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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탐방 27] "모두 읽자… 읽기만 하자" (사)행복한아침독서

아침독서운동 5년만에 전국 초중고 62.3% 참여

박지영 기자 기자  2013.05.16 17: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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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행복한아침독서는 기업도 시민단체도 아니다. 그렇다고 출판사는 더더욱 아니다. 그럼에도 누구보다 책의 중요성을 전파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국내 최초로 '아침 10분 독서운동'을 펼치고 있는 ㈔행복한아침독서 파주본사를 찾아가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행복한아침독서(이하 아침독서)는 어린이와 청소년 독서운동에 필요한 일들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공익적 성격을 띤 비영리시민단체다. 하지만 여느 시민단체와는 다르다. 후원을 받아 운영되는 여타 단체들과 달리 아침독서는 꾸준히 독서운동을 하면서 자체적으로 매출도 올리고 있다.

아침독서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한상수 이사장 얘길 들어봤다.

"파주시 문산이 지금은 많이 도시화됐지만 제가 어렸을 때만해도 시골이었어요. 학교도서관도 없고 공공도서관도 없었죠. 그만큼 책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그런 아쉬움을 갖고 아기를 낳고 기르다 보니 나처럼 도서관이 없어 책을 못 보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거죠."

◆스물두평 어린이도서관 차리면서부터

한 이사장이 그토록 그리던 꿈에 한 발짝 다가가게 된 건 1999년 다니던 교회서 선교부장을 맡게 되면서부터다. 당시 한 이사장은 지역선교에 대해 고민하던 중 도서관에 관심을 갖게 됐고, 곧 교회 한 편에 동녘어린이도서관을 개관했다. 동녘은 교회이름서 따온 것이었다. 
 
   ㈔행복한아침독서가 운영하는 경기도 파주시 책마을도서관 간판. = 김태형 기자  
㈔행복한아침독서가 운영하는 경기도 파주시 책마을도서관 간판. = 김태형 기자
도서관 초대 관장을 맡으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을까. 한 이사장은 당시에 대해 "모든 것이 재밌었다"고 말했다. 본업과 별도로 도서관 일을 하면서 힘들기는커녕 재밌고 보람됐다는 게 한 이사장 전언이다.

2004년 일산 학원가에 스물두 평 남짓한 어린이도서관 겸 개인연구소를 차리게 된 것도 동녘어린이도서관이 계기가 됐다.
 
"아, 이런 일(도서관)을 하면서 먹고 살수도 있으면 참 좋겠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그런 고민 끝에 2004년 일을 관두고 일산에 어린이도서관연구소라는 개인연구소를 시작하게 됐어요. 학원가에 아이들이 쉴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죠."     

그러나 도서관은 한계가 있었다. 집에 책이 없는 아이들이 도서관을 이용했으면 하는 바람에 개관했지만 실제로 오는 아이들은 정 반대였다. 독서교육에 관심이 많은 부모를 둔 아이들이 부모 손잡고 오는 게 태반이었다.

이때부터 한 이사장 고민은 시작됐다. 그래서 시작된 게 바로 아침독서운동이다. 아침독서운동이란 학교서 수업시작 전 아침자습시간에 교사와 학생이 함께 최소 10분간 책을 읽는 것을 말한다. '모두 읽자, 날마다 읽자, 좋아하는 책을 읽자, 그냥 읽기만 하자'는 게 기본취지이자 정신이다.

"모든 아이들은 책 읽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책을 좋아하는 아이와 싫어하는 아이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책을 자주 접해 본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가 있을 뿐이죠. 그래서 그 기회를 최대한 열어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바로 학교였죠. 가정환경이 좋은 아이나 그렇지 않은 아이나 할 것 없이 다니는 곳이 학교잖아요. 학교서 독서교육을 제대로 시키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그저 읽기만 하자" 교육격차 해소

2005년 3월 시작된 아침독서운동은 전국 초중고교에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운동을 시작한 지 불과 5년만인 2009년 아침독서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전국 초중고는 62.3%에 달했다. 그 공로로 한 이사장은 제16회 독서문화시상식서 대통령표창을 받기도 했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문제는 역시 '돈'이었다. 시민운동도 좋지만 연구소 임대료나 직원급여, 도서관 운영비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2007년 우연히 '보노보혁명'이란 책을 읽게 됐다.

   수익모델과 사회공헌이 일원화되어 있는 ㈔행복한아침독서 사무실 앞 현판에서 한상수 이사장이 활짝 웃고 있다. = 김태형 기자  
수익모델과 사회공헌이 일원화되어 있는 ㈔행복한아침독서 사무실 앞 현판에서 한상수 이사장이 활짝 웃고 있다. = 김태형 기자
"보노보혁명이란 책에서 처음 '사회적기업'을 접하게 됐어요. 우리가 해오던 것이 전통적 NGO(시민운동단체) 보단 사회적기업에 더 가깝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사회적인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을 구현하기 위해 나름대로 수익모델을 고민하는 게 전통 NGO보다는 사회적기업이 더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오랜 준비기간 끝에 2010년 한 이사장은 ㈔행복한아침독서란 기업을 만들게 됐다. 후원에만 기대지 않고 자립적인 수익모델을 고민하던 한 이상은 곧바로 '아침독서신문'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사회적 가치인 독서운동을 확산하고 보급하는 동시에 광고를 통합 수익창출을 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였다.

아침독서의 발전은 멈춤이 없었다. MBC 예능프로그램 '느낌표'가 방영될 때였다.
 
"느낌표가 방영되면서 전국에 어린이도서관이 많이 만들어졌어요. 그런데 어린이도서관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볼만한 책은 전혀 없더라고요. 그래서 어린이도서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 사람들이 볼 만한, 또 봐야 할 책을 만들고 연구도 하고 자료도 공유하자는 생각에 연구소를 만들었죠."

그때 만들어진 책이 '어린이도서관 길잡이'다. 이 책은 어린이도서관에 관한 전문적인 정보를 담은 우리나라 최초 책이고 내용이 알차 많은 이들이 찾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아침독서는 도서관컨설팅을 시작하게 됐다.

   한 이사장은  
한 이사장은 "책을 보고자란 아이들은 굉장히 많은 간접경험을 통해 넓은 세계와 큰 꿈을 꾸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는 눈에 보이는 정도만 경험해 상대적으로 꿈을 꾸기 힘들다"며 독서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 김태형 기자
그중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작은도서관사업이다. 작은도서관이란 80평미만 규모 도서관으로,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는 이를 설치해야 한다. 그렇다면 아침독서와 일반 도서납품업체와는 어떤 차별성이 있을까, 한 이사장의 말을 들어봤다.

"기존에 도서관 납품사업을 하던 곳들은 수익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책 퀄리티라던가 이런 게 많이 떨어졌어요. 하지만 우리는 좋은 책을 집어넣고 그 도서관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죠.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안내한다던지 상담을 해준다던지, 그런 일들을 하면서 도서관이 운영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거예요. 다른 업체의 경우 단순히 책만 납품하는 데 끝난다면 저희는 이제 플러스알파적인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사회적기업은 수익의 일부나 재능을 사회에 환원하게 돼 있다. 하지만 아침운동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이곳에서 하는 모든 수익모델이 사회공헌과 맞닿아 있다. 신문을 만들어 학교에 공급하는 일도 그렇고, 도서관에 필요한 도서목록을 제공하는 것 또한 그러하다. 수익모델과 사회공헌이 일원화된 아침독서가 지금보다 더 성장하길 바란다.