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5·18 제33주기 기념식을 전후해 정치인들이 광주에 대거 집결해 새정치 경쟁과 민심잡기에 나섰지만, 정작 국민대통합을 바라는 지역민들의 생각과는 달리 정치권은 사분오열된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이다.
16일 오후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문 앞에서 광주선언'을 한 김한길 대표와 소속의원들, 강운태 광주시장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 김성태 기자 |
민주당 지도부를 비롯한 소속의원 72명은 지난 16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 총출동해 '민주의 문' 앞에서 '을(乙)을 위한 민주당 광주선언'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선언문에서 "5월 정신이 살아 숨 쉬는 성지 광주에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는 각오와 함께 오직 시대적 과제와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는 '을(乙)을 위한 민주당'으로 거듭 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은 18일 공식 기념식에는 김한길 대표 등 20여명만 참석했다. 지난 16일 의원 72명이 모여 광주 선언을 했다는 것이 이유로 해석됐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17일 5·18 민주화운동 전야제에 참석한 후 18일 송호창 의원 등 지지자들과 함께 기념식에 참석해 5·18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안 의원은 기념식에 참석한 뒤 광주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관성에 젖고 기득권에 물든 기성정치가 광주정신 계승과 새로운 꽃을 피우기보다는 여야 모두 그 과실을 향유하는 데만 열중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과거 광주가 그래왔듯 지금 광주 역시 대한민국 정치개혁의 씨앗이 돼주시고 중심이 되기를 바란다"며 "저는 그 마중물이 되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의 이날 발언은 지난 16일 '민주당의 광주선언'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민주당 텃밭 광주에서의 독자 세력화에 가속도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 취임 후 처음으로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국가 발전을 위해 아픔을 넘어 힘을 모으자며 국민 대통합을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황우여 대표와 호남 출신의 유수택 신임 최고위원 등 지도부를 비롯해 김무성·주영순 의원 등이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특히, 새누리당은 이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가 논란을 자초해 당정에 부담을 준 국가보훈처를 강하게 비판했다. 민현주 새누리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5·18 기념식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두고 갈등 양상이 빚어지면서, 일부 단체가 함께 참여하지 못하게 된 상황까지 이른 데 대해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런 행보를 책임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새누리당의 면피성 고육지책으로 분석한다.
이번 5·18 33주기 행사를 전후한 정치권의 광주 집결에 대한 지역의 평은 사실상 민주당과 무소속인 안 의원측의 호남 민심잡기 경쟁의 본격화로 해석되고 있다.
텃밭인 호남을 내줄 수 없다는 민주당과 독자세력화를 선언한 안 의원이 벌이는 신경전, 그리고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에 결과는 도출시키지 못했으면서도 지역을 바탕으로한 정치세력화를 굳히겠다는 을(乙)의 욕심도 표면화 됐다는 것이 관전평이다. 민주당은 '광주선언'을 통해 포퓰리즘에 대한 반성을 담았다는 긍정적인 평을 받고 있지만, 을의 분노에 편승한 정치공학적인 접근이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 있다. 한 지역 정가의 원로는 "을의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갑의 정치를 내려놓아야 한다. 새로 꾸려진 민주당 지도부의 변화된 모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