가 선행될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농협의 경우 경제와 신용을 분리하는 와중에 은행법, 공정거래법 등에서 다수 논란을 빚는 줄도 모르고 일을 추진하다가 각종 예외 규정 등을 삽입하는 해프닝을 빚은 전례가 있어, 이런 검토는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